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 절망과 좌절에 기쁨과 희망을 일으킨 사도들의 사도, 막달라 마리아
교회 안에서 여성의 직분에 대한 성찰을 일깨우다

7월 22일,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의식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특별한 시간들이 있다. 같은 시간이지만 의식하고 있는 것에 특별한 의미가 새겨지고 담겨지는 법. 실수를 통해 한번 더 새로이 바라보며 의식해 본다. 내 삶에 더 깊은 의미로.

교회의 축일에도 기념일 - 축일 - 대축일의 전례 서열이 있다. 기념일에는 의무기념일이냐 선택기념일이냐의 차이가 있다. 전례상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가의 서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성인이지만 그동안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은 ‘(의무)기념일’이었는데, 작년 6월 3일 교황청 경신성사성의 교령 ‘사도들의 사도’ 선포로 ‘축일’로 격상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이었다고 한다.

‘특별한 사랑의 응답’이라는 제목으로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의 삶과 그분의 삶에 대한 공경에 대해 나눈 적이 있지만, 오늘은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지는 성인에 대한 공경을 이제 와서 교회에서 전례적으로 더욱 특별하게 격상하는 의미, 무엇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가를 좀 더 생각해본다.

초대교회에서부터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직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고, 그분에 대한 공경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지만, 부활하신 예수를 첫 번째로 보았고, 정확하게는 부활하신 분이 당신을 알아보도록 부르셨고, 좌절하고 두려움에 빠져있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부활을 전하도록 명하셨으며 그는 그 말씀대로 실행하였고 제자들과 주님 부활을 선포하였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사도들의 사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교부들이 마리아 막달레나의 삶과 가르침을 연구하였다.

▲ 마리아 막달레나, 창녀이자 인류의 어머니이자 사도. (사진 출처 = 독일 가톨릭 뉴스(KNA))

마리아 막달레나는 동서방교회 모두에서 공경을 받는 성녀였다. 동방교회에서는 죽음을 앞둔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부어 닦아준 여인으로 주로 표현된다. 자신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새로운 삶을 열어 주신 분께 드리는 깊은 감사와 사랑, 누구의 어떤 비판적인 시선도 위협도 두려워하지 않고 표현하게 되는 사랑과 헌신의 마음이 강조된다.

12세기 이후, 교회쇄신과 평신도 신심운동이 확대, 강화되면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마리아 막달에나에게 ‘사도들의 사도’라는 명칭을 다시 언급해서 확인하였지만, 서방 가톨릭에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의문을 제기했음에도 간음하다가 끌려와 죄를 용서받은 죄녀와 바리사이의 집에서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 그리고 베타니아 사람 라자로와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의 세 인물을 막달라 마리아와 동일시하는 전통이 있었고 예술적으로 문학적으로 이런 모습을 형상화해냈다.

1962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에 비로소 이들과 관계없이 ‘성 금요일로부터 주님 부활까지의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독자적인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의 기념일로 확정하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여성의 존엄’에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명에서 여성의 중요성에 큰 관심을 두고 모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의 역할, 여성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정하였는데, 작년에 교령으로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을 전례적으로 격상하면서는 무엇보다도 이분의 축일을 사도들의 위치로 격상하며 그 의미를 확실하게 했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은 7월 22일로 그대로 유지되고 미사 경문, 성무일도 경문도 유지되지만 전례적으로 특별한 것은 고유의 감사송(Praefation)이 덧붙는다는 점이다. 다른 성인들의 경우에 거의 없었던 일이다. 베드로와 바오로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도들이 같은 감사송을 지닌다. 독일 미사 경본에서는 튀링엔의 엘리사벳 성녀와 헤드비히 성녀만 예외적으로 고유한 감사송을 지니고 있다. 감사송의 내용을 보자.

▲ (사진 제공 = 박유미)
<사도들을 위한 사도>

“전능하신 아버지,
권능이 넘치시고 더욱 자비로우시니,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일에서 아버지를 찬미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살아 계신 주님을 사랑하였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주님을 뵈었으며,
무덤에 묻히신 주님을 찾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처음으로 경배하였나이다.
주님께서는 동산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시어,
사도들 앞에서 사도 직무의 영예를 주시고,
새로운 삶의 기쁜 소식을
세상 끝까지 전하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주님, 모든 천사와 성인과 함께,
저희도 주님을 찬양하며 환호하나이다.”

감사송의 라틴어 텍스트는(독일어 번역에서 옮김) 분명하게 “교회에서 여성 직분(ministerium)에 대한 패러다임”으로 제시된다. ‘ministerium’은 우선 봉사를 의미하지만 많은 언어에서 ‘직분’이라는 말로도 번역된다.

감사송으로 새롭게 작성된 텍스트, 곧 감사송의 입문 부분은 그리스도께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사도들에 대응해서 사도직의 직분으로 공경 받도록” 했다고 쓰여 있다. 여기서는 ‘ministerium’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offizium’이란 단어를 택했다. 분명 독일어권의 주교회의가 로마와 공동 작업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교회 직분을 의미하는 이 독일어 단어 형태를 설정했을 것이다.

경신성사성 차관 아서 로시 대주교는 해설문에서 “현재 당면한 교회의 구조”에서 “더 깊이 여성의 존엄성”에 대해 성찰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라고 제시한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복음을 진실하고 권위 있게 선포한 여성 선포자의 모범이며 기쁨을 주는 중심적인 복음, 부활의 복음을 선포한 여성 복음사가의 모범이다.”

그리고 성녀는 분명히 예수의 제자들에 속했으며 “십자가까지 그분을 따랐고, 예수의 무덤이 있었던 동산에 있었으며 하느님 자비의 첫 번째 증거자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심지어 이 무덤이 있던 동산에서의 장면에 에덴 동산의 장면을 연결하며 마리아 막달레나를 새로운 하와의 서열에 세운다. 보통 지금까지 인류의 어머니 하와와의 비교는 성모 마리아와 연결되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성녀의 축일을 사도들의 위치로 격상하며 강조하려고 하신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현대 교회의 상황에서, 그리고 교회의 직분 안에서 여성의 존엄과 하느님의 자비의 위대한 신비를 선포하는 새로운 복음화에서 여성의 역할을 더욱 깊이 성찰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도직, 그리고 여성 부제직에 대한 논의와 연구, 준비가 뜨겁다. 하지만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 평신도로서 교회에서, 세상에서 복음화에 헌신하는 자세를 또한 일깨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 독일 뤼데스하임 힐데가르트 수녀원의 전시상. 향유를 붓는 여인의 현대적 해석이다. 주님의 발에만이 아니라 머리로부터 전신에 향유를 붓는 여인. (사진 제공 = 박유미)

축일 독서인 아가의 말씀. 보고도 보지 못하는 이들이 영혼으로 주님의 부활을 인식하게 하는 것은 사랑. 결국 주님의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깊이 담아 새롭게 살아가는 사랑의 삶과 관계 안에서 주님 부활을 깨닫고 선포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이의 시선이나 죽음의 두려움도 넘어서서 돌아가신 주님을 찾아가 울면서도 혹시나 어떤가 몸을 굽혀 들여다보게 되는 마음, 어느 곳으로 모셨을까 하는 생각에 차서 정작 주님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일 때 그 이름을 불러 알아보게 해 주시는 주님의 사랑.

주님의 자비에 삶을 바꾸어 정신없이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니는 아가의 여인처럼 그렇게 주님을 찾은 막달라 마리아이기에 주님은 그를 불러 알아보게 해 주셨고, 당신의 부활을 전하게 하셨다.

“더 이상 나를 잡지 말라!” 하신 말씀에 따라서 더 이상 인간적인 사랑에 집중하지 않고 그분의 사랑에 따라 부활과 그 사랑을 전하는 데에 평생을 바친 막달라 마리아. 그렇게 좌절과 두려움에 잠긴 사도들을 일으키고, 또 많은 이들을 밝혀주었던 사랑과 자비의 증거자.

사랑 받은 기쁨에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평생을 바칠 수 있었던 그 사랑의 힘을 다시 생각한다. “지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이 바로 내게 주시는 주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박유미 프리랜서(수산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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