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최동훈 감독, 2015년

최동훈 영화는 범죄 스릴러를 자기식으로 토착화해서 늘 흥행에 성공했는데, 이번에는 반사회적 인물이 아니라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를 무대로 펼치는 항일독립운동가들을 담는다. 케이퍼 무비라는 점에서는 달라진 점이 없지만, 무거울 수밖에 없는 ‘항일 코드’가 관객의 어떤 호응을 얻을지 자못 궁금하다.
영화의 시점은 1949년 반민특위의 활약, 1910년 한일병합 이후 일어난 한 항일운동가의 의거의 좌절, 1933년 친일파 거두와 조선주둔군 사령관을 암살하기 위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거사 등, 세 가지 시대를 오간다. 민족의 적이 조선을 일본에 팔아넘긴 사건에서 시작하여 끊이지 않은 저항 운동을 거쳐, 해방 이후 친일파 처단이 좌절된 역사까지를 담는다. 역사 교과서로 발단된 역사 전쟁과 대한민국이 현재 처한 극심한 갈등 상황이 영화에 겹쳐서 보인다.

제국주의 일본의 힘이 정점을 향하고 있던 1933년, 항일의 한가운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들이 모여든다. 좋은 놈은 훌륭한 여성 저격수이자 이번 거사의 리더인 안옥윤이다. 나쁜 놈은 항일운동가에서 전향하여 밀정 짓을 주도면밀하게 자행하는 염석진이며, 이상한 놈은 돈에만 움직이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다. 서로 쫓고 쫓기며, 훼방을 놓거나 도와주며, 오인하거나 제대로 직시하며, 은폐하거나 대면하는 방식에서 영화적 서스펜스가 살아난다.

우아하게 펼쳐지는 총격 액션신은 전성기 시절의 홍콩 누아르를 연상시킨다. 긴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지붕을 타고 넘거나 결혼식장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벌이는 전지현의 총격전은 영화의 백미다. 영화는 적과 아군을 분명하게 하기에 감정적 혼돈을 느끼지 않고 쉽게 주인공에게 동일화하게 만든다.
폭발적인 총격전에만 공을 들인 게 아니다. 안옥윤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드라마가 사건 중심부로 들어오는데, 수수께끼가 벗겨지면서 임무수행에 한 발짝 나아가는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정서적으로 이야기와 인물에 몰입하게 만든다. 오인은 서스펜스를 자아내고, 은폐와 위장을 거치며 임무는 막바지로 향해 간다. 주인공과 관객만이 공유하는 비밀은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준다.

광복 70년이 된 올해 앞으로 이 시기를 다루는 영화제작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복고 트렌드에서 항일 트렌드가 하나의 사회적 분위기가 될 수도 있겠다. 대표적인 중국의 항일인사 ‘황비홍’이 홍콩영화의 훌륭한 오락적 소재였음을 상기할 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
해방 후 독립운동 리더 약산 김원봉이 읊조리는 “모두 잊혀지겠지요”라는 말은 지금의 우리 모두에게 향해 던지는 것으로, 이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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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초빙교수. 옛날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 영화를 편애하며, 영화와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사유의 도구인 영화를 함께 보고 소통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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