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경우

성탄절 때가 되면 우리는 성탄 시기의 “진정한 의미”를 두고 항의하는 소리들을 자주 듣는다. 성탄절의 그리스도교적 요소들을 강조하는 데 열심인 사람들이다. 반면에 이 대중적인 겨울 축제는 이교도적 뿌리가 많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그리스도교와 이교 전통이 이렇게 섞이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닐뿐더러, (많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듯) 미국에 고유한 것도 아니다.

1800년대 말에, 아일랜드가 아직 영국 식민통치에 저항해 싸우고 있을 때, 그리고 대기근 사태의 상처에서 아직 회복 중이던 때, 미국인 민족지학자인 제임스 무니가 아일랜드 주민의 문화연구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아일랜드인들은 가톨릭 신앙을 고대의 켈트 족 전통 및 신화와 결합시켰다. 무니가 기록한 이러한 전통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도 아일랜드 여러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성녀 브리짓 축일은 불 축제인데 이교적인 캔들마스 기념과 연관이 있다.(편집자 주- 브리짓 성녀는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가운데 하나로 축일은 2월 1일이고, Candlemas는 그리스도교의 주님공현축일(2월 2일)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또한 이날은 켈트 족의 여신인 브리지드 또는 브리즈와 연관이 있는데, 이 여신은 원래는 가축과 낙농업의 수호자였다. 이날을 어떻게 지내는가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행렬을 지어 함께 옮겨 다니며 대접하는 것은 공통된다.

▲ '즐거운 성탄절'이라는 뜻의 아일랜드어 네온 표지. (이미지 출처 = JSTOR DAILY)

아일랜드 축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성 파트리치오 축일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날을 술 마시는 날로 생각하는 수가 많지만, 1800년대 아일랜드에서는 농사와 연관된 면이 더 컸다. 성 파트리치오 축일(3월 17일)은 정원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기 좋은 때로 여겼다. 또한 코나마라 지방에서는 이날을 식목 절반을 마치는 기준점으로 삼기도 한다. 지금도 이날은 종일 일하지는 않고, 저녁에는 “클로버 빠트리기”를 하면서 지내는 주민들이 많다. 위스키에 클로버 잎을 하나 담가 자신들의 마을이나 모임, 가족 등이 계속 번영하기를 기원하면서 건배하는 것이다.(편집자 주- 클로버는 아일랜드를 상징하며 국장이기도 하다.)

아일랜드와 해외 둘 다 지금도 이어지는 이교적 축제의 또 하나 익숙한 사례로는 핼러윈 축제가 있다. 삼헨(Samhen) 또는 모든 성인 대축일이라고도 한다.(편집자 주- 모든 성인 대축일은 11월 1일이고 핼러윈 축제는 그 전날인 10월 31에 하는 나라가 많다.) 이날은 본래 추수 축제였는데 고대 아일랜드에서는 이날이 너무 유명해서 가톨릭교회는 이 관습을 포기하라고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대신에 이름을 모든 성인 대축일로 바꿔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날은 산 사람과 죽은 이 사이의 경계가 가장 가까워지는 때라고 했기 때문에, 점을 치기에 좋은 날로 통하기도 했는데, 가톨릭교회는 점을 강하게 반대했다.

한 해의 끝에는 크리스마스가 오고, 새해 전날 밤도 오고 십이야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일랜드에서 가톨릭과 가장 연관이 깊은 축제(성탄절)는 또한 이 나라의 토착 전통들과 강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상록수로 장식하거나 겨우살이를 모으는 것은 이교 축제인 “율”(Yule)과 연관돼 있다. 이 겨울 축제는 (동지가 지나)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기뻐하고 즐기는 것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무를 포함해 상록수 장식은 봄이 돌아오고 이에 따라 자연의 풍요로움이 되돌아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멋지게 차려 입고, 전통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시내를 가로질러 행진하는 젊은 남자들(때로는 짚으로 된 옷들을 입는다)의 모습도 이 축제와 연관돼 있다. 이러한 복장들은 아일랜드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서 우리의 다양한 전통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증명해 준다.

기사 원문: http://daily.jstor.org/how-irish-holidays-blend-catholic-and-pagan-trad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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