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측, "조정권고안 일부에 합의한 것"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일부 타결됐다. 그러나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측은 사과와 보상이 제외된 재발 예방만을 위한 합의라며, 일부 보도와는 달리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1월 12일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은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조정합의 조항’에 합의하고, 반도체 사업장 안전진단을 위한 독립기구인 ‘옴부즈맨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옴부즈맨 위원회는 이철수 교수가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며, 조정위원회가 선임하는 두 명의 위원과 사업장 종합 진단, 개선안 제안과 실행 점검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 1월 12일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 반올림이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조정합의 조항'에 합의했다.(사진 제공 = 반올림)

이에 대해 반올림 활동가 권영은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의미 있는 합의는 맞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최종합의도 아니며, 직업병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반도체사업장 직업병문제 해결을 위해 사과와 보상, 재발 예방을 협상안으로 두고 2013년 12월 첫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진전이 없자, 2014년 10월 조정위원회가 꾸려졌고, 조정위원회는 4번의 위원회를 열어 2015년 7월 조정권고안을 냈다.

조정권고안은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위한 공익법인 설립,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노동자 가운데 백혈병과 림프종, 뇌종양 등 12개 질환에 걸린 이들에 대한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옴부즈맨 제도 운영, 보상 대상자에 대한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문 전달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조정권고안을 모두 지켰거나 지키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반올림 측의 입장은 다르다.

권영은 씨는, 삼성은 사과와 보상에 대해서는 반올림 측과 정식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권고안이 나온 뒤, 이에 대한 수용 여부, 내용 조율 과정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삼성은 사과는 이미 했으며, 보상은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별도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보상 대상과 금액을 선정하는 기준, 관련 자료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보상을 받은 이들에게 비밀유지 각서까지 받아 문제제기 여지를 없애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올림이 요구하는 것은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직업병을 산재로 인정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라는 것인데, 결국은 개별적인 보상으로 끝내려 하고 있다면서, “100여 명에 보상을 했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랑할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의 피해자를 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성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권영은 씨는 삼성이 개별 사과와 보상을 고집하는 것은 직업병 문제를 사회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억울함으로 두려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반올림이 요구하는 것은 사적 보상이 아니라 직업병이 발생한 전체적인 상황을 해결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가족을 대리하고 있는 반올림은 삼성의 독단적 태도에 항의하고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으며, 1월 14일로 100일을 맞는다. 반올림은 이번 재해예방대책 합의에도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10월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사업장 노동자로 병에 걸려 반올림에 제보한 피해자는 221명이며, 타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280여 명이다. 이 가운데, 75명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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