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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체 후 감실에 인사하신다구요?[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영성체 전후로 하여 우리가 취하는 동작들은 다양할 수 있지만, 성체를 모시러 나와서 사제가 들고 있는 성체에 경의를 표하는 인사를 하고 성체를 받아 모신 후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 할 것입니다.

영성체를 하러 나오기 전에 어떤 마음을 준비할지에 대해서는 미사 통상문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거기에 보면, 영성체 전에 사제가 바치는 기도*가 있는데 읽어 보시면 어떤 마음으로 성체를 모셔야 할지 분위기를 느껴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동체 회중들은 행렬을 지어 나와 손이나 입으로 영성체를 하고 자리에 돌아갑니다. 이와 같은 동선에 장식적인 동작들이 종종 보이는데 그중 하나가 영성체 직후 제대 혹은 감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자리에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공손함을 표현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사실상 의미 없는 동작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릴 시절, 영성체를 하는 자세에 대해 교리 시간에 질문이 나왔을 때, 교리 선생님이 알려 주신 내용이 떠오르네요. 성체를 모시러 나올 때 성체 앞에서 이미 인사를 했고, 그 성체가 이제 내 안에 모셔졌으니 그 순간은 내 몸이 주님이 머무시는 곳이 되었기에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따라서 영성체 후 제대 쪽을 향해서 하는 인사는 내가 그리스도와 일치하였음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를 드러내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제대에 아는 분이 있어서 인사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또, 성체를 모시고 나서 자기 자리에 돌아와 취하는 동작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자리에 돌아와 바로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묵상하는 스타일. 잠시 서서 마음속에서 바쳐 올리고 싶은 기도를 하고 자리에 앉아 짧은 묵상을 하는 스타일. 십자성호를 긋고 조용히 앉아 받아 모신 성체에 대해 묵상하는 스타일, 일단 성가를 함께 부르고 짧은 묵상에 드는 스타일 등등....

실제로 내 몸 안에 함께 하시는 주님을 느끼고 감사드리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영성체 후에 십자성호를 긋는 것은 불필요한 동작으로 보입니다. 미사라는 전례를 커다란 기도로 봤을 때, 우리는 이미 미사의 도입부에 성호를 그었고, 이제 영성체 이후 파견 예식에 마찬가지로 성호를 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전례상 요구되는 성호가 있다면, 복음을 듣기 직전에, "주님, 영광 받으소서"라고 말하면서 세 번 긋는 작은 십자성호 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성체 후 개인적인 습관처럼 긋는 십자성호는, 내가 그분과 온전히 일치하고 있음을 의식하기 보다는 그저 습관적인 것이 아닌지 점검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설마 식사 후 기도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아니면, 여전히 과하게 드러난 공손함일까요?

주님을 편안히 모신다고 여기면 마음에 더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물론 성호를 긋는 개인적인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대로 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기에 '제가 당신과 온전히 하나되기를 원하나이다'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습관적인 몸동작이라면 재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성체 후에는 무엇보다도 주님과 일치하고 있음에 감사드리고, 그 현존이 주시는 힘에 감사드리며 침묵 중에 머물러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전례가 가지는 동작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은 개인의 신앙 역시 풍요롭게 해 주며 그 깊이를 더해 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영성체에 관한 내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모령성체, 그리고 성체를 영하는 바람직한 태도(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24)"를 함께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사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조용히 바칩니다. 미사통상문을 가지고 계신 신자들도 조용히 읽고 마음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께서는 성부의 뜻에 따라 성령의 힘으로 죽음을 통하여 세상에 생명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이 지극히 거룩한 몸과 피로 모든 죄와 온갖 악에서 저를 구하소서. 그리고 계명을 지키며 주님을 결코 떠나지 말게 하소서.' (나)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이 제게 심판과 책벌이 되지 않게 하시고 제 영혼과 육신을 자비로이 낫게 하시며 지켜 주소서.'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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