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신학과 영성 교회상식 교회상식 속풀이
'Act of faith'가 뭐죠?

같은 수도회는 아니지만 수도자의 삶을 함께 걷는 형제로서 종종 연락하며 지내는 토마스 수사님께서 물어오셨습니다. 영어로는 "act of faith 액트 오브 페이쓰", 불어로는 "acte de foi 악뜨 드 후아"라고 하는 단어를 들어 본 적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 단어인지를 알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대로 번역하여 그냥 '신앙 행위'라고 할 수는 있으나, 그것 자체로는 이 단어가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지 제게도 모호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프랑스에서 신학생으로 있을 때 심심치 않게 들었던 단어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문맥상 이해했던 것은 개인 차원의 '신앙 실천 행위'였습니다. 그러니까 자선을 베푼다든지,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통해 신앙을 증거하는 것을 'act of faith'로 이해했던 것이죠. 그런데 수사님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이 단어가 근본적으로 개인 차원에서 고백하는 "신앙 다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Act of Faith'가 대문자로 표기할 경우, 우리가 잘 아는 기도 중에 '신덕송'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삼덕송이라고 부르는 기도는 신덕송, 망덕송, 애덕송을 합쳐서 부르는 기도문인데, 이것을 영어로는 Act of Faith, Act of Hope, Act of Love로 부릅니다. 말이 나온 김에 기도문들의 내용을 확인해 보죠.

신덕송: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진리의 근원이시며 그르침이 없으시므로 계시하신 진리를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굳게 믿나이다. 아멘.

망덕송: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자비의 근원이시며 저버림이 없으시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통하여 주실 구원의 은총과 영원한 생명을 바라나이다. 아멘.

애덕송: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사랑의 근원이시며 한없이 좋으시므로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나이다. 아멘.

(이미지 출처 = Flickr)

이렇게 보면, '사도신경과 같은 신앙고백문과 신덕송 같은 다짐이 무슨 차이일까?' 하는 질문이 듭니다. 차이는 독자분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겠습니다. 

전자에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믿는 내용들이 나열됩니다. 반면 후자에는 그 내용들을 받아들이는 개인 차원의 태도가 표명됩니다. 전자가 좀 더 공식적이고 형식이 짜여진 기도문이라면, 후자는 간단하며 개인 차원에서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앞서 제시한 신덕송은 교회 내에서 통일된 기도문이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다양한 기도문을 각자가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후자의 다짐이 있어야 전자를 고백하는 것에 힘이 실리고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입으로 고백하는 신앙의 조목들만이 아니라 기도 등의 신앙생활을 통해 내적으로 쌓여 가는 하느님에 관한 각자의 이해와 그분을 향한 충실함이 마음으로부터 표현되는 것이 'act of faith'이고, 여기에는 공식적인 "신앙고백"보다 단순하지만 더 다양하고 포괄적인 내용이 실릴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토마스 수사님과 나눈 대화 덕분에 잊고 지냈던 신덕송 기도의 의미를 되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