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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농, 50년을 맞다"그간 일 생각하면 기적"

가톨릭농민회가 5월 15일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기념식은 전국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과 도시생활공동체 회원, 역대 지도사제 등 400명이 모인 가운데 미사와 축하공연, 원로회원들에 대한 감사 인사, 공로상과 특별상 시상 등으로 진행됐다. 기념행사가 열린 베네딕도 수도원은 1966년 한국가톨릭농촌청년회가 출범해 가톨릭농민회가 시작된 역사적인 장소다.

가톨릭농민회가 50주년을 맞은 것은 지난해였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 사건이 1년여 해결되지 않아 가톨릭농민회가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자연스레 올해로 미뤄졌다.

기념행사 첫 시작인 미사는 올해부터 가톨릭농민회를 관할하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인 강우일 주교와 지도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강 주교는 강론에서 “대한민국 굴곡의 역사를 온몸으로 짊어지고 이 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싸워 온 농민 형제, 자매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며, 백남기 농민의 안식을 함께 빌었다.

그는 “농부는 자연을 살피고, 생태계를 살리고 하나뿐인 지구의 생명력을 풍성하게 하는 창조주의 협력자”라며, 불과 20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산업화와 기계화가 농민들을 쫓아냈지만, 그럼에도 도시민들의 삶의 질은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 주교는 “농사를 버리고 땅을 버린 결과는 우리의 생명을 우리 손으로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런 식으로 산다면 우리 손으로 우리의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며, “이 지구를 살리는 일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농민이다. 그들의 생명운동을 보고 창조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아 세상을 살려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 왜관 수도원 마당,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가톨릭농민회, 도시생활공동체 회원들. ⓒ정현진 기자
   
▲ 50주년 기념미사를 집전하는 강우일 주교와 역대 사제단. ⓒ정현진 기자
   
▲ 왜관 수도원 성당을 가득 채운 회원들. 50년의 지난 역사에 감사하며, 다시 생명의 길을 다짐하는 기도를 드린다. ⓒ정현진 기자

기념식에는 원로 농민회원뿐 아니라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 1대 지도신부였던 이석진 신부(성 베네딕도회), 군부독재 시절 오원춘 사건 등을 함께 겪었던 이종창 신부(마산교구 원로사제) 등이 참석했다.

이종창 신부는 가톨릭농민회 50주년에 대한 소회를 묻자, “마치 천국을 보는 것처럼 기쁘다. 건강이 좋지 않지만 이 모습을 꼭 보고 싶어서 왔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오원춘 농민과 깊은 인사를 나누던 이 신부는, “작디작은 씨앗으로 시작된 가톨릭농민회는 독재 정권의 칼날과 무수한 짓밟힘을 견디고 여기까지 왔다”며, “초창기과 이후의 고난을 생각하면 50주년은 기적과 같다. 사제들은 그저 뒤에 서 있었을 뿐, 모든 일은 그동안 모든 고난과 고통을 겪어 낸 농민들의 덕분”이라고 감사했다.

정현찬 회장도 대회사를 통해 회원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밝혔다. 그는, “누구보다 하느님께 감사하며 하느님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던 50년의 활동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 길을 하느님 사랑, 하느님의 정의로 지금까지 이 땅을 농촌을 지키고 함께해 왔다. 앞으로 가톨릭농민회 제단에 바쳐진 백남기 농민의 정신을 지키고, 그 정신으로 세운 새 정권에서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면서 사람 사는 세상, 하느님의 세상으로 만들자”고 독려했다.

가톨릭농민회 1대 회장이자 이번 50주년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길재 씨는 “많은 형제, 자매들의 희생과 고생으로 50년 된 가톨릭농민회라는 큰 나무를 한국 사회에 심을 수 있었다”며, “이 자리에서 과연 오늘의 농업과 농민이 가톨릭농민회에 기대와 희망을 걸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촛불혁명으로 독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듯, 우리 가농도 모든 농민들이 가농에 희망과 기대를 걸 수 있도록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다.

“우리 가톨릭농민회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무릇 사회운동이란 그 시대의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사회적 실천행위다. 우리가 갈 길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생명공동체의 길’뿐이다. 그것만이 생명의 길이요, 진리의 길이며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가톨릭농민회 창립 50주년 선언 중)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은 이날 50주년 선언에서 그동안 가톨릭농민회가 ‘개인 변화와 사회 변화의 동시 수행’, 농촌사회의 민주화와 공동체적 삶의 실현, 제도교회의 변화 등에 미흡했다고 고백하고, “스스로와 땅, 농업, 뭇 생명을 살리며, 이웃,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생명운동의 생활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 군부독재 시절을 함께 지나온 동지. 이종창 신부와 오원춘 회원이 따뜻한 인사를 나눈다. ⓒ정현진 기자

한편 가톨릭농민회는 ‘가톨릭농민회 50년사’를 발간하고 5월 2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출판기념회와 후원의 밤을 연다.

한국가톨릭농민회는 1964년에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가노청)의 농촌청년부로 태동한 뒤, 1966년 10월 17일 한국가톨릭농촌청년회 창립총회를 열고 가노청에서 분리 독립했다.

초창기에는 농업기술 보급 등 사회개발에 주력하다가 1972년에 이름을 지금의 가톨릭농민회로 바꾸고 “농민운동”에 나섰다.

그 뒤 소작실태 조사, 쌀 생산비 조사, 농협민주화운동 등으로 농민권익 보호에 나서다가 함평고구마사건(1976-78), 오원춘 사건(1979)으로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과 대립했으며 최근 백남기 농민 사건까지 크고 작은 시국사건을 겪어 냈다. 1990년 무렵부터 유기농업을 중심으로 한 생명운동으로 방향을 재정립한 뒤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더불어 생명농업, 먹거리 운동을 통해 농촌과 도시를 살리는 생명운동을 지키고 있다.

   
▲ 회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시상과 감사패를 전달했고, 특별상은 오원춘 회원과 백남기 회원이 받았다. 백남기 회원의 부인 박경숙 씨가 대신 수상했다. ⓒ정현진 기자

   
▲ 행사의 마지막 대동놀이. 지역별 줄다리기에 마지막 힘과 흥을 쏟는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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