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는 정의의 새 패러다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경에 관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를 6월 18일 발표하고 "정의의 새 패러다임으로서 온전한 생태계"를 제시하고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뛰어넘어 "생태적 회개"를 할 것을 촉구했다.

이 회칙은 더불어 사는 집인 지구를 돌보는 것에 관한 이른바 ‘환경 회칙’으로, 총 6장 24항으로 이뤄졌으며, 환경 문제를 가톨릭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며 회개와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회칙"은 교황이 주요 문제에 관해 교회의 입장을 밝히는 최고 수준 문서로서, 환경에 관한 회칙은 교회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며 앞으로 환경 문제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Cantico delle creature) 후렴구, “저의 주님, 찬미를 받으소서”로 시작하는 이 회칙은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만능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있으며, 온전한 발전을 위한 접근법으로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생태 교육을 촉구한다.

각 장 별 내용을 살펴보면, 제1장 “더불어 사는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17-61항)는 현재 전 지구적 생태 위기를 다룬다. 지구가 겪는 고통이 우리 자신의 고통임을 인식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을 요청하는 1항에서는 지구의 고통에 대해 ▲오염과 기후 변화, 특히 화석 연료 사용으로 초래되는 지구 온난화 ▲식수 오염 ▲생물 다양성의 감소 ▲낮아진 인간 삶의 질과 사회의 붕괴 ▲세계적인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지도력의 부족을 언급한다.

제2장 “피조물에 관한 복음”(62-100항)은 피조물에 대한 인류의 책임을 성경에 비추어 설명하면서, 창조의 이야기를 통해 죄가 창조질서의 균형을 어떻게 깨트리고 있는지 성찰하도록 이끈다. 인간의 삶은 하느님, 이웃, 지구와의 관계 속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창조질서의 균형을 깨트린 죄는 결국 이 관계의 불화에서 비롯된다고 이른다(66항).

“고용과 노동 문제도 온전한 생태학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기간에 걸쳐 더 큰 금전적 이익을 얻고자 인적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업 행위이다."(3장, 128항)

ⓒ박홍기

제3장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들”(101-136항)에서는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그 증상과 심층적 원인을 철학과 사회과학과의 대화를 통해 성찰한다. 현대의 과학 기술 발전이 ‘도움’을 넘어 지식을 통한 인류를 지배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생태 위기의 범주 또한 고용과 노동 문제 등으로 확장한다. 인류에 올바른 한계와 바른 자제력을 가르쳐 주는 건전한 윤리, 문화, 영성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세계에 대한 인류의 ‘지배’는 곧 책임 있는 관리임을 강조한다.

제4장의 제목 “온전한 생태학”(137-162항)은 이 회칙이 ‘정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안하는 핵심 개념이다. 환경 문제와 인간 사회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자연계와 사회 체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포괄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세부적으로 환경 생태학, 경제 생태학, 사회 생태학, 문화 생태학, 일상생활 생태학, 공동선의 원칙, 세대 간의 정의를 다룬다.

제5장 “접근법과 행동 방식”(163-201항)에서는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대화를 통해 인류가 자기 파괴에서 탈출할 수 있으며, 특정 이익이나 이념이 공동선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솔직하고 열린 토론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마지막 제6장 “생태 교육과 영성”(202-246항)은 모든 이에게 ‘생태적 회개’(216-221항)를 권유한다. 뿌리 깊은 문화적 위기 상황에서, 교육과 훈련 없이 인간의 변화는 불가능하므로 환경 교육은 모든 교육 분야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 교육을 통해 일상의 습관이 변화하면 이는 생활과 소비의 방식,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권력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른다.

회칙을 마무리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의 신자들을 두 가지 기도, 곧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와 “그리스도인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를 바치도록 초대한다.

‘찬미를 받으소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제 선정부터 집필, 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한 첫 회칙이다. 한국어 번역본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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