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진실과 공정을 한 종지씩 부었던 자리"

6월 12일, 광화문 ‘월요 시국미사’가 2년 6개월의 여정을 마쳤다.

광화문 월요 시국미사는 2014년 12월 10일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가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는 304번의 미사를 매주 수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하면서 시작됐으며, 2015년 11월부터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제안으로 각 교구 사제단과 수도회가 공동 집전하는 월요 시국미사로 합쳐졌다.

만 2년 6개월, 약 120주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열린 월요 시국미사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희생자 위로는 물론, 백남기 농민 사건과 국정교과서 문제,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진상규명 등 불의한 사건을 바로잡으라는 요구와 지역 곳곳의 해고자들, 삼성 직업병 당사자,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 등 수많은 사안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던 곳이기도 했다.

“아직도 비정하고 무정한 세상은 그 길을 포기할 줄 모르고 그들이 누리던 달콤함을 쉽사리 버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미사가 끝나는 것이 더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요구한 그 세상을 위해서, 기대와 후원이라는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책임맡은 이들에게 돌려주고자 합니다.”

이날 마지막 미사에서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는 마지막 미사를 앞두고 마음이 수천 가지로 갈리는 갈등을 겪었고 미사를 마치는 것이 옳은 길인가 끝없이 물었다면서도, “비정한 세상, 무정한 시대를 살면서 드린 이 미사를 통해 정말 많은 이들이 만나고 연결되고 제 자리를 찾았고, 미사를 통한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 신부는, 미사에 참여하고 뜻을 함께했던 모든 이들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 모든 피조물들이 어울려 사는 대동세상, 불의와 비정을 저지르는 자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하느님나라를 소망하며 미사를 드렸다며, “이 미사의 의미는 연대였다. 밑빠진 독에 진실과 정의와 자애를 채우는 것은 연대만으로 가능하고, 하느님나라는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거나 끊어진 연대의 끈을 다시 잇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고 했다.

김인국 신부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일,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다. 우리는 고요한 데서 기도하는 것은 시끄러운 데서 쓰기 위함이라는 말을 기억하며 이곳에 모였다. 그것이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이고, 기도하는 이의 사명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공익근무’가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함께 기도할 이유가 생기는 날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 6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마지막 월요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 참석한 사제, 수도자, 신자들은 그동안의 시간에 서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한편, 광화문 미사에 머물지 않고 여전히 거리 곳곳에 있는 아파하는 이웃들을 찾아 연대하자고 당부하고 또 약속했다.

정현숙 수녀(예수수도회)는 “박근혜 정부의 폭정으로 비정상의 암울한 어둠 속, 답답하고 벽에 부딪힌 것과 같아 숨조차 쉬어지지 않는 절박한 시국에 광장의 미사는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여 기도함으로서 숨쉬게 하는 통로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광화문 미사는 답답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정의로운 신앙인들이 광장에 함께 모여 시국의 상황을 서로 얘기하는 기회였고 광장의 미사를 통해 진리가 승리할 것이며 반드시 이 땅에 하느님나라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지켜 낼 수 있었다”며, “연대함으로써 서로가 힘을 얻었고, 더더욱 적극적인 기도와 행동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시국미사에 함께해 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월요 시국미사와 함께 각 수도회에서 진행되던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을 기억하는 미사와 기도’는 올해 11월까지 이어진다. 또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하던 미사도 계속된다.

▲ 이날 미사에서 함께 손잡고 기도하던 이들은, 광화문을 넘어 아픈 이웃들이 있는 곳곳에서 연대할 것을 약속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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