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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통 앞에 나는 책임이 없는가”삼성 직업병 농성장 등 성탄 미사

“LCD에서 근무했던 한혜경입니다.”

   
▲ 12월 2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올려다 보이는 거리에 모인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강한 기자
12월 25일 점심시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올려다 보이는 거리에서 봉헌된 성탄 미사가 끝나갈 무렵 삼성 LCD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 씨(아델라)의 목소리가 울렸다. 정수용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한 씨가 삼성 LCD 공장에서 6년간 일하던 중 뇌종양이 생겼고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신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씨는 휠체어에 앉아 어머니 김시녀 씨(마리아)의 부축을 받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지만, 뇌 수술의 후유증으로 언어 표현이 완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성적과 조건이 좋은 학생들이 추천을 받아 삼성에 입사했고, 월급이 많으니 취직을 원하는 학생도 많았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정말 억울하다.’ 듣는 사람은 이런 내용의 말을 부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이었다.

견디기 어려운 듯 어머니 김시녀 씨가 딸의 말을 멈추게 하고 마이크를 받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희 한혜경이 항상 하는 말이 그것입니다. 안전교육만 시켰더라도 제 몸을 제가 관리했다는 것이죠. 안전교육은 없고 신체적 극기훈련만 받았다는 것이 항상 억울하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삼성 백혈병, 직업병 문제 제대로 해결하라며 9년을 싸웠고, 노숙농성은 446일째입니다. 삼성에서 크고 작은 병에 걸린 제보자들이 반올림(삼성 반도체 노동자 건강, 인권 단체)에 제보한 것만 240명이 넘고, 20-30대 젊은 노동자가 죽은 경우가 78명입니다.”

김 씨는 “재발방지(예방) 하나 도장을 찍었지 아직 재발방지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저희가 바라는 것은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사람이 직업병으로 인정받고, 누구 하나 배제 없이 치료 받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 12월 25일 거리 미사에 참석한 삼성 LCD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 씨(아델라)가 말하고 있다. ⓒ강한 기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 빈민사목위는 반올림 농성장이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거리에서 25일 오전 11시 ‘삼성 직업병 피해자와 함께하는 성탄 대축일 현장 미사’를 봉헌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는 보상, 철저한 재발방지대책 등 3가지 요구 조건이 내걸렸다. 신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경촌 보좌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등 사제 14명이 미사를 공동집전했다.

신자들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 사망자들,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봉헌금을 모아 반올림 활동 지원금으로 냈다. 주최 측에서 신자들에게 떡과 따듯한 차를 나눠 줬고, 참가자 일부가 삼성 사옥 경비원으로 보이는 이에게 떡을 건네는 모습도 보였다.

사제들은 삼성 사측을 비판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보상,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면서도, 사람들 모두가 함께 자신의 무관심과 무책임함에 대해 돌이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용환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는 미사 강론에서 “용산, 세월호참사, 쌍용차, 콜트콜텍, 제주 강정, 밀양, 청도, 성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희생자들의 죽음과 고통, 슬픔 앞에 나는 아무런 책임도 죄도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물으며 “부끄러운 모습이 있다면 인정하고 고백해야 주 예수께서 보여 줬던 참된 인간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 12월 2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거리에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와 함께하는 성탄 대축일 현장 미사’가 봉헌됐다. ⓒ강한 기자

미사를 마치며 유경촌 주교도 “전자제품 안 쓰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 물으며 삼성 직업병 문제에 “우리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간판 기업인데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1등이 되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우리가 더 관심을 많이 갖고 꾸짖고 함께해야 하고,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성탄절을 맞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오랜 기간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세월호참사 등 우리 사회의 아픔을 기억하자는 뜻의 미사가 봉헌됐다. 24일 밤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함께 여의도에서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와 함께하는 성탄 전야 미사를,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광화문광장에서 각기 성탄 미사를 봉헌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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