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전에 피임에 대해(“피임이 죄라시면...?” 참조) 속풀이에서 다루고 났더니 주기를 관찰하는 자연피임 방법이란 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비판.... 이라기보다는 가르침을 받게 됐습니다.

여성들의 세계에 대해 여자가 되어 보지 않고는 온전히 알 수는 없으나 이 기회를 빌어 자연피임법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보고 여성을 좀 더 실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피임이란 것이 그 자체로 인위적인 것이니 엄밀히 ‘자연’피임법이란 것이 어째 어울리는 말이 아닌 듯하지만, 사람의 몸이나 행동 외에는 도구나 약품을 통해 특별한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자연피임법 중 월결주기 관찰법 활용의 예.1-7일은 생리 기간, 8-19일은 가임기간, 20-32일까지 비가임기간.(이미지 출처 = ko.wikipedia.org/wiki)
자연피임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월경주기 관찰, 체온관찰, 점액관찰을 통해 배란일을 피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여성들이 부지런하게 자기 몸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는 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자연피임법도 있는데, 간단해 보여도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확실한 피임은 ‘금욕’과 ‘절제'라 할 수 있는데, 수많은 분들이 그건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씀하시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옵니다.

피임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교회는 앞서 거론한 방법 중에, 배란일을 피하기 위해 여성들이 자기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만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수월한 것이라면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따르겠지요.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사람들은 자꾸 아쉬움을 토합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떠넘긴다는 불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냥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도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주기적인 변화를 점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요즘처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맞벌이를 해야 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그것은 사실상, 아주 어려운 작업이라 할 것입니다. 직장에 출퇴근해야 하고, 직장 안에서 받는 다양한 스트레스는 여러 가지 변수를 제공하면서 종종 신체에 불규칙적인 이상신호를 유발합니다.

책임 있게 가정을 일궈 나가려고 세운 가족계획이 계산 오류로 인해 예상 밖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아주 관대하게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려니 하며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신자들에게 심정적으로 쉽게 용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난점들로 인해 결국 부부들이 알아서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부부들의 이런 고충은 그들이 마음 편히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 분위기로 사회가 바뀔 때 경감될 것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가정을 책임지기 위한 노력과는 달리 욕망이 우선시 되는 다른 ‘부적절한 관계’들에 인공피임이 사용되는 것이 사실상 더 우려되는 현실입니다. “낙태보다는 작은 악”이라며 합리화시키려 해도, 그런 관계를 위해서 여전히 여성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편의상 사용되는 약품은 육체가 지닌 고귀함과 건강을 심각히 훼손시킵니다. 피임약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한 관계’인 부부 사이의 일일지라도, 여자가 감당해야 할 고통을 줄여 주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조장하는 무한 경쟁 사회는 사람들에게 노동의 기회도 쉽게 주지 않지만, 설령 노동의 기회를 주게 되면 혹독하게 사람들을 몰아붙입니다. 취업하고 일주일만 좋을 뿐입니다. 월급은 오르지 않으면서 물가만 대책 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아기를 생각할 자리가 쉽게 마련되지 않습니다. 미래는 불안한데, 위안이 되어 줘야 할 교회는 죄의식을 심어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육을 생각하면,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허상이란 생각이 듭니다. 직접적으로 아기를 뱃속에 품고 아홉 달을 지내는 쪽이 여자라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의 분위기는 그들을 워킹맘으로 살라고 몰아갑니다. 뭐.... 개인의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도시에서 가정을 일구고 살아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교회가 조직적으로 양육을 위한 전망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실현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거기에는 제도적으로 양육을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하라고 국가에 요청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밀어붙이기 좋아하는 현정부가, 돈 몇 푼 흔들어 보이면서 의무적인 “1가구 (최소) 1자녀”를 법적으로 강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얼빠진 계획이 아니라 헛된 곳으로 흘러나가는 예산을 잡아, 마을 단위의 양육시스템을 강화하고 직장 내 여성들이 임신을 해도 일을 그만둘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력보강 구조를 개선하는 일,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점점 노인들로만 구성되어 가는 교회를 원치 않는다면, 교회를 이끄는 분들이 실제로 가능한 일들을 실현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부부들에게만 믿음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해 보입니다. 좋은 일을 계획하는 교회에 하느님께서 커다란 도움을 주실 것임을 지도자분들이 먼저 믿고 계십니다. 그 믿음을 보여 주시길 간청해 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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