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환경회칙 곧 발표

프란치스코 교황이 곧 환경 회칙을 발표한다. 그는 환경전문가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전문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낼 수 있을까? 그 한 배경에는 교황청 과학원이 있다. 즉, “교회” 자체는 특정 문제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교회의 일부다.

교황청 과학원은 약 400년 전인 갈릴레이 시대부터 자연세계를 보는 교황의 눈과 귀가 되는 조직이다. 약 8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종신회원이다. 구성원은 그들의 과학 실력만을 보고 선택되며, 국적과 종교 등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기후과학자인 베라바드란 라마나탄은 2004년에 교황청 과학원 회원이 됐는데 힌두교 신자다. 그는 지난 2014년 5월에 바티칸에서 열린 환경 관련 회의에 참석했는데, 교황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좀 길었다. 그래서 과학원장인 마르첼로 산체스 소론도 대주교는 그에게 그의 생각을 두 문장으로 요약하고, 스페인어로 교황에게 전하라고 제안했다. 라마나탄은 스페인어를 할 줄 몰랐고, 그래서 8분간 산책하면서 두 문장을 통째로 외어 버렸다. 그런데 막상 교황이 저 멀리서 다가오기 시작하니 그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영어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우리는 기후 변화가 걱정스럽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계층에 속하는 30억 명이 기후변화로 생기는 최악의 결과로 고통 받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학 분야를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는 화학 석사학위를 가진 첫 교황이기도 하다.

한편, 교황청은 이 과학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지만, 과학자들의 연구와 토론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는다. 회원들은 2년에 한 번씩 총회를 열고 가끔 교황도 만난다. 이들은 교황이 반드시 이해해 둬야 할 가장 중요한 과학 문제들이라고 회원들 간에 동의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워크숍을 하고 보고서를 낸다.

라마나탄에 따르면, 교황청 과학원은 교황을 위한 전문가집단이며, 철저히 비종교적이다. 또한 모든 이가 다 신을 믿는 것도 아니며, 다만 순전히 과학적 수월성 때문에 회원이 된 것이다. 회원들에게는 교황에게 의견을 전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이들은 또한 다른 누구라도 필요하다면 만나고자 한다.

교황청이 지난 4월에 불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 등 세계의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열고 기후과학과 이 문제에 대해 종교지도자들이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를 토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황청 과학원이 기후 변화 문제를 처음 다루기 시작한 것은 1980년에 열린 한 워크숍에서였다. 그러나 과학원의 모든 의견이 교황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과학원의 보고서에 대해 교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번 회칙의 초안은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피터 턱슨 추기경이 2014년 4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건넸다. 일부는 교황이 직접 썼다. 턱슨 추기경은 그 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이는 교황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깊이 검토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 교황청 과학원.(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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