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평위 사폐소위 연례 세미나
'절대적 종신형'은 헌법 위반, 인간 존엄 배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소위)가 19일 '사형제도 폐지와 인권적 대안'을 주제로 연례 세미나를 열었다.

사형제 폐지 후 바람직한 대체 형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의 주제 발표는 이덕인 교수(부산과학기술대학교)가 맡았으며, 토론에는 오승진 교수(단국대 법과대학), 김대근 박사(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최새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대학)가 참여했다.

사폐소위는 여러 해 동안 사형제 완전 폐지와 대체 형벌 방향을 논의해 왔다. 지난해 말 10번째 사형 폐지 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이번 세미나가 더 진전된 법안 마련의 바탕이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선태 주교, 사형제 폐지와 상대적 종신형 제안

주교회의 정평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지금까지 발의된 법에서는 절대적 종신형을 대체 형벌로 두고 있지만, 상대적 종신형을 대체 형벌로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안하고 발의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형제 폐지는 폭력과 죽음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될 것이며, 강력 범죄 증가가 아니라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 강화로 이어질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사형제 폐지 법안은 15대 국회부터 26년간 10차례 발의됐다. 세 번째 발의안부터 박지원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 등 모두 절대적 종신형을 대체 형벌로 규정했다. 절대적 종신형은 가석방이나 사면, 감형 없는 형벌이다. 가톨릭교회와 학계는 이 역시 헌법 위반 문제가 있고, 형벌과 교정의 근본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19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가 연례 세미나를 열고, 사형제도 폐지 후 인권적 대체 형벌 대안을 논의했다. ⓒ정현진 기자<br>
19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가 연례 세미나를 열고, 사형제도 폐지 후 인권적 대체 형벌 대안을 논의했다. ⓒ정현진 기자

‘영구적 자유 박탈’ 대체 형벌, 교수대의 변형일 뿐

이덕인 교수는 과거 사형 지지자였으나, 현재는 사형 폐지와 상대적 종신형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형 폐지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점진적으로 변화해 왔지만, 이제는 보다 깊이 들어가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사형 폐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의 무기형이나 상대적 종신형은 "국민의 응보 감정을 저해하고 흉악 범죄자에 대한 무해화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절대적 종신형이 "과도기적으로 불가피하고 부득이한 선택"이라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요 논거다.

이 교수는 절대적 종신형은 국민의 응보 감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흉악 범죄자에 대한 무해화를 포기하는 과도기적 선택일 뿐이라며, "헌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사형의 대체 형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구적 구금은 신체의 자유(헌법 제12조)를 말살하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 침해 금지(헌법 제37조)에 위배된다"고 설명하고, 절대적 종신형이 형벌과 교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응당한 보복만 고집할 수 없고 범죄 예방도 고려해야 한다. 절대적 종신형은 범죄자를 사회에서 배제한 채 가두어 두고 무해화에만 집착하는 제재로, 공동체가 가하는 집단 폭력이라고 말했다. 교정 목적에서도 수용자의 사회 복귀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교정 취지에 반한다며, 건강한 사회 복귀를 실천적, 구체적으로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 형벌은 따로 필요 없다"

사형제 대체 형벌로 무기 징역, 가석방 조건 강화한 무기 징역, 절대적 종신형으로 강도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덕인 교수는 "현재 무기 징역과 가석방은 이미 상대적 종신형과 유사한 구조로 운용되고 있어, 대체 형벌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기형 관련 오해인 “일정 기간 복역하면 모두 가석방 심사 대상”이나, “무기 수형자가 많이 가석방되고 있다”, “가석방된 무기 수형자의 재범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모두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특히 중대 범죄가 재범률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사형제 폐지, 인간 존엄과 헌법 정신 완성 과업

그렇다면 현재 사회적 분위기와 논의의 수준에서 바람직한 사형 폐지와 대체 형벌 입법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이덕인 교수는 사형 폐지와 대체 형벌 입법은 인간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범죄자의 인권 보호와 교화, 개선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형벌 규정에서 사형 신설을 법률적으로 명확히 금지하고, 계엄, 전쟁 등 국가 비상시에도 사형이 새로 도입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형 대체 형벌 금지, 최소 복역 기간 설정, 가석방 심사, 사형제 폐지 선언 등 구체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행법상 20년 이상 복역 후 가석방 심사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평균 27-28년이고, 그 이상 복역한 이들도 심사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체로 30년을 들지만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사형 폐지는 단순히 형벌 목록에서 생명형을 지우는 문제를 넘어, 국가 건설과 헌법 정신 그리고 가치를 명확히 정립하는 중요한 과업이며, 인간 존엄과 민주주의 성숙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서, 사형 자체가 모순이며 현실 부정의 증거"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체 형벌 논의는 인간 존엄이라는 절대 가치 아래 이뤄져야 하며, 교화와 사회 복귀를 완전히 차단하는 형벌은 인간 존엄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당연한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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