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탄핵 의결 이후 광장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그 첫 번째 길은 '세월호 7시간'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장영식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고 있는 순간에도 청와대는 깊은 침묵 속에 있었다. 대통령은 출근도 하지 않았고, 그의 행방은 깜깜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침몰하는 여객선 안에 갇혀 있었음에도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시간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 시간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 시간 구조와 관련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 시간 구조와 관련된 대한민국의 모든 시스템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세월호 유가족은 “아이들 목숨보다 자기 머리하는 것이 더 중요한 대통령이 이 지구 어디에 있겠느냐”라며 절규한다.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여객선 안의 아이들은 대통령의 한 올의 머리카락만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머리 손질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한민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 탄핵 의결 이후 광장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소수가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세상을 열어 가야 한다. 국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열어 가야 한다. ⓒ장영식

오늘도 거리에서 만나는 피켓에는 “이게 나라냐”라고 쓰여 있다. 박근혜정부 4년 동안 대한민국은 실종됐고, 침몰됐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을 앞두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 대표는 “광장의 민주주의가 의회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오만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는 탄핵으로 박근혜정부를 심판해야 한다. 더 나아가 광장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거대 양당 구조를 깨트려야 한다. 소수가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세상을 열어 가야 한다. 국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열어 가야 한다. 그 첫 번째 길은 ‘세월호 7시간’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장영식(라파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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