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회칙, 라틴어 아닌 이탈리아어 써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8일 발표한 환경회칙 “찬미를 받으소서”는 환경문제에 대해 이전 교황들의 조심스런 입장과 근본적으로 다를 뿐 아니라, 쓴 말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IBT)는 이번 회칙이 전통적인 라틴어가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쓰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라틴어는 서양에서 로마시대에 쓰인 언어로 중세 시기까지도 유럽의 공통언어 구실을 했지만, 근대 이후로는 의학, 법학, 신학 등의 전문용어로만 남았으며 일상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 사어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에서 그간 교황청의 문서는 거의가 라틴어를 기준판으로 하여 다른 언어로 번역됐다. 미사 자체도 나라에 상관없이 모두 라틴어로 하던 것을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에서야 전례 개혁을 하면서 자국어를 쓰도록 허용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가정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임시총회에서도 회의문서용 기본 언어로 라틴어를 쓰지 않고 이탈리아어로 함으로써, 그가 교회의 기본 언어를 라틴어에서 이탈리아어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으나 아직은 섣부른 추측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교회의 최고 문서에 속하는 교황회칙을 라틴어로 쓰지 않음으로써, 비록 교황청의 명확한 입장 발표는 없지만,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경우 라틴어 포기가 기정사실화될 수 있다.

▲ 교황청 홈페이지에 있는 "찬미를 받으소서"의 팝업창. 이탈리아어로 제목과 부제목이 쓰여 있고, 교황의 서명이 있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는 뉴욕대학의 이탈리아 역사학자인 칼 애펀 교수를 인용해 이번 회칙의 언어가 “아주 쉬운 말들”임을 지적했다. “이것이 공식적이고 엄숙한 라틴어 스타일이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쓰였다는 사실은 그가 전임자들의 공식적이고 관료적인 스타일이 아닌 대중의 교황으로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완벽한 표현법”이라는 것이다.

보스턴대학의 윤리신학 교수인 제임스 브레츠크는 이번 회칙이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나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들과 달리 일상언어 회화체라면서, “그들의 회칙은 일반 신자들이 듣기에 따분하지만, 프란치스코의 이번 회칙은 평균적 교육수준의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 회칙들은 기본적으로 각 나라의 교계제도, 즉 주교들을 주요 독자로 보고 쓰였다고 했다.

또한, 애펀은 이번 회칙 제목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가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찬가” 첫머리에서 따온 것으로서, 성 프란치스코는 늘 자연과 강한 연계를 지닌 이로 이해되어 왔기에 대중은 머리 복잡한 해석을 하지 않고 회칙 제목만 보고도 뜻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탈리아인들은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찬가”(1224)를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경우가 많다. 이 시가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쓰인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애펀은 회칙 제목을 고르는 데서 보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신자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원하며, 그 자신의 교황직이 평균적인 신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평가했다.

▲ 117년 무렵의 라틴어 사용 지역.(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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