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밀양송전탑을 지나가는 신고리-북경남 765㎸ 송전선로가
북경남변전소에서 다시 세 갈래로 나누어지는 첫 번째 갈래길이
청도를 지나 대구로 접어드는 1분기 345㎸ 송전선로 공사이다.
청도에 세워지는 345㎸ 송전탑 40기 중에서
마지막 남은 1기(23호 송전탑)의 송전탑을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주민들이 3년째 막아서고 있었다.
각북면에는 19기의 345㎸ 송전탑이 건설되고,
삼평1리에는 3기(22~24호)의 345㎸ 송전탑이
마을의 200미터 앞을 지나가게 되어 있다.
이 마지막 송전탑 공사를 막아내기 위해
농성장을 짓고 투쟁했던 삼평1리 주민들은
밀양과 다를 바 없는 한전의 비인간적 행태를 겪어야 했다.
한전은 한편으로는 그들이 고용한 용역 직원들을 통해
삼평리 주민들을 물리력으로 위협했고,
또 한편으로는 돈을 매개로 주민들을 회유하며 마을 공동체의 분열을 조장했다.
또한 청도345㎸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들과 주민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1억 7천만원의 벌금이 선고되도록 고소, 고발 등을 밀어붙였다.
한전은 밀양 765㎸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위한 농성장 움막들이
‘6.11 행정대집행’으로 강제철거된 후 삼평1리 현장의 평화공원을
법원 집행관에 의해 대체 철거를 하겠다고 했다.
밀양에서는 공무원을 앞장세웠던 한전이
청도에서는 법원 집행관을 앞장세워 주민들과 부딪히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따라서 청도 345㎸ 송전탑 건설 현장은
‘제2의 밀양’이 될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한전은 공사를 재개하면 사전에 대책위에 공지하기로 약속하였으나
한전대구경북건설지사는 7월 21일 월요일 새벽 5시경에
140여 명의 한전 직원을 동원하여 청도 삼평1리 농성장을 상징하는
망루를 철거하고 청도 345㎸ 송전탑 공사를 기습적으로 강행했다.
2012년 9월 공사가 중단된 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 과정에서 10명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연행되고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격렬한 저항을 하고 있다.
밀양과 청도의 아픔으로 상징되는 신고리핵발전소 3 · 4호기는
부품 성적서 위조 사태 이후 제어케이블 재설치 등으로
건설 완공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청도 345㎸ 송전탑 건설을 폭력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대안을 찾을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한전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공사 강행을 멈추고,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써 송전탑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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