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건 등 책임 촉구

“국민을 죽이고 진실을 은폐하는 대통령은 물러남이 옳습니다.”

10월 10일 저녁 1000명 넘는 천주교 신자들이 모인 ‘불의한 정권의 회개와 민중을 위로하는 시국미사’ 성명서의 한 문장이다.

‘광화문 시국미사 참여자 일동’ 이름으로 발표된 성명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세월호참사, 우병우, 최순실 권력형 비리, 일본군위안부 졸속 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 배치,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유전자조작 쌀 재배 시도 등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면서,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강하게 주장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봉헌된 이 시국미사에는 평신도와 수녀 등 1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사제 150여 명이 공동집전했다. 강론 말고도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이 제단에 올라 연대 발언을 하면서 미사는 추위 속에 2시간 동안 이어졌다.

▲ 10월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조명을 켠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한 기자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은 한 여성 신자는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니 지친 영혼이 깨어나는 듯했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주제로 미사를 거행했지만 특별한 타이틀이 걸려야 거리로 나오는 신자들에 대해 아쉬운 마음도 한 켠에 있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각 교구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좀 더 신자들에게 의미 부여를 촉구해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약한 우리 자신을 자각하고 함께 이 어두운 시절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자는 ‘우리가 백남기다’는 손팻말을 보고, 그 말을 외치며 마음이 아팠다면서, 백남기 씨 사망사건에 대해 “사람으로서 그렇게 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날씨가 추웠지만 많은 신부, 수녀,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라며 “모두가 하나되는 순간”이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용태 신부(대전교구 정평위원장)는 강론에서 교회와 신자들이 정부나 권력자들과 싸우기 위해 “더 강해지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세상의 방식과는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김 신부는 “우리는 약해져야만 약한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고, 작아져야만 작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비워야만 가난한 이들을 채워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10월 10일 천주교 신부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봉헌된 시국미사 도중 "우리가 백남기다"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어 올리고 있다. ⓒ강한 기자

이번 시국미사는 군종교구를 뺀 한국 천주교 전체라 할 수 있는 15개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구현사제단, 한국가톨릭농민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함께 준비했다. 백남기 씨가 쓰러진 뒤 광화문광장 등에서 봉헌된 2015년 12월 28일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전국 동시다발 시국미사’로부터 약 10달 만의 대규모 시국미사였다.

미사를 마친 참가자 일부는 백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건물 앞까지 걸어가 영정 앞에 조화를 놓으며 추모했다.

▲ 10월 10일 시국미사를 마친 신자들이 백남기 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건물 앞에서 영정 앞에 조화를 놓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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