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세례는 한 번만 받습니다. 우리가 한 번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불교도인 내 친구는 자기가 여러 번 태어날 수 있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정말 그러고 싶으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흠.... 이야기가 다른 주제로 흘러가기 전에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오늘 속풀이에서 다룰 주제는 세례에 얽힌 것이지 환생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 안에 여러 가지 교파가 있기에, 같은 그리스도교인이지만 교파가 달라 벌어지는 애환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분은 프란치스코 교종의 모범이 좋아 다른 교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가톨릭으로 전향했는데, 예식이나 분위기를 정확히 이해 못해서 섭섭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그런 섭섭한 사건 중에 대표적인 것은 새롭게 교리를 받아야 하는 일일 테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하는 일일 것입니다.

▲ 성공회 강화읍교회에 있는 세례대. ⓒ지금여기 자료사진

하지만 말씀 드렸다시피, 세례는 한 번 받는 것입니다. 단지 다른 교파에서 받은 세례의 형식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사안이 달라지겠습니다. 다른 교파의 세례를 가톨릭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는 예전의 ‘속풀이’(“개신교에서 받은 세례를 인정하나요?”)에서 한 번 다뤄 봤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좀 더 정리를 해 드려야겠습니다.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넘어오신 어떤 분이 자신이 받은 세례를 가톨릭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서운해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주교회의가 밝히고 있는, “비가톨릭 그리스도교파의 세례 유효성 관련 사목 지침”(주교회의 2012년 추계 정기총회)을 참고하는 것이 정리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공식적으로 성공회와 정교회의 세례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례의 예절과 형식(물을 이용하고, 성부/성자/성령의 이름으로)에 대하여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성공회와 정교회에서 세례받은 것이 확인되면 인정한다.(교회법 제869조 2항; ‘동방 교회 교령’ 27항;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58조 참조)
2. 그 밖의 비가톨릭 그리스도교파의 경우에는 물로 씻는 ‘예절(질료)’과 천주 성삼위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는 ‘형식(형상)’을 확인할 수 있으면 인정한다.(교회법 제869조 2항;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59조 참조)
3. 1항과 2항에서 세례 사실의 확인 방법은 세례증명서, 세례 때의 사진, 증인 등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4. 세례 사실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교리교육과 보충 예식(세례명, 도유 등)이 필요하며 조건부 세례를 준다.(교회법 869조 1항;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61조 참조)
5. 1항과 2항처럼 유효하게 세례 받은 비가톨릭 그리스도교파 신자도 가톨릭 교회로 입교하는 경우에는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포함한” 일정한 교리교육을 받고 어른 입교 예식서에 규정된 ‘일치 예식’을 거행한다.(‘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62항 참조)

보시다시피 지침 안에서도 특히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 1항과 2항입니다. 더 정확히는 1항과 2항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3항은 필요한 증명자료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4항에서 다루는 내용은 따라서 3항의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한 지침입니다. 5항은 3항이 충족 되었다고 해도 일정한 절차를 거쳐 가톨릭교회로 입교해야 함을 알려 줍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일치 예식’입니다.

이에 따라 성공회를 비롯한 다른 그리스도교파에서 세례를 받은 것이 확인 인정된다고 해도, 그곳에서 배울 수 없었던 교리와 성사 등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세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일치 예식’을 치르는 것입니다. 이 일치 예식을 세례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은 일치 예식 전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을 세례를 새로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런 절차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리교사들은 이 점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섭섭한 마음이 드셨다는 그분의 불편했던 마음이 좀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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