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가톨릭 세례식. (이미지 출처 = Flickr)

어느 본당에서 교리반을 맡고 계신 분에게 난처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분 담당의 예비신자 한 분이 자신에게는 대부가 필요 없고 혼자 세례를 받겠다고 하셨답니다. 잘 설득할 수가 없으니 어찌할지 모르겠다 하시면서 대부모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대부모가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 얄팍한 기억 안에 교회법상 대부모에 대한 역할과 자격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교회법상 반드시 대부모를 세워야 한다는 조항도 있을 것이라 어림해 봤습니다. 이에 별로 의심치 않으면서 그분께 그냥 교회법이 그러하니 대부를 찾으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제 방에 돌아와 교회법을 뒤져 보니.… 아뿔싸! 세례시 대부모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 교리반 선생님께 오류정보를 흘려 드린 것이지요. 그 본당의 아는 분에게 전화를 드려서, 정보를 정정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예비자 교리를 담당하는 분들에게 모두 이 사실을 전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여러분도 "교회법전"의 제872조와 875조를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제872조 
세례받을 이에게 될 수 있는 대로 대부모를 정해 주어야 한다. 대부모의 소임은 세례받을 어른을 그리스도교 입문 때 도와주고, 세례받을 아기를 부모와 함께 세례에 데려가며 또한 세례받은 이가 세례에 맞갖은 그리스도교인 생활을 하고 이에 결부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돕는 것이다."

"제875조
세례를 집전하는 이는 대부모가 입회하지 아니하면 적어도 세례의 수여가 증명될 수 있는 증인이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

확인해 보신 바와 같이, 교회의 오랜 전통에 기대어 “될 수 있는 대로” 대부모를 정해 주어야 합니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세례받은 이의 세례에 대해 증명해 줄 증인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은 교리반 선생님이나 주변 지인들이 해 줄 수 있습니다.

대부모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받는 이의 신앙생활을 돕는 후견인입니다. 신앙 안에서 친족이 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자 후견인을 대부, 여자 후견인을 대모라고 합니다. 교회에 처음 입문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려는 이에게는 신심 깊은 이들의 안내가 필요한데 그런 안내자 역할을 대부모들이 우선적으로 맡게 되는 겁니다. 대부모는 그리스도교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신앙 안내를 대부모들에게 맡겼던 교회의 오랜 관습에서 기인합니다.(가톨릭대사전, “대부모”항 참조)

그 예비자 분은 무슨 이유로 대부가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엄청 낯을 가리는 분이거나 매우 독립적인 분이라고 상상해 봤습니다. 대자녀들을 방치하는 대부모가 적잖은 현실에서 세례받는 당사자가 신앙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굳이 성인 세례 대상자에게 대부모를 강요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동시에, 교회 공동체에서 맺게 되는 친분과 교회의 전통을 위해서라도 좀 더 마음을 열어 주시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 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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