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1696-1787) 성인이 알려주신 기도 중에 성모송을 세 번 바치는 기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물어 왔습니다. ‘세 번 바치는 성모송’에 대해 우리는 보통 묵주기도의 시작 부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세 번 바치는 성모송과 묵주기도의 첫 부분은 다른 형식의 기도라 봐야 하지만 성모송을 골자로 한다는 것과 세 번 바친다는 점에서 서로 관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과 성모님 사이의 관계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세 번은 성부의 딸, 성자의 모친, 성령의 배필인 성모 마리아를 설명합니다.

‘세 번 바치는 성모송’ 기도는 날마다 바치는 것이라고 해서 ‘습관’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합니다. 이 기도를 많은 사람들이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인이 권해 준 것이라 해서 리구오리 성인의 기도로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리구오리 성인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수행했던 신심 행위이자 기도라고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기도는 13세기 베네딕토회 수도자였던 멜크틸드 성녀(1241-98)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성녀는 성모님께 자신이 죽을 때 함께해 달라는 기도를 열심히 드렸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실제로 성모님이 나타나셔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시고는 성모송을 세 번 바치는 기도에 대해 알려주셨다고 전해집니다. 아주 간단한 형식의 기도라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성모송을 세 번 바치면 되는 것이니까요.

▲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그런데 그 기도에 실려 있는 의미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삼위일체와 관련을 맺습니다. 첫 번째 성모송은 죄인들을 위해 성부께서 성모님께 주신 힘을 떠올리는 것이고, 두 번째 성모송은 성자로 부터 성모님이 받은 지혜를 기념하며, 세 번째 성모송은 성령을 통해 성모님이 주시는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아름답지요?

나중에 포르토 마우리치오의 레오나르도(1676-1751) 성인은 아침, 저녁으로 바치는 이 기도가 낮과 밤에 모든 대죄를 피하는 은총과, 이 기도를 충실히 바치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방식으로 구원이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도를 리구오리 성인도 ‘강추’하였던 것이지요. 그는 특히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이 기도를 아침과 저녁에 하도록 이끌라고 했고, 성모송 한 번 바치고 나서 다음의 기도를 하라고 했습니다. “순수하고 원죄 없이 잉태되심을 통해, 마리아여, 제 몸을 깨끗하게 하시고 제 영혼을 거룩하게 하소서.” 이 기도문을 성모송을 바칠 때마다 하는 것이니 이 역시 세 번 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세 번 바치는 기도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 사용하시는 기도문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제 몸을 깨끗하게 하시고 제 영혼을 거룩하게 하소서. 어머니, 오늘 하루(이 밤) 악한 죄에서 저를 지켜 주소서” 입니다.)

좀 더 넓게 보면, 아침 점심 저녁에 바치는 삼종기도도 성모송을 세 번 바치는 기도의 다른 형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세 번 바치는 성모송’은 아침에 일터로 가기 전에, 그리고 하루를 잠시 되돌아보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바치기 좋은 기도입니다. 간단하지만 삼위일체와 성모님을 묵상할 수 있으며 개인의 몸과 영혼을 하느님께 맡길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추천해 드립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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