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 사태로 쇄신 절박, 사업체 운영의 복음적 식별 우선 과제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 임시총회가 9월 26일 범어대주교좌성당에서 사제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교구쇄신발전위원회가 진행한 이번 임시총회에서는 ‘교구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제안’이 발표됐으며, 김승규 변호사가 희망원 사태에 대해 재판 등을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전반적 사실관계를 설명했다.

교구쇄신발전위원회는 지난 3월 조환길 대주교가 위원장과 위원들을 임명하면서 매달 모임을 갖고 쇄신 방안을 논의해 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대교구 심벌 마크. (사진 제공 = 대구대교구)

위원장 이응욱 신부는 위원회 구성 배경에 대해, “교구장이 사실상 주교가 된 직후부터 교구의 쇄신을 고민해 왔지만, 희망원 사태를 맞아 더욱 절박한 문제로 여기고 본격화시킨 것”이라며, “특히 희망원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갖는다며, 교구 사업기관의 비전 문제와 교구의 장기적 발전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설명했다.

이 신부에 따르면 쇄신위는 대구대교구 2차 시노드 결과와 올해 2월 사제 연수 설문조사, 교구 내 수도자와 본당 사무장 등 평신도들의 의견, 특수사목 관계자와 원로사제들의 의견 등을 수렴해 토의 주제를 정했다.

26일 쇄신위가 발표한 ‘교구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제안’은 8개의 주제로 “교구 내 사업체에 대한 복음적 재고, 사제 인사, 소통, 교구 운영의 투명성과 전문성, 교구 비전, 사제 생활, 희망원 사태, 기타 제안”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희망원 사태와 맞물린 ‘교구 내 사업체에 대한 복음적 재고’로 세부 내용은 교구가 사업체 운영을 복음적으로 다시 식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온 주제는 “그동안 교구가 사업체 운영을 복음적으로 해 왔는가,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로 구체적으로는 사업체 가운데 교회의 역할과 시대의 요청에 따라 해야 할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고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리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그 다음으로는 사제 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전문성의 문제와 사제 간과 사제, 주교 간 닫힌 소통의 문제, 교구 운영의 투명성과 전문성과 관련해 회계 감사와 같은 외부 감시를 제대로 받고 있는가, 교구의 비전 제시와 비전에 따른 교구 개편 필요성, 사제 각자의 쇄신 등이 제기됐고, 특히 그동안 희망원 사태에 대한 정보가 사제들 안에서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쇄신위는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와 사제들의 쇄신 의지와 그 내용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환길 대주교는 이날 제기된 요구안에 모두 답변했으며, “전반적으로 제시된 의견을 수용하겠다. 당장 무엇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우선 전반적으로 운영 사업체와 교구 시스템에 대해 처음부터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쇄신위는 이날 김승규 변호사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지고 정리된 희망원 사태의 사실관계를 들었으며,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으로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교구가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오해로 과장된 부분 역시 확인함으로써 모든 사제가 제대로 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쇄신위는 이날 발표와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계속 논의를 이어 가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교구쇄신발전위원장 이응욱 신부는 “가장 의미 있는 것은 교구 운영과 쇄신에 대해 전체 사제들의 의견을 듣고 공유한 것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주교와 모든 사제가 대화를 통해 쇄신의 의지를 함께 다진 것에 이번 총회의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실천을 통해 실제로 쇄신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10월부터 이번 총회에 대한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쇄신위의 역할과 실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 이번 총회의 결과와 앞으로의 과정을 교구 내 신자, 수도자들과 공유하는 방안은 아직 논의 전이라면서, “지혜를 모아야 할 숙제다. 이 부분 역시 논의하며 이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이번에 논의된 문제와 고민은 대구대교구뿐 아니라 다른 교구, 교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다. 대구대교구가 한국 교회의 의미 있는 전통과 삶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이어 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쇄신과 발전은 교회가 지향해야 할 삶이다. 대구대교구뿐 아니라 모든 교회의 구성원들이 그 사명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이뤄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는 2011년 4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제2차 교구 시노드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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