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복음화연구원 심포지엄

지난 11월 12일 동아시아 복음화연구원이 제4회 심포지엄에서 ‘일본 사회와 가톨릭 교회’라는 주제로 교회와 사회 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검토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시민운동은 시민(민중) 안에서 활동하시고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역사를 널리 전파하는 모든 노력을 뜻한다."

이 자리에서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장을 맡고 있는 하야시 히사시 신부(예수회)는 그리스도인에게 시민운동이 어떤 의미인지, 나가사키 26위 순교성인 박물관장인 렌죠 데 루카 신부(예수회)는 일본교회에 대해 발제했다.

하야시 히사시 신부는 학술적 발표 형식이 아니라 온몸을 쓰며 이야기하듯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본격 발표에 앞서 일본인으로서 일제 때 일본이 한 일에 대해 사과했다. “내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역사를 안 이상, 일본이 동아시아에 저지른 만행을 사죄하지 않고는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다.”

이어 그는 자신의 후임이 될 나카이 준 신부를 소개하며, 그가 수요집회에 참여하고, 위안부 할머니에게 사죄한 일이 희망의 징표라고 했다.

시모노세키는 인구 약 30만 명 규모의 지역 도시다.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는 1968년에 생겼고, 하야시 신부는 1970년에 이곳에 부임했다. 논평을 한 최영균 신부에 따르면 이 노동교육센터는 어린이 도선과, 학교급식소, 동티모르와 아프리카 지원 등 복지 영역과 오키나와 미군기지 건설 반대, 이주노동자 관련법 개정, 사회교리 공유, 탈핵, 한일 교과서, 위안부 문제 등 시민운동 영역에서 국내, 국제단체들과 연대해 활동한다.

▲ 하야시 히사시 신부(예수회, 82) ⓒ배선영 기자

하야시 신부는 일본에서 시민운동은 교회가 아니라 환경, 인구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시작했으며 예수는 작은 시민들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사가 끝난 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물으며 구체적으로 노숙자를 찾는 신자가 있다며 이들 마음 깊은 곳에 부활하신 예수가 있다고 했다.

또 병으로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울 때, 열악한 노동환경을 못 견뎌 도망가려는 불법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를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할 때, 그 사이에 하느님나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느님나라는 건물을 세우고, 훌륭한 장례식을 거행하는 게 아니라 그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사이에 관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열변했다.

“(맨 앞에 앉은 여자 어린이들을 가리키며) 이 아이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지 않고, 화학성분이 많이 든 음식을 먹지 않도록, 나중에 이 아이의 남자친구가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도록, 이 아이와 친구들이 무기 만드는 공장에서 돈을 벌어 기뻐하지 않도록, 이렇게 사이사이 관계를 만드는 것이 넓은 의미의 시민운동이다.”

그는 계속 관계 속 하느님나라를 강조하며 “전 지구 시민이 서로에게 밥 먹었냐고 묻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교회도 시민운동과 떨어져 있지 않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세계의 굶주림, 세계의 어린이가 기본적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 기본적 의료혜택을 해결하는 것을 21세기 교회의 주요 목표로 하고, 전쟁을 하지 않는 것,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것, 어린이의 인권을 무시하지 않는 것을 부목표로 했다며 세계 가톨릭교회가 이를 위해 힘을 합친다면 그것이 바로 지구적 시민운동이라고 강조했다.

▲ 11월 12일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이 '일본 사회와 가톨릭 교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배선영 기자

렌죠 데 루카 신부는 일본교회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고령화되고, 출산율은 줄어드는 등 일본교회도 선진국 교회과 같은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지난 250년간 그리스도인을 박해했던 일본 정부가 신앙을 이해하면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긍정적 측면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는 그리스도인 유산을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유산 후보로 신청했다. 또 신자가 아닌 많은 이들이 가톨릭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길 원하고, 그에 따른 교회의 지침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은 심상태 몬시뇰이 2013년 한국교회의 아시아 복음화 사명을 위해 제안해 만들어졌다. 한국 그리스도사상연구소의 산하단체며, 천진암 성지 인근에 연구소가 있다. 수원교구 김동원 신부가 회장을 맡고 있다.

한편, 염수정 추기경은 격려사에서 서울대교구의 해외선교 노력을 소개하고, 해외선교는 토착화, 교회일치 운동, 교황청 인류복음화 성과의 협력이 중요하며, 예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복음을 전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 주는 것이며, 자비가 세상을 덜 춥고 더 정의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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