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기념일을 축일로 승격

‘예수 부활의 첫 번째 증인’으로 공경 받아 온 성 마리아 막달레나의 기념일이 축일로 높여진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지난 6월 3일 교령을 발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의무 기념일이었던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을 이보다 더 높은 등급인 ‘축일’로 정했다고 밝혔다. 날짜는 전과 같이 7월 22일이다.

교령에서는 오늘날 교회가 여성의 존엄, 새복음화, 하느님 자비의 위대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신자들에게 마리아 막달레나를 모범으로 제시했다.

가톨릭 여성신학자 최우혁 씨는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이 축일로 승격된 것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결정이 “제도화되고 부패하기 전의 교회, 그리고 예수의 삶과 부활에 충실한 복음을 회복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서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마리아 막달레나를 “사도 중의 사도”라고 부른 것이 교령에 인용된 데 대해 “여성의 활동을 사도적 수준으로 재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우혁 씨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사도’로 보는 관점은 “교회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예수의 동등한 제자로서 활동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검토하겠다고 밝힌 여성 부제직을 현실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아 막달레나(막달라의 마리아)는 예수를 따랐던 여인 가운데 하나로 귀신 일곱에게서 해방되는 치유를 받고(루카 8,2),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체험한 증인이다. 막달라는 갈릴래아 호수 서안의 티베리아 북쪽에 있는 마을의 이름이었다.

▲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부활한 예수가 나타나다', 알렉산더 이바노프. (1835)

“한국 가톨릭 대사전”에 따르면 ‘막달라 여자 마리아’라는 이름은 신약성경에 12번 나온다. 이 가운데 역사적으로 신빙성이 있고 내용상으로도 중요한 단락은 마리아가 예수에게서 치유를 받고 감사한 나머지 갈릴래아 부인들과 함께 예수 일행의 시중을 들었다는 집약문(루카 8,1-3), 예수의 죽음과 장례를 지켜보았다는 수난 사화(마르 15,40-47), 예수의 무덤이 빈 것을 맨 처음 확인하였다는 빈 무덤 사화(마르 16,1-8), 부활한 예수를 가장 먼저 만났다는 발현 사화(요한 20,11-18) 등이다.

신약성경에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여러 명 등장한다. 초기 성서학자들은 마리아 막달레나와 예수의 발을 눈물로 적시고 향유를 바른 죄인으로 소문난 여인(루카 7,36-50), 마르타의 자매 마리아(루카 10,38-42), 베타니아 마을 라자로의 누이 마리아(요한 11,1-12)를 다른 사람으로 봤다. 그러나 그레고리오 1세 교황이 이들을 모두 같은 사람으로 보면서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공경은 더욱 성행했으며, 화가들은 ‘해골에 손을 얹고 뉘우치는 탕녀’로 마리아 막달레나를 그리기도 했다.

이처럼 신약에 나오는 여러 여성들의 이미지를 섞어 버린 설명과 달리, 미리암 파인버그 바머시의 “성경 시대의 여인들”(바오로딸, 2008)에 따르면 “근래에 와서 학자들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초대교회 공동체의 지도자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한다. ‘막달라 출신의 여인’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호칭 ‘막달레나’는 당시 그가 막달라 출신 주민으로 잘 알려져 있었음을 뜻하며, 루카 복음서 8장 첫 머리에 나오는 여성 제자 명단에서 부유한 요안나보다 먼저 언급된다는 사실은 마리아 막달레나의 중요성을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가톨릭교회의 전례일은 대축일, 축일, 기념일, 평일 등의 순서로 등급 순위가 정해져 있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서 2016년 7월 22일은 전과 같이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로 지내며 2017년 같은 날부터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 전례력은 매년 로마 전례력과 대조한 뒤 나오기 때문에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도 같은 과정을 거쳐 전례력에 수록하게 된다. 주교회의는 이번 경신성사성 교령에 첨부된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감사송을 번역해 교황청의 추인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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