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사순 시기를 지내다가 불현듯 예비 신자 수련식이라는 예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신자 분이 문의를 해 오셨습니다. 평소에 세례 예식이 어떤 과정을 밟아 이뤄지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뭐 이런 것도 있나?”하며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세례식은 상황에 따라 일 년 중에 필요할 때 언제든지 거행될 수 있다 해도, 그 의미를 제대로 살려서 이루어지려면 부활절에 맞추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 세례는 새로운 삶, 죽음을 넘어 생명으로 건너가는 것임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악을 악으로 갚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기쁨과 평화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가 드러났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 부활입니다. 세례와 부활의 의미가 그렇게 일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례식은 연중 어느 시기에나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해도 항상 부활초를 켜 두고 거행됩니다.

이처럼 세례와 부활이 의미상 만나고 있으므로, 부활을 앞두고 세례를 준비하는 예비 신자들에 대한 교육이 단계적으로 사순 시기에 이뤄집니다. 이처럼 사순 시기에 이뤄지는 교육을 수련식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유아 세례를 받는 아기가 아니라면, 세례를 받기 위한 여정은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첫째 단계는,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교회가 예비 신자로 받아들이는 때. 둘째 단계는, 믿음이 어느 정도 자라고 예비 신자 기간이 끝나갈 무렵, 그러니까 성사를 더욱 깊이 준비하는 때. 셋째 단계는, 예비 신자가 영적 준비를 마치고 그리스도교 신자로 입교하는 성사를 받게 되는 때입니다.(“어른 입교 예식(시안)”,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전례위원회, 2011 참조)

▲ 서강대 성당의 예비 신자 입교식에서 사제가 예비 신자의 이마에 예비 신자 성유를 바르고 있다.(사진 제공 = 서강대 교목처)

이 단계들은 세 가지 전례 예식으로 표현됩니다. 첫째 단계는 예비 신자로 받아들이는 예식. 둘째 단계는 선발 예식. 셋째 단계는 입교 성사들의 거행입니다.

또 각 단계들은 일정한 기간을 거치게 됩니다. 첫째 기간은, 교회가 복음을 들려주고 후보자가 탐구를 하는 ‘예비 신자 이전 기간’이라고 하며, 후보자를 예비 신자로 받아들이는 예식으로 이 기간은 마무리됩니다. 둘째 기간은, 예비 신자로 받아들이는 예식으로 시작하여 교리 교육을 실시하고 그에 따르는 예식을 거행하는 시기입니다. 즉, 미사 전례를 비롯한 다양한 전례에 참여하도록 초대됩니다. 셋째 기간은 관례대로 예수 부활 대축일과 성사들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에 지내며, ‘정화와 조명의 기간’이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 기간은 부활 시기 내내 계속되는 ‘신비 교육 기간’입니다

오늘 속풀이의 질문인 예비 신자 수련식은 위의 분류에 따르면 셋째 기간에 해당합니다. ‘정화와 조명의 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사순 시기는 전례적으로, 세례 준비나 세례 때의 기억을 통해, 또 참회를 통해서 신자 공동체가 예비 신자들과 함께 새롭게 되고, 예비 신자는 저마다 입교 성사로 받아들일 파스카 신비(부활)를 기념할 준비를 하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정화와 조명의 기간’을 통해 예비 신자들은 정신과 마음을 더욱 집중적으로 준비합니다. 교회는 이 단계에서 예비 신자들 중, 가까이 다가온 입교 성사들을 받기에 합당하게 준비되었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선발’합니다. 이것을 ‘선발 예식’이라고 하며, 후보자들이 세례 준비에 충실하겠다고 약속하며 자기 이름을 뽑힌 이들의 명부에 등록하는데 이것을 ‘이름 등록 예식’이라고 합니다.

선발 예식에서 선발된 후보자들을 ‘뽑힌 이’ 혹은 ‘자격자’라고 부릅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성사들과 성령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조명될 이’라고도 불리는데, 세례를 ‘조명’이라 하고, 새 신자들은 세례를 통하여 신앙의 빛을 가득히 받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명을 받기 위해서 뽑힌 이는 특별히 사순 시기 동안 교리교육보다는 영성수련(기도, 묵상 등으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을 통해 마음을 준비하는 데 집중합니다. 마음과 정신은 양심성찰과 참회를 통해서도 정화될 뿐만 아니라 구세주 그리스도를 더 깊이 알게 되도록 기도를 더욱 열심히 합니다.

선발 예식으로 시작된 ‘정화와 조명의 기간’은 바야흐로 수련식과 수여식으로 전례적 구성을 이룹니다.

우선, 수련식은 뽑인 이의 정화와 그리스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사순 제3주일(첫째 수련식), 4주일(둘째 수련식), 5주일(셋째 수련식)에 사제나 부제의 주례로 성대하게 거행됩니다. 수련식을 통해서 뽑힌 이들은 죄와 마귀로부터 벗어나도록 인도되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수여식을 통해 교회는 뽑힌 이들에게 오랜 믿음과 기도의 핵심 내용인 ‘신경’과 ‘주님의 기도’를 건네줍니다. 수련식이 주일에 거행되는 것과는 달리, 수여식은 수련식을 마친 시점에서 평일 미사의 말씀 전례 이후에 거행하도록 권고됩니다. 이 예식 역시 뽑힌 이들의 조명을 목적으로 합니다. 뽑힌 이들은 신경을 받고서, 인간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하신 놀라운 일을 기억합니다. 주님의 기도를 받고서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새로운 정신을 더욱 깊이 깨닫고, 이 정신으로 특히 성찬 모임에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됩니다.

세례 성사를 앞두고 그 마지막 준비를 위해서, 뽑힌 이들은 성토요일에 되도록 일상적 일을 중단하고, 기도와 영성수련으로 하루를 지냅니다. 단식재도 힘써 지킵니다. 그리고 성토요일에 뽑힌 이들의 모임이 있으면 최종 준비를 위한 몇 가지 예식, 예를 들어 ‘신경 수락식’, ‘열려라(에파타) 예식’, 세례명 선택’, 그리고 때에 따라 ‘예비 신자 성유 도유’를 할 수 있습니다.

수련식과 수여식에 관한 예식은 미사 경본 외에 예식서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엄숙한 예식을 그때 그때 거행하는 성당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부활을 바라보며 세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수련식과 같은 예식이 제때에 거행되는지는 더욱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본당을 맡고 있는 사제들이 전문가들입니다. 이론만 알고 있는 저로서는, 현장의 사목자들이 이 시기를 어떻게 구성하고 예비 신자들을 돌보고 계신지 저도 물어봐야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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