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단체와 종교계, 핵재처리 실험 예산 1000억 원 전액 삭감 요구

‘핵재처리 실험저지를 위한 30km연대’가 10일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재처리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촉구했다.

대전지역 탈핵 운동 단체인 이들은 지난 7일부터 국회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여 왔으며,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원불교 환경연대를 비롯한 종교계와 정당, 지역 탈핵 단체도 농성에 참여했다.

국회에서 2018년 예산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핵재처리)과 소듐고속로 관련 예산 1102억 원을 두고 여야간 공방을 벌였다. 

핵재처리 관련 세부 예산 내역은 미래형 원자로시스템, 핵연료주기사업,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운영비 지원, 우주원자력국제협력기반 사업 등이다. 파이로프로세싱 등 핵재처리 방식 연구 등에 지원된 예산은 1997년부터 약 6900억 원이다.

30킬로미터연대와 연대 단체 등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파이로, 고속로 예산 전액 삭감, 핵재처리 실험 전면재검토 공약 이행, 신고리 4호기 등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 등을 촉구하며, 정부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대로 전면 재검토 약속을 지키고, 파이로와 고속로 실험을 전면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8일 열린 과방위 예결소위원회에서 예산안을 남겨 뒀다가 추후 가감하는 ‘수시 배정’으로 가닥을 잡은 것을 비판하며, “국회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정부의 탈핵 전환이라는 언명대로라면 당연히 (핵발전소 유지를 전제로 하는) 핵재처리 실험 예산은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했다.

11월 10일 국회 예산 의결을 앞두고 시민사회 단체와 종교계가 예산 삭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현진 기자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상병 신부(대전교구 정평위원)는 “핵발전소, 핵기술은 이미 끝난, 지속가능하지 않은 기술”이라며, “핵기술은 현재에는 국민의 안전, 건강을 위협하며, 가장 약한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동시에 후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쓰레기를 남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원불교환경연대 이태옥 사무처장은 “핵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는데 왜 핵발전소를 짓는가라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답해야 한다”며, “2024년이면 월성과 영광의 핵폐기물 (임시)저장소도 모두 차는데, 그 대안을 국민에게 묻겠다고 한다. 대안이 없으면 멈춰야 한다. 고준위 핵재처리 시설은 핵확산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유성구 주민 안옥례 씨는 지난 8일 열린 과방위 공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말에 참담했다면서, “지난 1년간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수많은 토론회와 설명회가 열렸고 충분히 이해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모른다, 너무 어렵다는 말을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전문적인 사실을 알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필요도 없다. 다만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위해 최소한의 판단이 필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한 도리를 저버리고 ‘전문적이어서 모르겠다’는 말로 핑계를 댈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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