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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숙, 가톨릭 사회영성의 모범김수환추기경 연구소 심포지엄

김수환추기경 연구소가 심포지엄을 통해 ‘김 추기경의 사회영성’을 꾸준히 다루는 가운데, 이번에는 근현대 평신도 지도자 최정숙과 안중근의 삶과 사상에 대해 토론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안중근(토마스, 1879-1910)에 비하면 덜 알려졌던 여성 최정숙(베아트리체, 1902-1977)을 집중 조명한 것이 눈에 띈다.

신성여고 교장 시절의 최정숙. (사진 출처 = "신성학원 100년사" 인터넷판 갈무리)

가톨릭 여성 지도자, 최정숙

최정숙은 독신으로 살았던 제주도 출신의 교육자다.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엮은 “불꽃이 향기가 되어”에 따르면 최정숙은 주로 전남, 제주에서 교사로 활동했지만, 1940년대에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수련의가 됐다는 경력이 있다.

3.1운동 때 옥고를 치렀고 4.3사건 때 군에 붙잡혀 죽을 위기에 몰렸던 일화도 있다.

최정숙은 일제에 몰수당한 제주 신성여학교를 해방 직후 되찾아 재건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고 무보수 임시 교장을 맡았다. 1964년에는 초대 제주도교육감으로 선출됐다. 1955년 교장으로서의 봉사, 빈민 구제 및 병원 사업의 공로로 교황 훈장을 받았고, 1967년에는 박정희 정부로부터 5.16민족상 교육 부문 본상을 받았다. (한편, 최정숙의 아버지 최원순은 일제 치하 고위관료로 승진을 거듭하고 훈장을 받아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 있다.)

재속 프란치스코회 회원이었던 그는 검소한 독신생활로 유명했고, 퇴임 뒤 천주교 제주교구가 내 준 옛 신성여학교 관사에서 살다 1977년 숨졌다. 최정숙은 재속 프란치스코회의 복장인 갈색 수도복을 수의로 입은 채 묻혔다.

강영옥 서강대 전인교육원 교수. ⓒ강한 기자

‘협력자’, ‘봉사자’일 뿐 아니라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

‘가톨릭 사회영성에 관한 연구 – 최정숙을 중심으로’를 발표한 강영옥 서강대 전인교육원 교수는 사회영성의 관점에 따르면 “가톨릭 신앙의 의미가 개인의 내면적인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실천과 연계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최정숙은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이끌어 나감으로써 가톨릭 사회영성을 실현한 좋은 모델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 교수에 따르면 최정숙을 ‘가톨릭 여성 지도자’로 부각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가톨릭교회의 분위기 안에서 여성 신자나 여성 수도자의 정체성은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일하는 ‘협력자’ 혹은 ‘봉사자’로서의 이미지로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최정숙의 목숨을 건 항일운동, 교육 계몽운동, 병자들을 위한 의학 공부를 강조하며, 그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으로 가톨릭 사회영성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토론 시간에는 최정숙의 리더십 사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강 교수는 최정숙의 리더십은 “영성적”이면서도 “모성적”이었다며, 그의 모범과 자애로운 모습이 학생들에게 감동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 교수는 최정숙의 독립운동 체험도 학생들에게 사회 불의, 잘못된 정치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창우 제주교구 부교구장주교. ⓒ강한 기자

“순교자 시복시성은 미래 지향적 사건”

한편, 이날 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문창우 제주교구 부교구장주교는 “성령은 알맞은 시기에 알맞은 말씀을 하신다”며 “보잘것없는 이들 안에 계신 예수님께 봉사하는 새로운 생활, 새로운 영성”에 대해 말했다.

문 주교는 순교자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 현양운동은 순교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 신자들의 신앙쇄신과 성숙을 위한 ‘미래 지향적’ 사건으로 재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김수환 추기경이 “한국 교회의 영성을 바라보는 하나의 이정표”이며, 안중근과 최정숙은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신앙의 빛으로 일구어 냈다고 평가했다.

그 밖에도 원재연 전주대 교수가 ‘안중근 의사의 사회영성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박일영 가톨릭대 교수가 ‘김수환, 안중근, 최정숙의 사회영성이 오늘에 주는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조영관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윤인선 가톨릭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행사는 ‘김수환 추기경의 사회영성 7 – 사회영성의 확장과 비전’을 주제로 11월 10일 오후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열렸으며, 연구소 임원진과 120여 명이 참석했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심포지엄이 ‘김수환 추기경의 사회영성 7 – 사회영성의 확장과 비전’을 주제로 11월 10일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열렸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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