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국, "사회 재편 마음 다잡는 계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데 대해 교회 일각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2월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상훈 신부(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 전문위원장, 예수회)는 주변 수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법원 선고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2월 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인터뷰에서 재판부가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 부회장의 잘못을 “피할 수 있는 대로 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 신부는 “예전 우리 사회에서는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이 결합해 부패한 사회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더 정교하고 복잡해져서 거기에 사법권력이 들어가고 있다”며, “사법 전문가들이 큰 틀에서 기득권자들의 편의나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사건에 “이재용 부회장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결부돼 있으며, 전 정권의 권력을 이용한 부패 사건”이라면서, 여러 사건들 사이에 모순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가 2017년 11월 14일 재판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준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을 언급하며, “유독 삼성에 대한 법 적용에만 봐주기로 일관하는 사법부를 국민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비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이 부회장 선고에 대해 2월 6일 “재판부는 적폐를 청산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철저히 유린했다”면서, “사법부가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밝힌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김인국 신부(청주교구)는 “어이없는 판결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새삼 자본의 권능을 실감하지만, 이것으로도 우리는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권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다 모른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그러나 이 ‘괴물’(자본권력)에 대한 통제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며 “자신감을 잃지 말자”고 덧붙였다.

김 신부는 이번 선고에 돈과 하느님을 함께 섬길 수 없듯이 “밥과 법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면서 “작게는 삼성 제품 불매운동부터, 불의한 재판을 환영하는 언론에 대한 취사선택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재편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2월 5일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 출처 = SBS 뉴스 유튜브 갈무리)

1심 징역 5년에서 2심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

1심에서 이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었다.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던 이 부회장은 이번 선고로 석방됐다.

이 부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은 삼성전자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4명도 전보다 형량이 줄어든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번 재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모두 ‘무죄’로 1심과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뇌물혐의 중에서도 승마지원 36억 원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그것만으로도 36억이라는 거액임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해 일반 뇌물사건과 크게 달랐다.

이밖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위반, 국회 증언, 감정법 위반 혐의는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엎고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면서 “무엇보다도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유착’이라는 이 사건의 본질 자체를 부정했다”고 2월 5일 성명을 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금번 판결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오해들이 상당부분 해소된 만큼, 이제부터라도 삼성그룹은 경영공백을 메우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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