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주교, "핵발전은 화석연료 대안 못 돼"

환경 회칙은 환경 문제와 맞물려 벌어지는 ‘새로운 사태’에 대한 통찰
‘온전한 생태’는 새로운 정의의 패러다임, 생태적 회심 필요
환경 회칙은 관계 회복을 위한 소통의 장 마련하는 것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 환경에 관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가 발표됨에 따라 19일 오전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회칙의 핵심 내용과 의미를 설명했다.

기자회견에는 주교회의 정평위원장 유흥식 주교와 총무 김유정 신부(대전교구) 그리고 환경소위원회 총무 예정자 김연수 신부(예수회)가 참석했다.

▲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왼쪽부터) 김유정 신부, 유흥식 주교, 김연수 신부. ⓒ정현진 기자

“새 회칙은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안에서 우리 삶의 목적, 우리의 일과 노력의 목표,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은 우리가 사회생활 안에서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유흥식 주교)

유흥식 주교는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 개념에 대해 언급했다. 유 주교에 따르면 회칙 전반을 관통하는 것은 ‘정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온전한 생태학’에 대한 인식과 변화이며, 온전한 생태학이란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 그리고 인간이 주변과 맺고 있는 관계를 존중하는 생태학”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교황은 우선 ‘인간의 특별한 위치’를 자연의 주인 또는 개발자로 군림했던 권력자가 아닌 주변과 맺는 관계를 존중하며 훼손된 관계를 복구하고 화해하는 ‘관계의 보호자’로 부르며, 이 역할에 전 인류, 특히 교회가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또 ‘관계의 보호자’로 변화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균형과 불평등이 환경과 결합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피조물을 향한 인간의 무자비한 지배는 또한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들 사이에서 자행되어 왔으며, 이러한 사태에 대한 생태적 회심, 온전한 생태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들을 살피는 3장에서, 기술주의의 패러다임은 지식, 특별히 경제적 자원을 가진 이들에게 인류와 온 세상에 대한 지배권을 주기도 하며, “‘시장’이 그 자체로 온전한 인간 발전과 사회 통합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면서 경제와 정치적 삶을 지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온전한 생태학’을 향한 모든 노력은 ‘노동’의 가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더 많은 단기 이익을 위해 사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업 행위”라고 역설한다.

“대가를 받고 실질적인 환경적 영향을 감춘 채로 실행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패 행태는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충분한 논의를 허락하지 않는 허울뿐인 합의를 낳을 뿐입니다”(‘찬미를 받으소서’ 5장)

이어 교황은 온전한 생태학을 위한 접근법과 행동방식에서 “솔직하고 개방적인 논의”, 즉 어떤 정책과 사업이 공동선을 위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지 식별하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투명한 결정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지난해 말 페루에서 열린 ‘제20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이는 “정치적 의지의 부족으로, 진정 의미 있고 효과적인 세계적 합의에 도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는 비용과 이익의 금융적 계산의 기초 위에서 다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교황은 특히 환경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정책 결정과 실행의 책임을 가진 이들에게 “오늘날 만연해 있는 효율성과 즉시성의 사고방식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온전한 생태학’은 폭력과 착취, 이기심의 논리를 타파하는 단순한 일상의 몸짓으로 이뤄진다”면서, 모든 분야의 교육을 통해 새로운 생활 습관을 추구하고, 교회가 항상 권고해 온 정기적인 양심 성찰 역시 새로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유흥식 주교는 회칙을 통한 교황의 호소를 한국 교회가 올바로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주교는 특히 4대강 사업, 핵발전, 에너지 과소비, 온실가스 배출 등 한국사회가 품고 있는 생태적 문제를 언급하면서, “온전한 생태계 회복을 위해 ‘공동선’의 가치를 독려하고 이를 위한 토론의 장에 동참할 것이며, 공동체적이고 생태적 생활방식의 정착과 구체적 정책 변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경회칙을 깊이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은 비단 정평위만이 아닌 온 교회의 숙제라면서, “전 세계 교회, 지역 교회 전체가 나서서 복음적 시각으로 불편함을 기쁘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 주교는 핵발전과 관련한 에너지정책 현황을 묻는 질문에 “원자력발전이 아니라 ‘핵발전’이며, 핵발전은 근본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핵발전이 싸다고 하는 것은 단지 건설 비용만 언급한 것이며, 안전성 문제도 역시 이미 국내외 크고 작은 사고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고 설명한 유 주교는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재생에너지, 대안에너지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책임있는 이들이 할 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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