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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조현철

3월, 봄이 왔습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우리 사회는 어수선하고 혼미하기 짝이 없지만, 새내기들이 들어온 대학에는 그래도 싱그러움이 넘칩니다.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 차, 교정을 누비는 새내기들을 바라보는 일은 즐겁습니다. 아무쪼록 이들이 공부는 물론,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하여 한껏 성숙해지길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유례없는 취업난에, 대학에 들어오면서 취업 걱정부터 하는 친구도 많을 것입니다. 대입 공부가 끝나자마자 취업 공부가 기다리고 있는 판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바람을 가져 봅니다. 대학이 ‘좋은 삶’에 대해 홀로 또 함께 깊이 성찰하는 때였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근본적 질문을 대면해야 합니다. “인간은 누구인가?” “삶은 무엇인가?” 흔히 이런 질문들은 비효율적이라며 외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삶에 정말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질문은 답을 얻기 어렵거나, 아예 답이 없는 질문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답을 얻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물음 자체가 삶에 중대한 영향을 줍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질문을 하느냐 않느냐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어린 왕자") 정말 중요한 질문은 원래 답이 없는지 모릅니다.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행하는 공부가 각자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의 공부가 앞으로 각자가 살아갈 길을 비추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의 공부가 각자가 몸담고 사는 이 세상을 제대로 읽는 힘, 그 안에서 제대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공부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능력을 닦는 수련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러면서, 공부의 뜻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님은 자신의 마지막 저서인 "담론"에서 工夫(공부)의 글자 뜻풀이를 이렇게 하셨습니다. 첫째 글자 ‘工’은 위, 아래의 두 선을 잇는 모양이니,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글자 ‘夫’는 하늘과 땅인 두 선을 人(사람)이 잇고 있는 모양이니,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공부는 하늘과 땅을 사람이 연결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능력을 닦는 수련입니다.

하늘과 땅을 사람이 연결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신영복 선생님의 글자 풀이는 여기서 그칩니다. 각자가 생각해 보라는 초대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나름, 생각해 봅니다. 하늘의 뜻을 땅에서 이루어지게 하면, 그것이 바로 하늘과 땅을 잇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사람마다 하늘의 뜻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느님의 뜻일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 6,10)

그렇다면, 공부는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땅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 뜻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분야는 각기 달라도 공부의 동기와 목표는 동일합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것, 하느님의 뜻을 땅에서 이루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고 진리입니다. 그러니 공부는 진리를 배우고 익히는 것, 그렇게 얻은 진리를 살아 내는 것입니다. 공부는 사랑을 배우고 익히는 것, 그렇게 얻은 사랑을 살아 내는 것입니다. 공부는 진리를 증언하고 진리에 순종할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공부는 사랑에 헌신하고 이웃의 필요에 응답할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공부란 이렇게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것입니다. 공부 자체가 우리 삶을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켜 갑니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모두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응원과 축복을 보냅니다.

 
 

조현철 신부(프란치스코)

예수회 신부, 서강대 교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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