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조지 밀러 감독, 2015년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무려 30년 만에 만들어진 시리즈 속편이다. 시리즈의 4편인 이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전에 매드맥스는 1979년에서 1985년까지 모두 3편이 만들어졌는데, 호주 출신 멜 깁슨이 모두 주인공 맥스 역할을 맡았다. 23세의 무명배우 멜 깁슨을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일으켜 세운 ‘매드맥스’는 의사 출신인 신예 조지 밀러의 손에 탄생한 초저예산 SF 액션영화였다. 이 영화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액션영화로 전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스타워즈(1977)’로 인해 특A급 영화로 새롭게 포지셔닝한 SF 장르는 ‘배틀스타 갤럭티카’, ‘스타트렉’, ‘에일리언’, ‘E.T’ 등 세련되고 깨끗한 우주선 공간에서 문명화된 인간과 외계인이 관계를 이루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조지 밀러는 폐허가 된 모래사막을 배경으로 하고, 거친 카레이싱이 액션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거칠고 숨 막히는, 어두운 비전의 영화를 만들었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모든 것이 부족한 어지러운 세상에는 질서도 도덕도 법도 없다. 약탈자와 무법자들의 세계에 던져진 고독하고 외로운 사나이 맥스가 펼치는 거친 레이싱 액션의 아포칼립스(묵시록) SF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리는 수많은 대중문화 텍스트에 짙은 잔영을 남겼다. 하지만 그 전설은 21세기가 되자 이미 시효를 다한 것으로 여겨졌다.

‘매드맥스’의 대성공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조지 밀러는 그곳에서 코미디 ‘이스트윅의 악녀들’(1987), 실화 드라마 ‘로렌조 오일’(1992), 애니메이션 ‘꼬마 돼지 베이브’(1998), ‘해피 피트’(2006) 등의 영화를 만드는데, 그의 필모그래피는 액션이나 SF와는 거리가 먼 드라마가 분명한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감독은 이제 70대에 접어들었고, 환갑인 멜 깁슨은 여러 차례의 인종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있으니,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 것으로 많은 팬들은 낙담하고 있었다. 그렇게 흘러간 30년. 한마디로 이번 21세기 ‘매드맥스’는 SF 액션영화의 역사에 깊이 새겨질 걸작이다.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SF 블록버스터이건만, 이 영화는 1980년대에 ‘매드맥스’를 접했던 5060세대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영화를 감상할 것이고, 한참 어린 세대는 현재의 SF 히어로물과는 색다른 비주얼과 심오한 세계관을 보며 SF 영화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전 시리즈를 보지 못했다고 해도,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매드맥스’의 스타일과 세계관을 가져올 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별도의 다른 영화이기 때문이다.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 조가 인류를 지배한다. 아내와 딸을 잃고 사막을 홀로 떠돌던 맥스(톰 하디)는 임모탄의 부하들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끌려간다. 폭정에 반발한 사령관 퓨리오사(샬리즈 시어런)는 임모탄의 다섯 아내들과 함께 탈출하여 녹색의 땅을 찾아간다. 임모탄의 전사들과 신인류 눅스(니컬러스 홀트)는 혈액 공급자가 된 맥스를 끌고서 퓨리오사 일당을 뒤쫓는다.

사막을 횡단하며 쫓고 쫓기는 폭주가 영화를 끌어가는 핵심 액션 요소이다. 오프닝에서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각종 다기 현란한 액션이 펼쳐지지만, 분명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물 전쟁이라는 현재 인류가 처한 환경적 재앙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독재자의 발아래 엎드려 노예로 생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시즘이 스멀스멀 장악해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영이다. 신인류 워보이가 독재자를 신으로 떠받드는 종교적 제의 및 그들의 집단 자살테러 행위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IS군대의 반영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진 탁월한 점은 거친 남성들의 서사였던 시리즈에 페미니즘 전망을 덧붙였다는 것이다. 성별 관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의 주연으로 여성들을 자리에 올려놓는데, 여전사 영웅인 퓨리오사뿐 아니라, 독재자의 보호 아래 화려하게 살아가던 아내들이 굴종적 삶을 벗고 미래를 위해, 옳은 일을 위해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큰 감동을 준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여성 서사를 만들기 위해 조지 밀러 감독은 대표적인 페미니즘 극인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 이브 앤슬러의 조언을 요청했다.

언젠가는 녹색 땅을 일굴, 불가능한 꿈을 가지고 살아 내고 있는 오토바이족 할머니들이 인류의 미래가 될 씨앗과 가임기의 어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임모탄의 부하들과 싸우는 장면 또한 놓칠 수 없는 감동이다. 나이든 세대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징하게 보여 준다.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환경 페미니즘 SF 액션 영화라고 재명명하고 싶다. 모래사막 위에서 펼쳐지는 거친 마초 액션 영화 위에 미래 비전의 페미니즘 시각이 덧붙여져 하모니를 이룬다. 이로써 액션영화가 남성 스타 및 남성 관객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깨부순다. 다시 ‘사랑과 평화’를 외칠 때다. 여전사와 어머니들은 머물고, 남자 영웅은 또 다시 고독하게 길을 떠난다. 그리하여 맥스는 신화적 영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현대 영웅신화가 된다.

조지 밀러, 만세!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여 주는 것임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감동의 블록버스터다. 계속해서 시리즈가 이어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초빙교수. 옛날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 영화를 편애하며, 영화와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사유의 도구인 영화를 함께 보고 소통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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