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등 폭력책임자 오히려 승진

이철성 경찰청장이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계는 그 말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지난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해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당시 YMCA 사무총장 등을 비롯한 시민들은 평화 시위를 위해 완충지대 역할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우리는 당신들의 적이 아니다, 평화적으로 이곳에 있을 것이다. 공격하지 말라”면서 누웠다. 그러나 한 경찰관이 “밟고 지나가라”고 명령했고 전투경찰 등 약 100여 명이 누워 있는 시민을 방패로 찍고 곤봉으로 때리거나 군홧발로 밟고 지나갔다.

앞서 같은 해 3월 법무부는 진압경찰이 시위 해산 때 취한 행동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7월 당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정하고 엄격한 법집행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경찰이 자신감을 갖고 일할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7월 5일 국회에서 경찰의 인권침해에도 진상규명은커녕 처벌받지 않는 일이 되풀이되는 과거를 어떻게 청산할지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이재정, 표창원 등 국회의원과 천주교인권위 등이 속한 ‘공권력감시대응팀’이 주최했다.

서선영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2008년 5월 촛불집회가 시작할 때만 해도 경찰이 여학생을 군홧발로 밟거나 도망가는 여성을 진압봉으로 내려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는데, 집회 막바지인 8월에는 집회에서 경찰 폭력을 당연히 예상하고 가야 했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 등의 면책발언, 실제 이뤄진 면책 등으로 경찰의 폭력이 더 가혹해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경찰의 이런 태도가 계속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차벽은 일상이 되었고, 지휘부는 면책을 넘어 승진했으며, 시위 참가자를 공격 대상으로 하는 물대포는 백남기 농민의 희생으로 이어졌다”며 “모두 연장선상에 있다”고 했다.

이어 쌍용차 정리해고 파업, 철도노조 파업, 용산참사, 강정해군기지 반대 시위,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세월호참사, 2015년 민중총궐기까지 관련자들이 경찰폭력의 수많은 사례를 발표했다.

▲ 7월 5일 국회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진상조사와 책임자처벌이 먼저다"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다. ⓒ배선영 기자

발제자마다 경찰폭력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는 이런 국가폭력은 조직적, 의도적, 반복적으로 자행되며 결과지향적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목표를 달성하면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가한 행위자는 처벌되지 않고, 오히려 승진과 포상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박석진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운영위원은 “용산참사나 쌍용차 파업,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 등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던 경찰책임자들이 그 공을 인정받아 승진하거나 영전한 것같이 강정도 폭력 진압의 책임자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그 대가를 받았다”고 했다.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밀양에 공권력을 투입한 책임자인 이성한 당시 경찰청장은 퇴임한 뒤 한국전력 상임감사가 되었고, 밀양송전탑 지휘 책임자인 이철성 당시 경남경찰청장은 현재 경찰청장”이라고 설명했다.

용산참사 때 특공대를 투입하라는 진압작전을 승인한 지휘자였던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거쳐 현재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다.

이호중 교수는 경찰폭력사건의 진실규명이 인적, 제도적 청산과 함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처벌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넘어, 폭력적 공권력 남용으로 지배세력의 욕망에 부응한 경찰 간부가 더 많이 출세하는 것이 현재 경찰의 구조”라며 적폐청산을 위해 단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단절은 서서히 이뤄질 수 없으며, 순간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적 청산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모호한 경찰의 장비 사용이나 물리력 행사는 단호하게 금지해야 한다”며 밀양과 강정에서 반복됐던 이동 차단,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보는 채증, 차벽 등을 예를 들었다.

또 살수차와 정보인권 침해는 형식적으로 법적 근거는 있으나 헌법적, 인권적 정당성이 의심되는데, 그 기준과 한계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의 저항과 항의 행동에 대한 경찰의 개입 지점과 행동강령을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파업 현장에 경찰이 왜 진압 작전을 펼치는지, 그 정당성을 묻고, 경찰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발표를 끝까지 들은 표창원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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