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 인터뷰
“저의 방북은 성지순례입니다”57번 북한 다녀온 함제도 신부

연일 북한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가톨릭 신자들은 남북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신앙생활을 해야 할까? 교회는 존중과 사랑, 하나 됨을 위한 기도와 실천을 요청하는데, 어디서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지난 10월 유진벨 재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함제도 신부(81)를 11월 19일 서울 중곡동 메리놀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에서 만났다. 선교회 한국지부장을 맡고 있는 함 신부는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 주교특별위원회 총무이기도 하다.

   
▲ 완치 환자를 축하하는 졸업식 행사 중의 함제도 신부.(사진 제공 = 유진벨 재단)

11월 18일 유엔이 채택한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함 신부는 “우리가 북한의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것도 인권 신장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지원은 더 필요하다”면서, 여전히 북한에 아픈 사람이 매우 많고 전염병이 퍼진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북한의 결핵환자 치료를 지원해 온 유진벨 재단의 이사로 2003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메리놀 외방선교회는 함제도 신부의 방북이 올해 10월까지 57번째라고 밝혔다.

유진벨 재단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는 일반 결핵약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가 늘고 있어서 이들 내성결핵 환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진벨 재단은 북한 보건성과 협력해 평양시, 남포시,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지역에서 결핵 퇴치를 위한 의약품,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함제도 신부는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언급하며, “예수는 고통 받는 사람들 가운데 계셨다. 그래서 우리도 고통 받는 사람들 가운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통 받는 사람이 가장 약할 때 교회가 곁에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과 만나며 평화롭게 대화하면 민족 화해도 저절로 됩니다. 접촉하고 이야기해야 서로 관심도 가질 수 있습니다.”

함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말한다.

“우리 남한이 북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기도해야 하고 실천해야 하지요. 물질적 도움뿐만 아니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편 가장 아쉬운 것은 남한 사람이 북한을 직접 가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가 6월 25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신자들에게는 남북한 화해와 평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함제도 신부는 민족화해 주교특별위원회에 참여하는 주교들도 북한 방문이 “소원”이라고 표현했다. 특위에는 3개 대교구의 수장인 염수정 추기경, 김희중, 조환길 대주교와 북한에 인접한 교구인 춘천교구의 김운회 주교, 의정부교구의 이기헌 주교, 그리고 북한에 있는 덕원자치수도원구의 자치구장 서리 박현동 아빠스가 참여하며, 함제도 신부가 총무다. 함 신부는 메리놀 외방선교회 소속인 자신과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박 아빠스가 특위에 참여하는 이유는 두 곳 모두 분단 전 북한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 신부에 따르면 특위는 6개월에 한 번씩 북한 소식을 점검하고, 남한 교회가 어떻게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모색하고 있다. 또 주교가 직접 북한에 가지 못하더라도 주교를 대신하는 누군가 북한 방문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족상잔의 역사를 반성하고 화해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로 경기도 파주에 세워진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대한 함제도 신부의 애정도 각별하다. 함 신부는 신자들이 남북 화해를 위해 실천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이 성당에 자주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접 북한에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평화를 위한 기도와 운동, 쇄신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함제도 신부는 방북을 ‘성지순례’로 생각한다고 했다. 분단과 전쟁 와중에 평양교구의 홍용호 주교를 비롯한 신자들과 성베네딕도회 수도자가 피 흘린 ‘거룩한 땅’에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인인 함 신부는 2013년 한국 영주권을 받아 비자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됐다. 그는 “조금 더 겸손하고 가난하게, 힘이 있는 한 끝까지 사제 생활을 하고 싶고, 이 땅에 끝까지 있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북한 사람과 직접 만날 기회가 드물다는 게 아쉽다며, 자신은 ‘다리 역할’을 임시로 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함제도 신부는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1960년 사제품을 받고 한국에 파견됐다. 1960-80년대에 청주교구에서 본당 사목자, 교구 총대리, 교육자로 지냈으며, 1980년대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북한선교부’를 비롯해 국제 카리타스의 대북사업 분야 등 가톨릭교회의 대북 창구 곳곳에서 활약해 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강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