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 2] 주드 랄 페르난도 교수 대담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북아일랜드에서 2025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을 열었다. 포럼 첫 일정은 더블린과 벨파스트의 역사 현장 순례였다. 

13일 먼저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를 방문한 참가자 20여 명은 평화학 학자이자 활동가인 주드 랄 페르난도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페르난도 교수는 스리랑카 출신 사제였다. 그는 사제로서 정치,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던 중, 교회의 압박을 받게 되자 아일랜드에 정착했다. 고국에서 겪은 일들로 평화의 가치가 절실했던 그는 평화를 이뤄 가고 있는 아일랜드에서 희망을 봤다. 그는 현재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평화학, 비교종교학, 에큐메니칼 신학을 연구하고 있다. 또 평화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남미, 중동, 아시아 전역에서 평화 활동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고, 2023년 한국에서 열린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에도 참석한 바 있다.

13일 트리니티 칼리지(대학)를 방문한 참가자들과 이곳에서 평화학을 가르치고 있는 주드 랄 페르난도 교수가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현진 기자

“모든 분쟁은 정치적인 것이지만,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북아일랜드 분쟁은 표면상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립처럼 보인다. 페르난도 교수는 그것이 사실은 “신교와 연결된 정치적 이상, 구교와 연결된 정치적 이상이 분열되고 대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평화 구축과 화해 차원에서는 “신교와 구교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서로 다른 정치적 이상을 극복하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아일랜드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 나아가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신념 체계를 분쟁과 어떻게 연결 지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998년 4월 10일의 평화 협정. 아일랜드의 오랜 분쟁을 끝낸 이 협정은 ‘성 금요일 협정’으로도 부른다. 페르난도 교수는 성 금요일 예수의 희생이 신교, 구교 나아가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었다면, 아일랜드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 그 공간에서 예수가 부활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많은 이들이 살상당하는 곳에서 그것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 예수의 부활이라면, 신교든 구교든 그 부활을 믿었던 사람들이 서로 평화를 합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분쟁의 상황이 바뀌면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공유할 공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평화 협정을 성 금요일 협정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그는 “아일랜드에서 종교가 정치 문제와 얽혀 있는 현실을 보면서, 그리스도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감상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히 정치적인 질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 신앙에 대해서도, “가톨릭이 보편적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투쟁과 고통에도 함께하기 때문에 보편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르난도 교수는 ‘신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한 참가자의 질문에도 답했다.

"신학이란 결국 신앙인데, 어떤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이라고 합니다. 이해를 추구하므로 합리성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런 체계 속에서 머리로 이해하는 그 수준에서의 신학이 발전된 것입니다. 하지만 성서적으로 신학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어떤 신앙을 이해하려고 하는 학문이 아니라, 신앙 가운데 어떻게 정의와 해방을 추구할 것인가. 어떻게 희망을 성취하고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논리적이고 합리적 이해를 추구하는 서구 신학의 한계를 짚으면서, “사실상 신학이라는 것은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투쟁”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학을 공부했지만 시위 현장에는 관심 없는 이들, 건물은 짓지만 풀밭의 이슬은 보지 못하며, 부자들의 병은 고쳐 주지만 가난한 이의 아픔에는 관심 없는 모습처럼, 지식은 객관화가 아니라 분절되고 단절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신학 언어가 어떻게 사회 운동의 에너지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신앙, 신학은 화해와 평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때로는 신학이 사회 운동이나 진보의 언어에 장벽이 되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도 이어졌다.

페르난도 교수는 “신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남용돼 왔다. 신에 대해서보다는 사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좀 더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학은 조직신학만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신은 상당히 다양한 언어를 가지고 있고, 그리스도인의 언어로 한정된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운동을 어떻게 하면 신학적으로 번역하고 전환할 것인가가 아니라, 먼저 평화와 화해, 정의를 위해 일하는 현장을 어떻게 신학이 성찰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 참가자는 현재 한국에서 대두되고 있는 ‘극우’ 현상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혐오와 배제가 아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물었다. 페르난도 교수는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정치적 문제 그리고 영성 문제 두 차원에서 고민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진보, 보수 진영의 분열이라는 것은 단순히 내부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과의 관계, 지정학적 문제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설명하고, “정치적 분석을 하다 보면, 현상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해 볼 수 있다. 극우는 단순 이념 체계가 아니며, 그것을 지지하는 거대한 권력을 어떻게 확보하는가를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 더 숨 쉴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극단적 세력과 혐오하고 배제하는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것은 그 공간 속에서도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라면서, “역사는 그냥 흐르지 않고, 정치 상황도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라도, 희망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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