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해결은 진상규명이 첫째, 천주교가 함께 할 것

“저는 심부름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 천주교주교회의 총회에서 새 의장으로 뽑힌 김희중 대주교는 11월 13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기 직분은 “주교님들의 심부름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이끌어 갈 능력도 없고 자격도 안 됩니다.  다만 주교님들이 편하게 쓰실 도구가 되는 게 제 소임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에게도 같은 자세를 당부했다. 김 대주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선출된 신자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선거 전에 90도 각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던 정신과 겸손한 마음으로 봉사하면 4년 후에 선거운동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세월호 ‘고통 자체’에 함께해야”

김희중 대주교 자신도 서명에 동참해 11월 10일 발표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천주교 130190인 선언’에 대해서는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인용하며 의견을 밝혔다.

김 대주교는 진상규명 이후 책임자 처벌은 ‘둘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고통 그 자체에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세월호 유가족의 큰 고통이므로 진상규명을 위해 천주교가 함께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한 참사가 일어난 지역의 사목을 총괄하는 광주대교구장으로서 김 대주교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이 실질적으로 치유되고, 한국 사회가 성숙한 생명 존중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희중 대주교 ⓒ강한 기자

천주교,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지 않다

김희중 대주교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화해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이대로 교착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화해와 평화, 공존을 위해 남한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희중 대주교는 특히 남북간 민간 교류에 대해 “정부가 폭넓게, 여유 있게 지켜 봐 주고, 필요하면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의 국력 격차에 대해 “배가 운하를 통과하려면 수위를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고 비유하며 “지금 이 상태에서 예컨대 ‘흡수통일’이 되면 감당할 수 있겠는가” 물었다.

김 대주교는 “점진적인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우리(남한)가 힘이 조금 더 있으니까, 우리가 나눔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천주교가 북한 인권 문제 비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천주교는 다른 어느 보수단체보다도 더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인권 유린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믿음과 교리에 따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우리가 알면서도 지켜보는 것이다. 때가 되면 언급할 것”이라면서 “다만 민족의 화해와 평화공존을 위해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겠는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신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애기봉 등탑을 다시 세우겠다고 나선 데 대해서는 “다른 교단의 일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10월 31일 한기총은 “철거된 애기봉 십자가 등탑을 대신할 등탑을 세우기로 하고, 등탑건립추진위원장에 바로 전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를 임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추구하는 목표는 같지 않겠나 생각한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 간담회를 마치며 김 대주교는 “(가톨릭 신자는) 복음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 양심에 입각해 진리와 정의를 선택하는 것뿐이지, 진보다 보수다 하는 것은 편 가르기”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 사회가 편 가르기 하는 데서 한 발 물러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로 한 형제자매로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면 어색한 관계가 조금 줄어들 것”이라 말했다.

1947년생인 김희중 대주교는 1975년 사제품을 받고 1970-80년대 교황청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회사를 연구했다. 2003년 광주대교구 보좌주교, 2009년 부교구장 대주교에 임명됐고 2010년 광주대교구장직을 계승했다.

김 대주교는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장, 교황청 그리스도일치촉진평의회 위원을 맡는 등 종교간 대화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4년 10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강우일 주교 뒤를 잇는 신임 의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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