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회 맞은 ‘독재 타파 천주교 시국기도회’

매주 월요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시국기도회’가 6월 13일 서른 번째를 맞았다. 미세먼지로 공기까지 탁했던 무더운 저녁, 월요일 피로를 마다하지 않고 모인 270여 명의 신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광장에 왔을까?

기도회를 마친 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만난 신자들 중에는 오늘날 한국에서 ‘하느님나라’를 이루는 데, 또 권력의 잘못을 비판하는 사제들의 활동에 자신의 여리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서 참여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민휘 씨(미카엘)는 세월호참사 추모미사는 몇 번 참석한 적이 있지만 이번 시국기도회에 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뒷걸음질하고 있다고 느끼던 중 트위터에서 시국기도회 소식을 듣고 “좋은 뜻”이라고 생각해 사제, 수도자들에게 “힘을 보태 드리는 차원에서” 기도회에 왔다.

서울에 있는 성당에서 전교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숙 수녀(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는 “함께한다”는 말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햇수로 5년째인 것 같아요. 대한문부터 광화문, 강원도, 제주도, 함께할 수 있는 곳에서 함께하고자 한 것이.”

그는 자기자신의 힘이 “작은 모래알 같다”고 느끼지만,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하고 구원 안에서 사는” 하느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는 데 그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김 수녀는 “악의 세력”은 너무나 강해서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하느님나라가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거리의 기도를 계속할 생각이다.

▲ 6월 13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국기도회에 270명 넘는 신자들이 참석했다. ⓒ강한 기자

이 시국기도회는 지난해 11월 16일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개악’을 비판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세월호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있는 광화문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11월 23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7시에 열고 있다.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으며, 11월 30일부터는 ‘신종 쿠데타, 신유신독재 타파를 위한 천주교 시국기도회’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 제목에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함께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박근혜 정부를 ‘쿠데타’나 ‘유신독재의 부활’로 여기는 사제, 수도자들의 시선이 녹아 있다.

시국기도회는 순번에 따른 담당 교구와 수도권 곳곳에서 모인 사제들이 공동집전하는 미사로 이뤄지며, 대개 미사 끝에 공지사항 시간을 활용해 연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활동가나 노동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6월 13일 미사는 탈핵 활동으로 잘 알려진 박홍표 신부 등 원주교구 사제들이 중심이 됐다. 부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박석분 운영위원이 참석해 2002년 6월 13일 신효순, 심미선 양이 주한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사건에 대한 기억과 추모활동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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