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몰리는 쌀 자급.... 우리농, 생명쌀 지킴이로 팔 걷었다

대통령 공약이던 쌀값 21만 원(80킬로그램)은 고사하고 현재 쌀값은 농협 수매가로 약 12만 원. 30년 전 값으로 최악이다. 설상가상 정부는 최근 ‘공공비축미 우선 지급금’을 강제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8월 공공비축미 출하 농가에 40킬로그램 당 4만 5000원을 우선 지급했지만 실제 쌀값이 4만 4140원으로 떨어지자, 차액 860원을 농협을 통해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환수금은 약 197억 원이다.

현재 농가 상황을 살펴보는 데 많은 지표가 있겠지만, 농가 수입으로 보면 2014년과 2015년 농가에서 순수하게 농사로 얻는 수입은 각각 1030만 원, 1125만 원(통계청 자료)이다. 전체 수입은 평균 3000만 원 안팎이지만, 이 가운데 70퍼센트는 농업 외 수입으로, 농가가 농사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꾸준히 요구해 온 것은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 안정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쌀값 폭락에도 밥쌀용 쌀을 계속 수입하겠다면서 2017년에도 밥쌀용 쌀 2만 5000톤을 포함한 11만 6000여 톤을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식인 쌀을 수입하면서 쌀이 남아도니 농지를 줄이겠다는 동안, 농민 수는 20년 만에 절반이 줄어들었고 그 마저도 40퍼센트 가깝게 고령인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을까.

정부의 모순되고 철학 없는 농업정책으로 한없이 내몰리는 농민들이 우선 기댈 곳은 ‘소비자’다. 농산물은 싸야 하고, 싸도 된다는 인식을 바꾸는 소비자, 농업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의 삶과 생명, 나아가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소비자다.

“쌀을 놓칠 수는 없다”
우리농, 쌀 계약 생산과 책임소비 주력

▲ 부산교구 가톨릭농민회 방우일 회원이 생산한 생명쌀. 얼굴이 있는 농산물. ⓒ정현진 기자
이런 이유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쌀 소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각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2014년부터 가톨릭농민회가 생산한 생명쌀 약정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수도권 공동 수매량을 늘려, 책임 소비에 주력한다.

우리농이 ‘쌀’에 집중하는 이유는 주식인 쌀의 자급률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터무니없이 떨어진 쌀값을 보장해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농은 “생산비 보장”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두고, 쌀 약정 제도를 통해 계약 생산과 책임소비 정착을 꾀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쌀, 누가 생산했는지 아는 ‘얼굴 있는 생명쌀’을 먹고, 이 과정에서 도시와 농촌 간 신뢰를 회복한다.

2016년, 가톨릭농민회에서 생산한 유기농 쌀은 약 1200톤(메벼 900톤, 찰벼 300톤). 우리농은 각 교구 도시생활공동체를 중심으로 개별 쌀 수매를 하면서, 165톤을 수도권과 대전, 청주, 춘천 등 중부권 소비분으로 공동수매 했다.

교구마다 수매가가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수매가는 1등급 메벼와 찰벼 40킬로그램에 각각 7만 7000원, 8만 4000원이다. 이는 쌀 소비가 쉽지 않자 농민들이 가격 조정을 하자고 제안해 2015년 8만 4000원과 9만 2000원에서 낮춘 가격이다. 이렇게 수매한 쌀은 10킬로그램에 3만 6800원(80킬로그램에 29만 4400원)에 소비자들에게 공급했고, 약 130톤을 팔았다.

교회 내 쌀 소비량, 전체 가농 생산량의 14퍼센트에 그쳐
1200톤은 1만 명(가구)이면 소비 가능

우리농은 지난 3년간 수도권과 중부권 공동수매량을 늘려 평균 173톤을 수매해 153톤을 소비했다. 그러나 이는 가톨릭농민회 전체 쌀 생산량의 약 14퍼센트다. 가톨릭농민회가 교회의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따르겠다며 어렵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그 생산물의 80퍼센트 이상은 교회 밖에서 소비되는 셈이다.

부산교구는 2016년에 단일 교구로 가장 많은 140톤을 전량 수매해 전량 소비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김인한 신부는 “실제로 140톤은 많은 양이 아니다. 개인 회원으로 보면 약 1000명이 소비하는 양이고, 이는 대도시 한 본당 신자 수”라고 말했다.

김인한 신부 설명에 따르면, 2016년 가톨릭농민회에서 생산한 유기농쌀 1200톤은 개인회원 약 1만 명이 모두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김 신부는 우리농 쌀소비와 관련해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소비량보다 우리농에서 쌀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농은 가공품보다 1차 농산물 그 가운데서도 쌀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우리농 내부에서도 쌀이 가장 먼저라는 인식이 충분한가, 우리농 매장 안에서 쌀은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쌀 문제에 대해 얼마나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중가보다 비싸서 소비가 힘들다고 여기지만, 막상 쌀값이 비싼 이유와 취지를 잘 설명하면, 생각보다 소비자들은 쌀값에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면서, “가장 중요한 밥에 드는 비용보다 부식비가 훨씬 비싸다. 먹는 것을 가격경쟁력으로 판단하는 것, 내가 먹는 밥을 누가 생산했는지도 모르는 관계성 상실이 본질적 문제”라고 말했다.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 상임위원으로 주잡곡위원장을 맡은 김용만 농민은 광주 가농에서 생산한 쌀 24톤은 거의 전량 수매를 했다면서, “우리농 수매가 16-19만 원이면 그나마 생산가 보장은 된다”며, 일반 쌀 수매가도 최소한 15만 원은 받아야 하지만 현재 12만 원, 11만 원 선에 그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래도 가톨릭농민회는 신자들과 도시 소비자들이 협력해 줘서 큰 힘이 되고, 힘들게 유기농사 지은 보람을 찾고 있다”고 고마워하면서도, 정부의 밥쌀용 수입으로 쌀이 남고 있다는 인식, GMO 시험재배, 그리고 쌀 외의 농산물 가격 하락 등 총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고 이는 전 국민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 "쌀은 생명이다" 지난해 백남기 농민 사건 농성장 앞에 걸렸던 현수막. ⓒ정현진 기자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교회의 생명 운동이라는 인식 없어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함께 맞물려 가야 하는 운명공동체다. ‘가톨릭농민회 생산규정’은 “생명농업은 생산공동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활공동체와 함께 굳은 연대와 협동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우리농은 “도농협력”을 가장 앞에 두고, 농민의 위기는 생명의 위기이며, 농민의 위기는 곧 도시생활자의 위기임을 외친다.

교회 내 운동이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산자 농민에 비해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적으로 보면, 일례로 한살림 생협의 서울경기지역 회원 수는 2017년 1월 현재 약 39만 명인데 비해, 소비자가 가장 많은 서울경기 지역 우리농 회원 수는 약 1만 8000명이다. 전국에 우리농 활동가가 있는 본당은 200개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대전과 청주, 춘천 등은 아직 본당에 우리농 활동이 없거나 미비하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백광진 신부는, 회원관리나 홈페이지 개선, 농산물 소포장 등 가톨릭농민회가 생산한 농산물을 더 많이 알리고 팔아, 소득을 농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교회가 생명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한 운동이 20년을 넘긴 시점에서도 여전히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일반 소비자보다 먼저 교회 내에서 이 운동을 확립하고 널리 퍼뜨리는 것이 우선이지만, 교회 구성원들 특히 사제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는, 우선 본당에서도 활동가들을 활동가가 아닌 단순 판매자로 바라보고 있고, 사제들은 사목적으로 이들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러 이유가 있지만 서울에서도 가장 먼저 우리농운동을 시작한 목동 본당에서 활동이 중단된 것은 뼈아픈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본당에서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사제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인식 전환 그리고 협력이 필요하지만, 협조 공문을 보내거나 사목 부서 소개, 일시적 교육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농전국본부 생명농업실천위 담당자는 전반적으로 우리농산물 소비가 줄고 있는데, 특히 쌀은 놓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교회 차원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교회 운동으로서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라면서, “올해는 농민, 활동가, 실무자, 담당 사제가 참여하는 수도권 도농협력모임을 별도로 꾸려 보다 체계적으로 쌀 수매와 판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농은 올해, 추수 때 수매량을 정한 것과 달리 볍씨를 소독하는 3월 전에 수매량을 정해 농민들이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재고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쌀 지킴이 활동’을 통해 쌀 약정을 미리 받는 교구는 안동, 부산, 광주대교구 세 곳이다. 안동교구는 1년 80킬로그램 기준으로 약정을 받고 있으며, 부산은 40킬로그램과 80킬로그램 단위로 신청할 수 있다. 광주대교구는 약정 수량에 제한이 없다.

쌀 약정 신청 문의

-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 054-843-0128 (소비자가격 17.5퍼센트 할인)
- 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 051-464-8495 (소비자가격 5.4퍼센트 할인)
- 광주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 062-373-61850 (소비자가격 13퍼센트 할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