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교회, '사도 중의 사도'로 불렀지만 여성의 사도 자격 논쟁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을 하루 앞둔 7월 21일, 천주교 여성 수도자들과 여성 신학자들이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을 재조명하는 강연회를 열었다.

이번 강연회는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와 한국가톨릭여성신학회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승격 2주년 기념으로 준비했다. 

이날 강연자로는 김영선 수녀(성서학,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전경미 박사(교부학), 최우혁 박사(여성, 영성신학) 등이 참석했다.

무덤에서 부활한 예수를 처음 본 이가 바로 마리아 막달레나다. 이 자리에서 예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이시며 너희의 아버지이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요한 20,17ㄴ)

먼저 김영선 수녀는 부활한 예수가 첫 증인인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한 이 말씀을 통해 당시 마리아 막달레나를 통해 선포한 복음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기쁜 소식이 되는지 짚었다.

7월 21일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을 재조명하는 공개 강연이 열렸다. ⓒ정현진 기자

‘내 형제들’인 오늘의 한국교회는 ‘예수의 아버지이자 우리의 아버지인 하느님’을 어떻게 고백하는가. 그리고 그 메시지를 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맡겼을까.

김영선 수녀는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자신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응답해야 할 중요한 사안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극단적 불평등과 심각한 가난,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 통일 사목에 대한 준비, 해외 선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 사이버 공간에서의 선교, 생태환경 보존, 영성의 심화” 등을 들었다.

또 한국교회가 직면한 사회적 현실과 도전에 맞게 선포할 복음의 방향에 대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친밀성이 회복되는 세상, 아버지 하느님의 진정하고 궁극적 권위에 순종함과 동시에 잘못된 권위 행사에 대한 비판과 고발,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권위의 행사와 리더십 형태를 바로 잡아 새롭고 수평적인 리더십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녀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이자 아버지가 우리의 하느님이자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우리 서로의 관계가 곧 수평적 형제 관계라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따라서 교회는 모든 종류의 차별을 극복함으로써, 종말론적 구원을 앞당겨 살아야 한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우리에게 전해 준 복음은 교회의 선포와 선택의 참됨을 가려내는 준거가 된다”고 했다.

“예수는 여성을 통해 기쁜 소식의 핵심을 전했다”

김 수녀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전통적 호칭이 “사도들에게 파견된 사도” 또는 “사도들 중의 사도”였음을 다시 확인하고, 이는 마리아 막달레나에게서 사도성과 여성이 결합됐으며, 마리아 막달레나는 성경이 언급하는 사도성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의 공생활 동안 함께하며, 가르침을 받고 예수의 행적을 목격했으며, 예수의 고난과 영광의 현장에 있었던 사도”였으며, 이는 오늘날 예수의 비전을 이해하고 그에 헌신할 능력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불어 마리아 막달레나가 형제들에게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고 선포했던 ‘말하기’는 “억압이나 강요가 아닌 설득력을 통한 선포”라며, “말로 전하는 복음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것을 전하는 이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복음을 선포하는 이는 그 대상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그가 복음에 온전히 동의하고 수용할 때까지 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음서들이 열두 사도를 예수께서 뽑았다고 보도할 때, 그들 가운데 여자는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사도직에 관해 우리가 복음적인 토대에 입각해 선언할 수 있는 원칙일까?”

전경미 박사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에 대해 복음서의 서술을 빌어 확인했다.

초기 교회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한 여성의 사도성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전 박사에 따르면 교회의 논쟁은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대해 가장 핵심적 증인의 자리인 부활 증인의 자리를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여인들에게 승인하는 것이 합당한가? 여성이 예수께서 파견한 사도가 될 수 있는가? 교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 등의 물음과 연결됐다.

이에 대해 전 박사는 요한 복음서와 마리아 복음서가 마리아 막달레나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여성의 사도성에 대해 파격적 신학을 표출하고, 여성의 사도성에 대한 성찰에 긍정적 길을 열어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가운데 요한 복음서에서 드러나는 요한 사도의 공동체는 당시 교회의 현실적 틀과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세상의 관습보다는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보다 철저히 구현하기를 시도했다고 본다.

또 요한 복음서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에 대해서도, “십자가의 증언자로서 역할과 함께, 마리아 막달레나가 가장 먼저 예수님의 부활 발현을 목격한 것과, 부활하신 예수를 선포할 사명을 직접 위임받았다는 핵심적 요소를 제시한다”며, “그러나 부활 발현의 첫 번째 목격자라는 중요한 사실은 복음서 해석 역사에서 사적인 사건, 즉 발현과 구분되는 비공식적 사건으로 축소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는 300여 명의 청중이 참여했다. ⓒ정현진 기자

두 번째로 그는, 요한 사도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에 대해, “마리아가 예수로부터 직접 당신 자신의 부활을 선포하도록 파견됐다”는 부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며, 복음선포의 대상인 ‘제자들’은 예수의 말씀을 따라 살던 형제와 자매들이며, 마리아 막달레나는 이들 모두에게 파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전 박사는 신약 외경인 ‘마리아 복음서’는 전해지는 교회 문서 가운데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을 가장 괄목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여성에게 그 권위를 돌리는 단 하나의 복음서라며, “마리아 복음서는 다른 그리스도교 문서에 영향을 받거나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 복음 전통에 따라 해석하는 특성이 있으며, 최소한 당시 그리스도교 공동체 내 널리 공유된 요소가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아 복음서는 1896년에 이집트에서 발견됐다. 예수 부활 뒤 이뤄진 예수와 제자들의 대화로 시작해, 물질과 죄의 본성, 인간의 혼돈과 회복에 대한 말씀과 복음 선포의 명령, 복음 전파를 두려워한 제자들에 대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격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만 알려 준 예수의 가르침을 베드로가 요청하고 이에 따른 마리아의 연설, 여성의 사도로서 권위를 부정하는 다른 제자들과의 논쟁 등을 담고 있다.

전 박사는 특히 마리아 복음에서 여성의 권위를 부정적으로 보는 제자들과의 논쟁은 교회의 신경과 체제가 확고해지기 전, 초기 교회 공동체들 사이에서 여성의 공적 리더십의 합당성에 관한 주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음을 제시한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마리아 복음서는 교회의 권위는 남성에게만 있지 않으며, 누구든지 흔들림 없는 믿음과 복음에 대한 깊고 참된 이해, 복음에 대한 헌신을 지니며, 공동체를 복음의 빛으로 이끌 수 있는 자질이 있다면 남녀 모두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피력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한 전 박사는 신약 외경인 ‘마리아 복음서’는 전해지는 교회 문서 가운데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을 가장 괄목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여성에게 그 권위를 돌리는 단 하나의 복음서라며, “마리아 복음서는 다른 그리스도교 문서에 영향을 받거나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 복음 전통에 따라 해석하는 특성이 있으며, 최소한 당시 그리스도교 공동체 내 널리 공유된 요소가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전 박사는 요한 복음과 마리아 복음은 모두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한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위상이라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주제를 의식하고 있었으며, 마리아 막달레나를 주요한 그리스도의 사도로 제시한다면서,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분석과 성찰은, 여성을 배제하고 종속시키려는 관습이 예수에서 비롯된 신적 계시를 전달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교회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의 자리를 돌아보는 것은 교회의 역사에서 중심이 되어 온 남성의 언어와 이야기, 직무가 당연시되고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아 내면화된 수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교회의 시작을 되돌아보고 여성의 위치를 새로 발견하도록 이끈다고 말했다.

“창조주는 인간 여성의 윤리적이고 영적인 힘이 여성 고유의 능력임을 신뢰하며, 모든 인류를 맡기시므로 여성의 소명은 인간적인 감수성을 가진 ‘영적 소명’이라는 특별한 방식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도가 여성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왕적 사제직’인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교서 ‘여성의 존엄’ 30항)

'나를 만지지 말라', 프라 바르톨로메오. (1506) (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마지막으로 최우혁 박사는 현대 가톨릭교회 문헌에서 여성의 사도성과 전망을 읽었다.

최 박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의헌장, 바오로 6세 교황의 권고 ‘마리아 공경’,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사도적 서한 ‘여성의 존엄’ 등의 역사적 신학적 배경을 짚고, 마리아 공경의 방향과 성격을 반성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최 박사는 특히 요한 바오로 2세의 ‘여성의 존엄’을 통해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힘겹게 적응해 온 교회가 가부장제 이후의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복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마리아의 이름으로 새로운 인간상을 대표하는 여성들에게 그 존엄을 일깨우며 전적으로 교회를 위임한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가부장적 유대교를 배경으로 하는 사회에서 예수의 가르침은 매우 낯선 삶의 방식이었으며, 교회는 보살핌과 위로의 여성적 영성을 본질로 하는 복음을 안고 있음에도 모든 가부장적 사회에서 타협, 존속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복음은 모든 시대와 지역에서 가부장적 문화와 종교를 만날 때마다 갈등하고 저항을 받아 왔다”며, “교회를 거룩한 창녀라고 불렀던 교부들의 고백은 시대적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상황에서 터지는 탄식과 비명”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죄 많은 여자에서 사도 중의 사도로 그 위치를 새롭게 평가받은 막달라 출신의 여성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다며, “한국교회는 가부장적이고 세속적 눈의 비늘을 떼고 가벼운 몸으로 예수가 가르친 복음의 길을 가기 위해 잘 지어진 교회에서 나와 길 위에서 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를 위해, “베드로와 바오로의 전통이 두 기둥이었던 시대를 넘어서고, 예수의 복음으로 이끄는 전통을 새롭게 만나 복음의 풍요로움을 제대로 인식하고 나눠야 한다”고 했다.

또 교회의 수식적 위계를 평면의 삼각형이 아니라 원뿔의 입체성으로 넓혀 보자며, “어떤 면에서 교회는 평등한 구조라고 할 수 없지만 원뿔의 꼭지점이자 사랑의 정점인 하느님 관점에서는 모두가 같은 거리에 있는 원형의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사랑의 지혜를 통해서만 교회의 위계는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성을 가로막던 제도의 담장을 헐어 내는 것은 또한 가부장적이고 사제중심적 교회의 심리적 위축을 해소하고 기쁨을 수용할 수 있는 성숙한 교회로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우주적 조화와 공존을 이야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패러다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이며, 그 사랑 안에서 여성을 그 존엄에 맞게 재인식하는 것은 또한 창조질서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의무 기념일은 2016년 6월 10일 교황청 경신성사성의 교령에 따라 축일로 승격됐으며, 7월 22일에 축일을 지낸다.

교황청은 교령 “사도들의 사도”에서 “이 결정은 하느님 자비의 신비에 힘입어 현대 교회의 상황에서 여성의 존엄과 새로운 복음화를 더욱 깊이 성찰한다”고 밝혔다.

알프레드 슈에레브 교황대사는 이날 공개강연에 축하 서한을 보내 “복음 안에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행실과 충실성을 통해 믿음의 선포와 신학적 연구를 위한 소중한 통찰력을 계속 얻을 수 있다”며, “여러분이 마리아 막달레나를 본받아 여러분의 주교, 성직자들과의 풍요로운 협력과 견고한 친교 속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해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진정한 믿음의 증거자가 되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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