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대성당에서 기념 미사 봉헌

한국 진출 50주년과 자립 프라도 승격 10주년을 맞은 프라도 사제회는 26일 전체 연수를 하고, 27일 서울 명동 대성당에서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1975년 고 이용유 신부의 첫 서약으로 한국에 진출한 프라도 사제회는 프라도 수녀회, 여성재속회와 함께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를 위한 활동을 해 왔다. 40주년인 2015년에 자립 프라도회로 승격했고, 현재 한국 프라도 사제 회원은 165명이다. 프라도 수녀회 역시 한국에 함께 진출해 50주년을 맞는다. 

27일 서울 명동 대성당에서 프라도 사제회 한국 진출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27일 서울 명동 대성당에서 프라도 사제회 한국 진출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사제는 헐벗은 사람,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 먹히는 사람”

프라도 사제회는 1860년 프랑스 리옹 교구 앙투완느 슈브리에 신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복음화”를 위해 시작한 활동으로 설립됐다. 프라도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 하느님의 정신을 가지는 것, 가난한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 형제적 생활”을 양식으로 삼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복음화의 길을 걸어왔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봉헌한 기념 미사에는 각 교구 회원 사제와 수도자, 재속회 회원과 신자들이 함께했다. 최창무 주교(전 광주대교구장), 정신철 주교(인천교구장), 문창우 주교(제주교구장), 구요비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 프라도회 국제 총장 아르만도 파스콸로토 신부, 프라도 수녀회 전 국제 총장 마리조 수녀와 현재 국제 부총장을 맡고 있는 이금희 수녀도 참석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에서 설립자 앙투완느 슈브리에 신부가 1856년 성탄절 밤에 묵상한 가난한 사람들의 비천한 현실, 그 안으로 들어오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랑, 복음적 결심과 사도적 결심을 다시 이야기하며, “지금 이 시대에 살고자 노력하는 프라도 사제회 신부님들의 좋은 모범을 통해 우리 한국 교회도 선교적 열정으로 더욱 쇄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예수님의 가난과 십자가의 응원과 성체 성사의 사랑을 실천하는 프라도 사제회는 한편으로는 헐벗은 사랑이고,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랑이며 다른 이웃들을 위해 먹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며, “프라도 회원과 관심 사제들이 교회 곳곳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에 더욱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한국 교회의 선교적 열정이 더욱 피어날 수 있도록” 은총을 청했다.

“사랑하는 여러분은 프라도의 고유한 영성과 그 특별한 은사의 사도적 차원을 삶으로 보여 주고 계십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함께 있겠다고 하신 말씀의 살아 있는 증인이 되어 세상에 그 진리를 일깨우고 계십니다.”

참석한 모든 회원들과 함께. ⓒ정현진 기자<br>
참석한 모든 회원들과 함께. ⓒ정현진 기자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는 축사를 보내고 프라도 사제회가 걸어온 여정의 의미에 대해 “모든 신자들이 신앙을 살아 낼 수 있도록 신뢰와 단순함 그리고 일상의 기쁨이라는 귀한 덕행의 길을 밝혀 주고 있다”로 말했다.

그는 모든 회원이 “그 거룩한 부르심 안에서 이를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여러분의 모든 것 중심에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가 서 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모습을 담아 마음과 영혼이 날마다 새롭게 변화되기를, 여정을 걸어갈 힘을 믿음으로 길어 올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제 총장 아르만도 파스콸로토 신부는 프라도 사제회의 비전과 방향성은 “성령의 말씀을 잘 알아듣는 것에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성령에 따라 사는 삶은 프라도 카리스마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안에서 성령의 뜻을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 그분께서 우리를 어디로 이끄실 것인가를 잘 바라보는 것이 프라도의 미래에 분명한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령에 따라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가까이 따르기 위해서 그분을 깊이 아는 것, 잘 아는 것과 연관된다. 우리가 부름받은 것은 그분의 얼굴을 세상에 보여 주고 드러내기 위해서”라면서, “모든 사람이 그런 삶을 통해 성령을 깊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이며, 오늘의 현실에서 기쁜 소식이 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파스콸로토 신부는 50주년 메시지에서 1970년대 한국 사회의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들을 위한 사목을 고민하던 김수환 추기경(당시 서울대교구장)의 요청, 도요안 신부(살레시오회)와 오영진(올리비에 드 베랑제) 신부의 가교 역할, 그렇게 시작된 이용유 신부의 첫 서약으로 이어진 한국 프라도 사제회의 역사를 기억했다.

그는 1970-80년대 한국 신학생들은 사회 정의에 대한 깊은 관심,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의지로 노동자들과 더불어 가난한 이들과 깊은 연대를 쌓아 갔고, 복음 속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예수의 모습에 깊은 감화를 받아 자신의 소망을 실현하는 길로 프라도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변화한 사회 환경에서 “지금 사람들이 하느님께 바라는 기대와 상처, 울부짖음은 무엇이며, 교회는 이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하고, 어떻게 복음의 빛으로 삶의 의미를 밝혀 줄 것인가. 프라도 가족들은 이 사회와 문화에 대해 어떻게 귀 기울이고 있는가?”라고 묻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삶의 방식이며, 제자-복음 선포자라 불리는 세례받은 이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 이 시대가 우리 프라도 형제자매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길”이라고 말했다.

26일, 한국 프라도 사제회 50주년을 맞아 열린 연수에서 1세대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제공 = 김항수 신부)
26일, 한국 프라도 사제회 50주년을 맞아 열린 연수에서 1세대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제공 = 김항수 신부)
한국 프라도 사제회 책임자 류지현 신부(대구대교구). (사진 제공 = 김항수 신부)
한국 프라도 사제회 책임자 류지현 신부(대구대교구). (사진 제공 = 김항수 신부)
[인터뷰] 한국 프라도 사제회 책임자 류지현 신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현재 한국 프라도회의 현황은 어떠한가.

류지현 신부 : 40주년 이후, 많은 신부님이 프라도회 서약을 받아 회원이 늘었고, 현재 165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프라도 영적 가족인 프라도 수녀회 7명, 여성재속회 3명도 함께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여기> : 변화하는 사회와 교회 분위기 속에서 쉽지 않은 사명을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도 회원이 늘고 있다고 했는데, 프라도회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류지현 신부 : 프라도회의 카리스마는 세 가지가 있다. 복음 연구, 사도적 성찰, 사목 수첩을 쓰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카리스마 도구들이 사제들이나 회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복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가난한 이들 안에서 예수를 발견하려는 모습이 프라도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여기> : 26일, 50주년을 돌아보는 연수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궁금하다. 

류지현 신부 : 이번 연수는 우리가 살아온 50년을 사제회, 수녀회, 재속회가 함께 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모든 가족이 각자의 50년을 발표하고 성찰했다. 더불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프라도회 1세대가 노년이 되었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프라도 안에서 노력하고 애써 왔는지를 돌아봤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1세대 활동 당시, 특히 가톨릭노동청년회, 장년회와 활동을 많이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관점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프라도 정신에 맞게 이끌어 가기 위해 애썼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감명 깊었다.

<지금여기> : 프라도회는 가난과 청빈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 과거의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는 것도 있지만,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가난과 소외가 생겨나고, 특히 새로운 갈등과 배제가 일어난다. 이런 사회에서 한국 프라도회는 어떤 전망을 제시하고자 하는가.

류지현 신부 : 50주년을 맞아 중요하게 해야 할 이야기들이 바로 그 지점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가난의 형태가 변하고 있고, 물질적 가난을 넘어 정신적 가난,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도 모두 함께 가야만 한다. 고립된 이들을 찾아 나서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지금 이 세상 안에 프라도가 왜 존재하는가. 한국 교회 안에 프라도는 왜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새기고, 그 물음에서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가난의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지금여기> : 프라도회 회원들과 한국 교회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류지현 신부 :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는 프라도회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많은 사제, 수도자, 신자들의 것이기도 하고, 또 함께 그런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가진 다른 카리스마로 서로 협력하고, 한국 교회뿐 아니라 나아가 아시아 교회의 복음화를 위해서 함께 손잡고 협력하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또 프라도회 내적으로는 그동안 분명히 양적 성장은 했지만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과연 프라도회의 역량도 함께 비례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질적 성장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고, 앞으로 채워 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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