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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나의 문제"위안부 미사에 온 일본 신자들
배선영 기자  |  daria20120527@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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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3  11: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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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나의 문제다.”

비가 내리는 3.1절,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에 함께한 오쿠미치 나오코(73, 프랑크푸르트), 구주 노리코(67, 베타니아의 마리아, 도쿄).(오쿠미치 씨는 자신의 이름이 세례명이다)

오쿠미치 씨와 구주 씨는 맨 앞줄 바닥에 앉았다. 알아들을 수도 없고, 길거리 미사가 낯선 경험인데도 이들은 “미사 속에 빨려 들어가” 하나가 되었다.

구주 씨는 “완전히 존재 자체로 미사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내 문제라고 느껴서 미사에 완전히 몰입했다.”

이날 미사 전에 수요시위에서 그는 일본인으로서 죄송하다는 공개 발언을 했다.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할머니들을 무시한 것으로, 무효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것은 가해자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했다.

또 “일본이 진실로 사과하지 않고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저희 부족함 때문”이라며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전부터 그는 꼭 이렇게 공식적으로 사죄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수요 시위에 찾았지만, 혼자 뭘 어찌할 줄 몰라 마음으로만 사죄하고 돌아갔다. 일본에서 SNS로 나카이 준 신부(일본 예수회)가 수요시위에서 발언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이렇게 나서서 사죄할 기회가 있겠구나 싶어 준비를 해 왔고, 그게 바로 3.1절에 이뤄졌다.

그는 “정말 오늘 원하는 것을 이뤄서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정말 감사하고, 이 자리는 하느님의 초대로 이뤄진 것 같다”고 감격해 했다.

   
▲ (왼쪽 세 번째부터) 구지 노리코 씨, 오쿠마치 나오코 씨가 2017년 3월 1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에 함께한 모습. ⓒ배선영 기자

일본 가톨릭노동자회(ACO) 활동을 한 그는 1976년 전태일의 어머니를 만나러 한국에 처음 왔다. 2010년에는 "한국의 독립에서 배우는 여행"을 왔고, 한일 병합 100주년인 이 해부터 두 나라의 문제는 나라 사이의 일이 아니라 “내 문제”가 됐다.

이 여행에서 구주 씨는 식민지 때 일본이 조선에 어떻게 했는지 알게 됐다. 그는 “일본에 있을 때는 일본의 역사를 몰랐는데, 한국에 와서야 우리 역사를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한일 탈핵도보 순례에 참여해 사람들과 만나면서도 역사와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해 더 알게 됐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 등을 보면서 한국의 상황이 문제는 일본의 문제와 긴밀히 얽혀 있으므로 자신의 문제라고 여겨졌다.

이날 미사에서 그는 “하느님이 시작하신 일을 완성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독일에서 탈핵 운동을 하는 오쿠미치 나오코 씨는 한일 탈핵순례에서 만난 구주 씨의 제안으로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먼 곳에서 날아 왔다. 오쿠미치 씨는 한일의 오랜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두 나라가 형제자매 같은 사이라고 여기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막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탈핵순례도, 이 미사도 한국교회와 하느님이 불러서 왔으며, 이 기회는 “두 나라가 다시 형제자매가 되는 길에 내가 처음 발을 내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자신은 초보자이지만, 이 길을 계속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오쿠미치 씨도 지난해 한일 탈핵순례를 왔다가 독립기념관, 서대문 형무소 등에 가 본 뒤 역사를 다시 알게 됐다. 일본과 한국의 근대사에 관한 책을 보고 꼭 다시 한국에 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일본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만나서 관계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국가 간 문제가 되면 해결이 힘들다고 말했다.

   
▲ 구지 노리코 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서 가지고 다녔다. 일본 주교회의가 번역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 주교회의 입장문. ⓒ배선영 기자

일반적으로 일본 사람들은 식민지 지배에 대해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는데, 1965년 한일협정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고 죄책감을 좀 덜었다. 오쿠미치 씨는 “이런 상황에서 한 정치가가 협정을 뒤집으며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나 총리의 입장이 아닌 외교 차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사람인 이들이 한국 사람처럼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한일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것은 드문 일일 것이다. 구주 씨에 따르면 대부분 일본 사람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전진"으로 평가하고 위안부 문제느느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일본 매체에서 그렇게 보도하기 때문이다. 구주 씨는 후쿠시마 사태 뒤 언론 보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도쿄신문>만은 전력회사나 정부의 입장이 아닌 사실대로 보도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협정에 대해서는 <도쿄신문>도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였다.

구주 씨는 이 문제에 대해 인터넷에서 스스로 찾아보며 공부했다. 특히 일본 주교회의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 주교회의 입장을 번역해 공개한 것이 도움이 됐다. 그는 평화헌법에 대해 공부하는 ‘이냐시오 9조회’라는 모임,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전국행동이라는 일본 단체에서 나온 자료들을 모아서 가지고 다녔다.

궂은 날 차가운 바닥에 앉아 추위도 잊은 채 미사와 하나가 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바란 이 일본 신자에게 고마움과 따뜻함이 전해졌다. 인터뷰 중에도 고개를 숙이며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이들.

그들은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한일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의 하나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관계를 맺는 것이 교회다.” 이런 작은 교회가 모여 평화를 이룰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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