[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한밤중에 양치던 목동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려 주는 천사. (이미지 제공 = 박유미)

한밤중에 양들을 치고 있던 목동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려 주는 천사의 소리!
조금은 어리둥절한 듯, 너무나 기쁜 소식이기에 아직 그 기쁨을 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목동들의 표정!!!
식민지 상황에서 사회적으로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율법에 눌리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던 이들.
어두운 밤을 밝혀 줄 구세주가 오시기를 너무나 기다려 왔던 이들!
구세주가 나셨다는 소식은 이렇게 이들에게 첫 번째로 전해졌다.  

천사의 소식이 일상에 잠긴 이들을 놀라게 했던 날, 그 성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주님 오시던 날, 목동들은 갑작스런 천사의 소식에 놀랐지만, 주님 오시길 기다리는 교회는 성탄을 일 주일 앞둔 12월 17일부터 저녁기도 성모찬송에 붙이는 응송으로 'O'로 시작하는 예수님 이름 호칭기도를 드리며 다가오는 기쁨을 준비했다.

'O'로 시작하는 예수님 7가지 이름 호칭기도. (이미지 제공 = 박유미)

7세기에 증명이 되지만 이미 그 이전 고대 후기로부터 전해졌다는 오랜 전통의 기도. 주님 호칭기도 내용은 다가오시는 주님에 대한 구약성서 텍스트를 인용하여 구성된다. “오 지혜이시여,(O Sapientia) 오 주님,(O adonai) 오 이새의 뿌리,(O radix Jesse) 오 다윗의 열쇠,(O clavis David) 오 솟아오르는 (빛)이여,(O oriens) 오 만백성의 왕이여,(O rex gentium) 오 임마누엘이여.(O Emmanuel)” 

다가오실 주님에 대한 기대를 그림처럼 그려지는 서로 다른 호칭에 담아 이 세상에 오셔서 미칠 영향을 찬미한다. 그리고 모든 기도는 "오소서!"로 마무리된다. 

한편  그리스 시대부터 써오는 이합체시 방식,(Acrostichon) 곧 7개 호칭기도의 첫 글자(Sapientia, Adonai, Radix, Clavis, Oriens, Rex, Emmanuel)를 모아 뒤부터 배열하면  “ERO CRAS” 즉 “내일 내가 올 것이다”라는 주님의 응답이 된다. 

이제 곧 내가 올 것이다. 기뻐하여라!! 기쁨 주일을 보내고 자신의 일상 안에서 몸과 마음으로 주님의 길을 닦으며 시작되는 주님 호칭기도!

대림절, 이 세상에 구세주가 오시도록 순명으로 중재하신 어머니의 삶을 묵상하고 기리며 로라테 촛불미사를 드리는 전통과 성탄절 구유만이 아니라 대림 각 주마다 환희의 신비 각 단을 형상화해서 오늘 우리의 삶과 연결해 묵상하는 전통이 함께 있다는 것을 연결하면 대림절 마지막 7일을 성모찬송에 연결해서 이 주님 호칭기도를 드리는 기쁨과 기대가 더 깊이 다가온다.

세상 어두움과 풍파에 정신없이 지나는 나날 중에도 마지막 7일이나마 잠시 마음을 모아, 몇 몇 분들과 기쁨을 담아 다가오는 주님 호칭기도를 함께 드린다. 연결되는 성서 말씀과 함께.

“오 만백성의 왕/ 모든 민족들이 고대하고 기다리며 갈망하는 분/ 지어진 건물들이 서로 지탱할 수 있게 해 주는 쐐기돌이여/ 오 오소서/ 오셔서 당신 흙으로 빚어 지으신 인간을 구원하소서.”(다니엘 7,13-14)

“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왕이요 스승이신 그대/ 민족들의 갈망이며 구원자이신 분/ 오소서, 오 주님, 오셔서 저희를 구원하소서/ 주님, 저희 하느님.”(이사야 8,8-10; 9,1; 5-6)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일상 안에서 주님 오심을 준비하며 맞이하는 마음은 대림절과 성탄 구유 안에서도 다양하게 표현된다. 다가오는 성탄, 예루살렘을 향해 길을 가고 있는 성모님과 성 요셉의 모습, 그리고 구유에서나마 태어날 아기를 누일 자리를 준비하시는 성모님과 성 요셉, 그리고 도와주는 이웃들.

'예루살렘 가는 길'. 쾰른 성 안드레아 성당. (사진 제공 = 박유미)

그리고  천사의 소식을 듣는 사람들!!

목동들에게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천사의 소리를 표현한 에기노 바이너트의 칠보 작업처럼, 또는 인근 지역 맥주 양조장 사람들이 순례를 오는 농사의 주보성인 성 베드로의 제대에 호프로 맥주를 빚다가 구세주 탄생을 전하는 천사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구유(쾰른 성 안드레아 성당),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몰타군에 체포되었던 난민 배에서 이들을 만나는 아기 예수.

이 장면들에 성탄전례가 함께 그려진다. 제단만 불을 밝힌 어두운 지하 소성당에서 먼저 우리 안의 어두움, 지난 한 해동안 일어났던 우리 사회와 세계의 어두움을 돌아본 뒤 모두 촛불 하나씩을 밝혀 들고 계단을 올라 큰 성당으로 들어설 때 멀리서 울려 오듯 울려 퍼졌던 트럼펫 소리!! 기쁨을 축하하는 잔치 분위기보다도, 이렇게 우리의 어두움을 모두 돌아보며 깊이 잠겨 있는 순간에 참으로 “빛”이 오심을 전하는 천사의 기쁜 소식!!

맥주 양조장 하는 이들의 순례지. 성 베드로 제대에 만든 구유. 호프로 맥주를 빚는 이들에게 전해진 천사의 소리. 쾰른 성 안드레아 성당. (사진 제공 = 박유미)

천사의 소식을 듣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마치 멀리서 트럼펫 소리가 울려오는 듯하다. 기쁜 소식!!

조금은 어리둥절한 듯, 너무나 기쁜 소식이기에 아직 그 기쁨을 채 깨닫지 못하고 아직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의 표정!!!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어려운 이들, 어두운 밤을 밝혀 줄 구세주가 오시기를 너무나 기다려 왔던 이들에게 구세주가 나셨다는 소식이 첫 번째로 전해졌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장면들.

2000년 이상(?) 많은 이들에게 빛을 주고 기쁨을 주었던 사건은 이렇게 어두운 들판 어느 한적한 곳에서, 여러모로 어두운 이들에게 이렇게 조용히 빛을 밝히며 전해졌고, 오늘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는 깨달음.  

성탄이 오고
또 성탄은 가고….

이태리 노래 가사 중 한 구절이라고 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매 창조의 날마다 그 하루 창조가 끝날 때 나오는 마무리 구절처럼, 성탄절과 또 매년 맞는 연말연시를 넘어서 무한히 멀리 비춰 열어 주는 시각!

“여러분의 마음 그 위로 동이 트고 새벽별이 떠오르기까지 어두운 곳을 비추는 빛!” (2베드 1,19) 

어두움으로 사그러드는 우리 안의 빛, 세상의 빛을 다시 일구어 살려 주시는 생명의 빛으로 오신 분, 잠시 어리벙벙하다가도 돌아 새겨 볼수록 새로이 기쁨을 주는 당신의 사랑!

그 빛으로 나의 어두움도 다시 밝아진다는 깨달음이, 또 그렇게 세상의 어두움도 밝아지리라는 희망과 바램이 어두움 속에서도 매일 새로이 빛을 보게 한다. 

쾰른 대성당 광장에 세워 있던 레바논 난민들의 배에 만들어진 구유. 쾰른 마리아 리스 성당. (사진 제공 = 박유미)

박유미 프리랜서(수산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