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민화위 한반도평화나눔포럼 1
가톨릭교회가 평화의 일꾼·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14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평화나눔연구소가 '평화의 장인과 가톨릭 공동체'를 주제로 2025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열었다. 서울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지금 한반도에서 가톨릭교회가 무엇을 알고 성찰하며 실천해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또한 화해와 평화 증진, 갈등 해소를 위한 교회 구성원들의 역할과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포럼은 세 부분으로 구성돼, 각 순서마다 두 개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발표자들은 교회 구성원의 평화에 대한 인식, 평화운동 역사, 실천 과제, 국제 사회의 평화운동 등을 다각적으로 다뤘다.
두 번째 순서인 ‘청년 평화 포럼’에서는 젊은 평화 연구자들의 모임인 ‘토마스회’의 연구 결과와 목소리를 나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번 토론 내용을 기사 세 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한 사람이 덜 고통받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다”
기조 연설은 카타리나 젤웨거 씨(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네트워크 선임매니저)가 맡았다. 그는 '고통을 알고, 희망을 전하며, 평화와 화해를 위해 나아가다'라는 주제로 여러 국제 기구를 통해 북한에서 활동한 경험을 들려주며,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카리타스 소속으로 스위스개발협력청(SDC) 평양사무소장을 지낸 젤웨거 씨는 1995년 처음 북한을 방문한 뒤, 여러 국제 단체와 함께 식량 지원을 비롯해 교육, 의료, 장애인 지원을 이어 온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카리타스, 스위스 개발협력청, 코어에이드(KorAid)가 북한을 지원하며 세운 목표는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었다”면서, “대북 제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된 북한의 정치 체제에서도,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들을 고려한 협력 관계로 훨씬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선과 활동의 중요성”, “교회와 교회 후원 기관이 북한에서 활동할 역량을 갖춘 단체 지원”을 들었다. 평화 외교는 평화 조성·유지·구축이라는 세 가지 활동을 포함하며, 이는 정부, 민간, 시민사회, 학계, 청년층 등 사회 모든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여건 조성을 계속 찾고, 여러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대비하며 언제든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민다나오 사례와 교회의 국제적 동반
'화해와 평화 증진을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한 첫 시간에는 엘리 맥카시(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가 '적극적 비폭력과 정의로운 평화의 물결 타기: 미국의 현실, 청년 그리고 한국과 동반적 연대'를, 마일라 레구로 씨가 '신앙에 기반한 평화 구축: 민다나오 지역의 평화와 화해를 촉진하기 위한 가톨릭 NGO의 역할'을 발표했다.
두 발표는 미국과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가톨릭 평화운동 사례를 소개하며, 평화 구축과 연대의 방향을 제시했다.
정의로운 평화 접근법
예수의 비폭력: 존엄 지키는 새로운 힘
맥카시 교수는 미국 가톨릭교회에서의 평화 활동과 자신의 체험, 청년 평화운동, 그리고 한국 가톨릭교회와의 동반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란치스코회 행동 네트워크(FAN)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가톨릭교회가 정의로운 전쟁론을 폐기하고, 예수의 비폭력과 평화 가르침을 교리와 사목 서한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예수님의 적극적 비폭력 방식은 특히 존엄성, 생명에 대한 긍정적 경외심과 함께 비인간화를 피하고, 구조적·문화적 폭력 등 다른 유형의 폭력에 가담하지 않으려는 지속적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의로운 평화 규범’을 소개하고, “이는 공동선을 위한 협력의 방식이며, 폭력을 예방하고 비폭력 전략을 통한 갈등의 변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카시 교수가 말하는 정의로운 평화 규범(접근법)은 “갈등에 건설적으로 관여하기 위한 덕목과 기술을 기르고, 폭력 역학·악순환을 끊어 내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틀”로 작용한다. 그는 이를 통해 “우리가 방어하는 ‘무엇’에 대한 초점을 인간의 존엄성으로 돌리고,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초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팍스크리스티와 청년 운동이 어떻게 한국의 평화운동과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그는 “젊은 가톨릭 신자들 사이의 꾸준한 경험 교류, 비폭력 기술을 지속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중심 조직 마련, 그 교육 중심에서 개발된 기법을 활용하기 위한 교회 프로그램의 조직과 확대, 교회 안에서 더 많은 팍스크리스티 모임 구성, 예수의 비폭력 교육”과 같은 역할을 교회에 제안했다.
민다나오, 종교 갈등의 땅에서 피어난 '신앙 기반 평화'
마일라 레구로 씨(필리핀 가톨릭구호서비스 고문)는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평화 구축 경험과 가톨릭 비정부기구(NGO) 역할을 소개했다.
필리핀 최남단에 있는 민다나오는 식민 지배, 이주와 소외, 종교 분쟁 등으로 깊은 갈등을 겪어 왔다. 무장 폭력과 역사적 불의, 원주민 간 갈등, 특히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사이의 종교 대립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지역이다.
‘민다나오 평화 구축 연구소(MPI)’ 설립자인 레구로 씨는 다층적 갈등 속에서 신앙을 기반으로 한 평화 활동 경험을 전하며, “민다나오에서 가톨릭교회가 헌신해 온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의 대화다. 종교적 오해와 편견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현실에서, 평화를 위해서는 신앙 간 가교가 필수적이란 걸 교회가 인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0-2000년대 초반, 가톨릭 NGO가 민다나오 지역 평화 구축의 핵심 주체로 부상하면서, 가톨릭 구호 서비스(CRS) 등은 보다 전문적 활동과 신학적 성찰, 개발 실천을 통합하는 역할을 했다.
레구로 씨는 “가톨릭 구호 서비스는 평화 구축에서 갈등을 단순한 정치, 경제로만 보지 않고 도덕적, 영적 도전으로 인식한다. 평화는 반드시 아래서부터 세워져야 한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적 가치와 개발 목표를 분리하지 않고, 신앙 프로그램을 모든 측면에 통합한다. 이는 민다나오에서는 치유와 신뢰 증진을 위해 종교 지도자와 신앙 기반 단체, 지역 의식과 협력하는 것을 뜻한다.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회에서는 신앙이 강력한 평화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민다나오에서 신앙 기반 평화 구축은 오랜 갈등을 겪어 온 지역에서 화해, 치유, 사회적 변혁을 촉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입증됐다”며, “평화 구축은 포용적이고 참여적이며, 모든 사람의 존엄에 뿌리를 둘 때 가장 효과적이란 사실을 보여 줬다. 신앙에 기반한 접근은 평화가 가능하다는 희망뿐 아니라 자비와 연대에 기반한 신성한 작업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이론보다 실천이, 국가·세계 차원보다 지역 차원이 우선한다는 점을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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