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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치유를 나누는 블라시오 성인 축일의 초 축성과 목 축성[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빛으로 생명을 일깨우고 밝히는 봄의 문턱에서
마리아 빛의 축제와 블라시오 성인 축일
: 초 축성과 목 축성 – 빛을 내 집에 모시고 치유의 힘을 담아 나누며

책 그림. 이니셜 T에 넣은 블라시오 성인 성담. 13세기, '늑대가 과부에게 돼지를 되돌려 주다'. 블라시오가 옥에 갇히자 과부는 그 돼지머리를 블라시오에게 가져가 기운 차리게 하였다.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초 축성 – 빛을 내 집에 모시고
목 축성 - 목의 병과 모든 악에서 지키고 치유, 오늘날 교회와 사회의 병이기도 하다. 목구멍과 입에서 나오는 병들, 그리고 뻣뻣하게 목에 오는 고통들. 그래서 그리스도의 빛으로 세상과 교회를 치유하기 위한 축복기도가 된다.
아직 추위 속에서도 봄을 일깨우는 빛의 작용, 그 안에서 이미 풍요로운 수확을 준비하고 기원하며 치유했던 성인의 삶처럼 빛으로써 목으로 나오는 세상의 모든 병과 악으로부터 흔들림 없이 자신을 지키고 세상을 치유해 가도록 일깨운다.

유난히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해는 길어졌다. 차가운 날씨에도 빛이 작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이 움직인다. 요즘이야 농사도 어업도 계절이 없지만, 자연에 가깝게 살았던 예전엔 동서를 막론하고 동지부터 해가 한 시간 이상 길어지며 봄기운이 시작되는 이때, 풍요로운 생산과 복을 기원하는 축제를 지냈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이런 축제들을 교회의 가르침에 연결해서 의미를 담아 전했다. 

아직 추위가 머물고 있고, 지난 추수의 양식들은 떨어져 가며 고통스러운 시기지만, 빛이 커지고 있고 그 안에서 생명이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며 기쁨과 경건함으로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이들에게 그 빛의 힘을 담아 키워 내는 땅과 마리아의 정결례, 그리고 하느님께 봉헌되심으로써 '민족들에게 빛이 되시는 분을 보았던‘ 시메온의 찬미와 그에 담긴 구원의 의미가 아주 구체적으로 깊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빛을 세상에 전한 어머니와 함께 몸과 영혼을 정화하고, 한 해 동안 모든 악에서 집안을 밝혀 줄 초를 축성해서 빛을 집에 모셔 갔다. 그리고 모든 어두움을 밝혀 주시도록 온 가족이 함께 기도할 때에 이 초를 밝혔다. '마리아 빛의 축제'의 의미다. 24절기의 시작으로 봄기운이 시작되는 입춘에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기를 기원하는 지방을 집에 붙이는 우리 전통과도 비교할 수 있다.

블라시오 성인 축일에 목 축성을 받는 어린아이가 사제 앞에 서 있다. (사진 제공 = 박유미)

어려서 초 축성에 이어 기억에 남는 것이 목 축성이다. 주님 봉헌 축일이자 '마리아 빛의 축제' 다음날이 블라시오 성인의 축일이다. 이날에 십자로 교차한 두 개의 초를 목에 대고 사제는 "블라시오 성인의 전구를 들으시어 주님께서 목의 질환과 모든 악에서 당신을 지켜 주소서. 하느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당신을 축복하소서.“ 또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건강과 구원을 주소서. 블라시오 성인의 전구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을 축복하소서.“ 라고 축복한다.

블라시오 주교가 목에 생선 가시가 걸려서 숨이 막혀 죽게 된 어린 소년을 구해 준 일화에서 시작됐다. 블라시오 주교는 또 모진 고문 뒤에 참수형으로 순교하기 전, 목에 나쁜 것을 가지고 있거나 약하고 병이 있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건강하게 되기를 청하면 들어주실 것을 기도로 청하고 들어주신다는 응답을 들었다.

블라시오 성인 축일에는 십자로 교차한 두 개의 초를 목에 대고 사제가 축복한다. (사진 제공 = 박유미)

목 축성이 널리 행해지고 축복기도 형식이 만들어진 것은 16세기부터다. 이 축복은 기도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그리스도의 빛으로 "목의 병과 모든 악“에서 지켜 주며 "건강과 구원“을 선사한다. 그동안 계몽주의 시대와 나치 시대에 두 번 국가로부터 과도한 촛불사용 금지와 함께 이 축복을 금지하는 조치가 있었지만, 신자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계속하였다. 성인의 전구와 하느님의 돌보심에 대한 신자들의 신뢰 그리고 구원이 필요한 사람의 육체적 평안(건강)을 위한 전구와 돌보심에 대한 신뢰가 강했기 때문이다. 1978년부터 독일어권에서는 미사와 말씀의 전례에 연결해서 축복을 행하고 있다.

목의 병과 모든 악, 이것은 오늘날 교회와 사회의 병이기도 하다. 목구멍과 입에서 나오는 병들, 그리고 뻣뻣하게 목에 오는 고통들. 그래서 그리스도의 빛으로 세상과 교회를 치유하기 위한 축복기도가 된다.

이니셜 G에 그린 블라시오 성인, 1450-60. 무라노 그라두알 작. 이탈리아 무라노의 성 마티아 카말돌리 수도원 책자를 위해 그림. (이미지 제공 = 박유미)

2월 3일 아르메니아 지역 세바스테의 블라시오 주교 축일은 동지에 자리 잡은 성탄으로부터 40일 이후로 정해진 주님 봉헌 축일/ 마리아 빛의 축제와 달리 태양의 움직임, 낮의 길이와 연결해서 정해진 날은 아니다. 하지만 성인의 축일이 이 시기에 있어서 이후 성인에 대한 공경과 관습에는 이 시기에 대한 복음적 의미가 담겨 있다. 다른 초대교회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초대교회로부터 오랫동안 공경을 받아 온 성인들에게 전해 오는 성담이나 축일 관습들을 보면 교회가 신자들에게 어떤 덕과 모범을 가르쳐 왔는지, 시대에 따라서 이런 덕을 어떻게 성찰하고 나타냈는지 알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공경을 받는 성인 중에 한 분인 성 블라시오는 316년, 로마시대 그리스도교 박해 마지막 시기인 디오클레시누스 황제 때 참혹한 고문을 당하고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성담에 따르면 성 블라시오는 그리스도교 신자인 부모님 아래서 자라 의사로서 헌신적으로 많은 이들을 고쳐서 젊은 나이에 세바스테 신자들에게 주교로 추대되었다고 한다. 박해가 시작되면서 당시에는 신자들을 인도하는 성직자들을 체포하고 처형함으로써 신자들을 색출하고, 남은 이들은 흩어지게 하는 방법을 쓰고 있었으므로 블라시오는 신자들을 위해 지역을 떠나 카파도키아의 동굴에서 은수자 생활을 하였다. 맹수가 많이 있는 곳이어서 사냥꾼들이나 찾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블라시오는 많은 동물들을 치료해 주었다. 새들이 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주었고, 그의 동굴 주변으로 동물들이 모여들었다. 

카파도키아 총독 아그리콜라우스가 사냥을 나와 동물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그의 동굴을 발견하고 압송했는데, 하느님의 계시로 순교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맹수들이 그를 둘러싸고 보호하고자 하는 것을 돌려보내고, 어느 과부가 키우는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온 늑대에게 명해서 그 돼지를 손상 없이 과부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돼지를 돌려받은 과부는 감옥에 갇힌 그를 위해서 돼지를 잡아 머리를 가져다 주고 기도하며 쓸 수 있도록 양초 두 자루를 가져다 주며 옥바라지를 하였다. 감옥에서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기도가 막힌 어린아이를 치유하고 끌려나가, 배교를 거부하여 양털을 빗는 쇠못빗으로 피부를 빗는 고문을 당하고 참수되었다.

위기에 부르는 14 성인들. 에버하르디스 콜슈테트, 팍하트의 성 막시민 성당, 1957. (사진 제공 = 박유미)

동방 정교회에서는 6세기부터 가축들의 수호성인으로 그에 대한 공경이 널리 퍼졌는데, 서방교회에서는 855년경 교황 레오 4세가 성인의 유해를 라이나우 수도원에 선사하고 그 유해가 다른 지역에 퍼지면서 성인에 대한 공경도 널리 퍼지고 블라시오 전례도 만들어졌다.

동물들과 날씨에 대한 수호성인이자 의사, 관악기 연주자, 제빵사, 직조인들의 수호성인이며 페스트나 인후병 등에 도움을 청하는 성인이기도 하다. 14세기부터는 위기에 도움을 청하는 14성인의 한 분으로 일상에서 가깝게 부르는 성인이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과 같이 블라시오 성인에게 전구해서 도움을 받은 곳들에 수호성인으로 유럽 곳곳에 블라시오 성당이 있다.

1734년 오스트리아 빌텐수도원에서부터 블라시오 성인에게 도우심을 청하며 그의 모범을 따르기 위한 블라시오기도회가 설립되고 전파되었다. 블라시오회에서는 1. 몸과 영혼의 건강 2. 매일 일상의 삶에서 행복과 축복 3. 행복한 죽음의 시간(죽음도 삶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므로) 4. 돌아가신 회원들이 빨리 연옥 고통을 면하고 구원되시기를 기도한다.

신앙의 모범일 뿐 아니라 전구하며 함께해 주는 동반자인 블라시오 성인에 대한 공경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물과 인간 이웃에 선을 행하고, 하느님의 현존으로 자신을 세우고 흔들림 없이 신앙에 머물라는 것이 성인이 선포하는 바다. 아직 추위 속에서도 봄을 일깨우는 빛의 작용, 그 안에서 이미 풍요로운 수확을 준비하고 기원하며 치유했던 성인의 삶처럼 빛으로써 목으로 나오는 세상의 모든 병과 악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세상을 치유해 가도록 일깨운다.

블라시오 성인 기념 동상과 유골, (사진 제공 = 박유미)

박유미 프리랜서(수산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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