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격납건물 벽 120곳 부식...불과 2년 전 "안전", 재가동 승인

전남 영광 핵발전소 한빛 4호기 콘크리트 방호벽에 구멍이 뚫린 데 대해 "핵발전 전체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방호벽은 우리 눈에 보이는 외벽으로, 핵발전소에 사고가 나면 나오는 방사능 물질을 가둬 놓을 수 있는 마지막 장벽이다. 흔히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끄덕없다던 그 벽이다.

지난 5월 한빛 4호기 격납건물철판의 두께가 부식으로 설계기준 6밀리미터, 관리기준 5.4밀리미터보다 3.8-5밀리미터 정도로 얇아진 것을 확인해 원인을 조사하던 중, 26일 방호벽 콘크리트가 비어있는 곳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정의행동 등 탈핵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앵무새처럼 반복해 온 한수원이 그간 얼마나 안전 문제를 등한시해 왔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라며, “격납건물철판과 방호벽은 핵발전소 폭발을 막는 안전장치로 한수원이 강조해 온 설비임에도 부식과 구멍이 났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비판했다.

또 “원안위는 한빛 4호기를 보수해 재가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는 이같은 ‘땜질 처방’의 반복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공 과정과 관리감독의 잘못에 대한 명확한 책임자 처벌을 진행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게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또 녹색당은 한빛 4호기뿐 아니라 한빛 1호기와 2호기, 울진의 한울 1호기, 부산의 고리 3호기에서도 철판 부식이 확인되고 있다며, “한빛 핵발전단지는 세계 핵발전소 부지 가운데 4번째로 큰 곳인데도 이미 부실자재 사용으로 위험성이 제기됐다. 같은 부품을 사용한 미국 원전 발전업자는 막대한 교체비용을 냈지만, 한국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안전성 확인 뒤 재가동한다는 한수원의 입장에 대해서도, 그들의 안전성은 핵발전소의 안전인가, 주민의 안전인가 물으면서, “정부는 주민참여를 통해 당장 한빛 4호기에 대한 정밀조사와 조기폐쇄를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 원자로와 격납건물, 방호벽 구조. (자료 제공 = 원안위)

콘크리트 방호벽은 원자로 격납고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물로, 원자로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격납고 다음으로 방사능, 방사성 물질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방호벽은 1.2미터의 두께로 콘크리트를 가득 채워야 하지만, 한빛 4호기의 방호벽은 상부 돔과 하부 경계지점 안쪽 57곳의 콘크리트가 비어 있었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가 비어 있는 부분 안쪽 격납건물철판(CLP) 내부에도 부식이 일어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7일 한빛 4호기와 고리 3, 4호기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우선 “한빛 4호기의 CLP 최상단 구간에서 (부식에 따른) 두께 기준 미달 부위가 120곳 발견됐으며, 이는 일부 구간에서 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아 수분이 들어가 부식이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리 3, 4호기 역시 “3호기 279개소, 4호기 80개소에서 CLP 두께가 미달됐다”며, “이 가운데 각각 208개소와 11개소는 시공 과정에서 유입된 이물질의 수분 또는 염분에 따른 부식이며, 나머지 71개소와 69개소는 부식이 없지만 시공 과정의 작업관리 소홀로 두께 기준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이 밖에 한빛 4호와 유사하게 시공한 핵발전소 10기 가운데 현재 정지 중인 신고리 1호기, 한울 5호기, 한빛 6호기에서는 공극(콘크리트가 빈 부분)이나 배면 부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한빛 4호기는 공극과 부식을 보수하고 원전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다른 유사한 시공작업을 가진 원전들은 한빛 4호기 평가를 고려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안위는 2015년 12월, 한빛 4호기에 대해 88개 항목을 검사한 결과 “원자로 및 관계 시설의 성능과 운영에 관한 기술기준을 만족한다”며 재가동을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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