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부모님 덕에 어릴 때 세례를 받은 이후로 신학공부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나기 전까지 제가 경험했던 전례는 오로지 로마 가톨릭 전례뿐이었습니다. 개신교의 예배도 경험해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지만 사실상 말씀에만 치중했던 것이었기에 가톨릭 전례가 보여 주는 장엄함이나 최후 만찬의 재연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파리는 아마도 그리스도교 모든 종파의 전례를 다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 할 만했습니다. 그래서 전례에 관심 많은 다른 수사들과 같이 난생 처음으로 가톨릭의 동방전례(이에 비해 로마 전례를 흔히 서방전례라 부르기도 합니다.)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 슬로바키아의 동방 가톨릭교회에서 한 주교가 전례를 주례하고 있다.(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언뜻 보면, 정교회(Orthodox Church)가 아닌가 할 정도로 그 흡사함에 놀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교회나 동방(전례) 가톨릭은 11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같은 보편 교회(가톨릭)였습니다. 성령에 관한 신학적인 견해 차이와 정치적 문제로 나뉘었을 뿐입니다.

지역적으로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는 이탈리아 반도를 기준으로 동과 서로 구분됩니다. 예전에는 동로마와 서로마 지역으로 구분되었던 지역입니다. 동과 서의 대표적인 언어는 그리스어와 라틴어입니다. 따라서 문화적으로도 그리스(비잔틴) 문화와 라틴문화가 됩니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기준에서 동방교회로 분류되던 지역교회 중에서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로마의 주교인 교황을 인정하는 지역교회를 동방 ‘가톨릭’ 교회라고 불러 계통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교황을 보편교회의 목자로 인정하지 않는 교파가 동방 정교회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동방 가톨릭교회와 동방 정교회는 노선의 차이만 있을 뿐 전례는 사실상 같다고 하겠습니다.

경우에 따라 타 종파 전례에도 참여하게 되는데, 하물며 같은 가톨릭교회의 다른 전례에 관심 기울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입니다.(“다른 교파 전례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참조)

큰 틀거리 안에서 정리해 보자면, 보편교회(가톨릭교회)가 전례상 서방 가톨릭교회와 동방 가톨릭교회로 나뉜다는 걸 아시겠죠? 서방 가톨릭교회가 곧 로마 가톨릭교회 그러니까 우리가 경험하는 전례를 보여 줍니다. 반면 동방 가톨릭전례에는 지역적으로 다섯 가지 전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전례, 안티오키아 전례, 콘스탄티노플(또는 비잔틴) 전례, 아르메니아 전례, 칼데아 전례가 그것입니다(한나 알안 지음, “동방 가톨릭 교회”, 한동일 옮김, 성바오로, 2014, 15-17쪽 참고).

이 다섯 개의 전례는 다음과 같이 더 나뉩니다.

1) 알렉산드리아 전례 - 콥트 교회(이집트 교회, 총대교구)와 에티오피아 교회
2) 안티오키아 전례 - 말란카르, 마로니타(총대교구), 시리아(총대교구) 교회
3) 콘스탄티노플(비잔틴) 전례 - 알비니아, 벨로루시, 불가리아, 그리스, 헝가리, 멜키트(총대교구), 루마니아, 러시아, 루테니아,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구 유고슬라비아 교회
4) 아르메니아 전례 - 아르메니아 교회(총대교구)
5) 칼데아 전례 - 칼데아 교회(총대교구)와 시리아-말란바르(인도 서남부 해안 지방) 교회

각 지역교회 중에는 총대교구로 분류되는 교회들이 있는데 이곳은 총대주교가 책임을 맡고 있는 지역입니다. 총대주교는 역사적으로 각각의 전례를 이어 오는 교회의 최고 수장입니다. 예를 들면, 마태오 사도에 의해 설립됐다는 콥트(이집트의 고대어) 교회는 총대교구로서 총대주교가 맡는데, 이것은 이집트 교회에 관한 자치권을 총대주교가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총대교구 내의 주교 선출은 주교대의원회의가 직접 선출하고, 이들 지역 밖(그러니까 이집트 밖에서 이민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콥트 가톨릭 교회가 있다면)의 주교를 선출할 때는 주교대의원회의가 3명의 후보를 제출하면 교황이 그 가운데서 주교를 임명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총대주교가 있는 교회를 자치교회라고 부릅니다(같은 책, 18쪽 참조).

저는 이 중에 멜키트와 마로니타 전례에 참여해 봤습니다(다른 전례들은 전례학 강의시간에 자료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로마 전례가 아니면서 전례언어가 그리스어(멜키트)와 아랍어(마로니타) 였던지라 당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멜키트 전례 주일 미사는 보통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는데, 강론 빼고는 앉지를 않아 다리가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멜키트 전례는 누룩 넣은 빵을 포도주에 적셔서 영성체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맛있는’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실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반면 레바논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는 마로니타 전례는 로마 전례와 달랐으나 성체는 로마 전례와 같은 누룩 없는 빵이었습니다. 빵의 첨가물 때문에 정교회는 가톨릭의 영성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덧붙여 서방교회 전례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전례, 밀라노, 스페인, 갈리아 전례 등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중 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전례를 고집하는 성당을 찾아가 미사에 참석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흑백영화에 나올 만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정장을 한 신사 숙녀들과 머리를 2대 8 가르마에 포마드를 바르고 깨끗하게 면도한 사제가 벽을 보고 기도하는 모습들이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가톨릭교회 안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것만이 유일한 전례는 아니며 각 전례의 배경에는 신학적으로 다양한 견해들 또한 깔려 있습니다. 이렇듯 여러 전례의 역사와 전통이 함께 모여 보편교회가 더욱 풍성해 진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전례를 경험할 수 없기에 아쉬운 대로 다른 전례를 맛보시고 싶은 분들은 한국 정교회를 방문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비잔틴 전례를 경험해 보실 수 있으니까요.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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