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 “2017 북한인권백서” 밝혀

“2015년에 탈북하려다가 잡혀서 보위부에서 한 달 넘게 있었어요. .... 갑자기 너무 맞으니까 맞는 동안에는 너무 맞아서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를 정도였어요. …. 귀뺨을 너무 맞아서 열이 나고 귀에서 고름이 계속 나왔어요. 그래서 지금도 한쪽 귀가 잘 안 들려요.”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펴낸 “2017 북한인권백서”에 실린 북한 양강도 출신 여성 김 아무개 씨의 사례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지난 9월 말 “2017 북한인권백서”를 펴낸 것을 기념해 10월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이 백서는 2007년 “2007 북한인권통계백서”부터 매년 계속돼 올해 11번째다. 이번 세미나에는 50여 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번 백서는 1950년 이전부터 2010년 이후까지 일어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그 동안 누적된 기록 6만 8940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처형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경우, 구금, 성폭력 등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권 침해뿐 아니라 건강권, 교육권, 재산권, 신념 및 표현의 권리 등 광범한 인권 분야에 대해 증언이 이뤄졌다.

북한인권정보세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펴낸 "2017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 인권 실태를 증언한 사람의 탈북 전 주거지로는 함경도, 양강도가 많았다. ⓒ강한 기자

백서에 따르면 북한 인권침해 사건은 20.4퍼센트가 1990년대, 54.8퍼센트가 2000년대, 8.1퍼센트가 2010년 이후 일어났는데, 세 시기의 사건 유형이 다르다. 1990년대에는 생존권 사건이 많았다.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이 끊기면서 아사자가 많았던 것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생명권 침해 사건 비율이 2000년대와 비교해 약 2배로 늘어난 것은 정권 안정, 사회 질서, 치안 유지 정책 강화를 위해 비공개 처형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백서에서는 2010년 이후 개인의 존엄성, 자유권, 건강권 침해 사건 비율은 줄었지만, 생명권,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침해 사건은 늘었다고 밝혔다. 2010년 뒤 개인의 존엄성 등 문제가 줄어드는 것은 북한의 경제가 나아지고 시장을 통한 식량, 생필품 구입이 편해져 상당한 인권 개선이 진행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건 유형별 발생 비율이 달라졌지만 지금까지 다양한 인권침해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심각한 침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백서는 밝혔다.

북한인권정보세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10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7 북한인권백서" 발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강한 기자

한편, 토론 시간에 안윤교 유엔 서울사무소 인권관은 북한은 들어가기 어렵고, 시민사회가 전무하기 때문에, 이러한 백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정치모략’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중요한 것이 데이터이고, 보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질 때 구체적 인권 개선도 권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2003년 만들어진 민간단체로 한국에서 “북한인권백서”를 내는 대표적인 기관 3곳 중 하나다. 북한인권정보센터 말고도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북한인권백서”를 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지면서 통일부에도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지난해 9월 만들어졌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서 일했던 김상헌 씨가 초대 이사장으로 이끌었고, 지금은 전 주 러시아 대사 이재춘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윤여상 씨(사도 요한)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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