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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핵발전소, 문제는 사용후 핵연료다경주 대지진 1년 토론회, 지진대 위 핵발전소 안전한가?

“핵발전소 문제의 관건은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다”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난 대지진 1년을 맞아 탈핵지역대책위가 토론회를 마련하고 핵발전소 안전성 현황과 문제점을 짚었다.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경주 대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로 1980년 북한 삭주에서 발생한 5.3규모 지진보다 큰 5.8규모의 지진이었다.

당시 지진은 경주 지역 양산단층대 가운데 모량단층에서 발생했으며, 인근 지역은 물론 강원도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관측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반도에 발생한 지진은 총 534회로 점점 그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탈핵 뒤에도 사용후 핵연료 안전 문제는 남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자력안전연구원 한병섭 박사와 김성욱 박사가 발제했다. 

이들은 핵발전소 안전 문제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 등은 핵발전이 안전하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전제된 ‘안전’에 대해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한병섭 박사는 무엇보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과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현재 사용후 핵연료는 이미 저장할 곳이 모자라며 그 저장 방법도 ‘임시 저장’으로, 저장소가 있는 지역 주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박사는 현재 탈핵 논의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가 관건이며, 이 문제가 처리되지 않으면 탈핵을 하고 발전소를 멈추더라도 또 다른 사태와 갈등의 여지가 있다면서, “핵연료 보관 문제 차원에서라도 핵발전소는 내년부터 줄여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핵발전소가 모두 멈춘다고 해도 남을 문제라면서, 탈핵 요구는 이 지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공개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 핵발전소 25개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은 이미 82.8퍼센트 채워진 상태다. 한울 2호기의 경우 97.1퍼센트, 월성 3호기 94.8퍼센트, 고리 3호기 94.5퍼센트 등 5개 핵발전소는 저장소 90퍼센트가 찼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저장소가 ‘임시 저장소’이며, 게다가 고준위 폐기물의 경우 현재까지 완전한 처리 기술이 없다. 폐기물과 핵연료의 방사능 반감기는 10만 년으로 보통 단단한 암반층에 굴을 뚫어 묻지만, 10만 년 동안 안전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관리비용 문제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까지 포함한 36기의 사용후 핵연료 관리 비용은 약 64조 원이다. 그러나 신고리 5, 6호기와 앞으로 건설 예정인 핵발전소를 제외한 28기만 가동된다면 이 가운데 약 19조를 줄일 수 있다.

경주 경실련 이원희 전 사무국장도 “현재 핵발전 정책은 폐기물조차 감당하지 못하면서 확장만 하고 있다”며, “핵발전소를 언제까지 몇 기를 운영할 것인가가 정해져야 폐기물에 대한 정책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 이대로라면 지역에는 임시 저장시설만 늘어나고 주민은 계속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용후 핵연료, 즉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관련법조차 없으며, 따라서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할 기준이 없다며, “원전을 계속 추진하려는 세력은 결국 주민들을 원숭이 취급하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역시 처음부터 목적은 임시 저장소 확대로 정하고 강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9월 12일 탈핵지역대책위원회는 경주 대지진 1년을 맞아, 핵발전소 안전의 패러다임을 되짚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현재의 안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활성단층 위에서 흔들리는 핵발전소

이어 김성욱 박사는 핵발전을 둘러싼 현재의 안전 인식에 대해 “한반도는 지진 안전 지대이며, 사회간접자본이 안전기준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 기반시설의 물리적 보호만으로 자연재해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지구물리학 박사로 지아이 지반정보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역사적 통계상으로도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고, 한반도는 활성단층대에 위치해 큰 지진이 날 가능성이 높지만 핵발전소 내진설계 기준에는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현재 최대 지진 평가치인 진도 6.9는 역사적 통계와 계기 관측치를 절충한 것으로 대비를 위한 최대치가 될 수 없으며, 핵발전소 시설물은 부실설계와 시공 문제 외에도 지반조건의 변화와 풍화 등 내적 요인, 비, 진동 등 외적요인에 의해 내구성이 감소해 불안정성이 증가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에서 1990년 후반부터 활성단층이 보고되기 시작했고, 울산단층 일원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등, 분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활성단층 등 지질문제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날 경우, 현재로서는 규제 기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안전 대책의 사각지대에서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반도 역사 지진 기록.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한반도에서는 2164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진도 5 이상은 440회, 진도 8 이상은 15회 발생했다. (자료 제공 = 김성욱 박사)

현재의 안전은, 자체 안전 보장이 아닌 악세서리와 같은 장치를 붙인 것

한병섭 박사는 현재 핵발전소 안전의 또 다른 문제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 자체 고유 안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미국의 기준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핵발전소 입지 조건, 밀집에 따른 평가와 안전 철학의 부재, 설계 취약성과 기술 오류 분석, 사고가 났을 때의 대책” 등을 전면적으로 다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 방재 대책에 대해서는 “사고 후 수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인명 중시 개념이 없고, 통제 및 구난 기능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 특히 방재 대책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방재 계획, 대피 시스템 개발, 대피시간 단축 방법 마련과 함께, 재난 체계를 국민 중심의 국가 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탈핵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 양기석 신부는 “그동안 한수원의 행태는 핵발전소 운영을 천운에 맡기는 태도였다”며, “최근 한빛 4호기의 부실문제까지 드러난 상황에서 그에 맞는 수준의 전반적 검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신부는 “한빛 4호기 수준의 부실공사로 건설된 핵발전소라면 경주 지진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경우 버틸 수 있겠는가” 라며,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과 관련, 각 핵발전소에서 폐기물을 관리하는 방식과 안전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김준한 신부는 “탈핵을 요구하면서 그동안 하나의 문제에 매몰되거나 총체적 시각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의심해 봐야 한다”며, “이미 사고는 많이 봐 왔다. 그것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의 문제다. 어떤 한 문제를 단순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불교환경연대 이태옥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이 헛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최소한 신고리 5, 6호기를 포함한 신규핵발전소 백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공동행동 장영진 집행위원장은 최근 들어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시공과 설계, 운영 문제와 관련, “최소한 해당 시공사에 부실 시공의 책임을 묻고 이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야 하고 한수원에도 징벌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에게 탈핵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 지역 주민의 경제적 삶도 고려해야 한다며, “핵발전소는 주민들의 합의로 들어온 것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들의 경제적 삶이 포함되어 있다. 안전의 문제와 함께 그 부분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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