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연구소 이동학교, 사회교리 강조

베트남 가톨릭 청년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적 가르침을 중심 주제로 열린 ‘이동학교’에 예상보다 많이 참여해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이동학교 참여 인원을 대개 40명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그렇게 모집했는데, 70여 명이 넘게 몰려, 정말 참가하고 싶은 이들을 선별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역 주최측 대표인 린지앙(Linh Giang) 수녀(예수성심 시녀회)는 베트남 가톨릭 청년에게 가끔 피정이나 미사, 기도 등의 전례 중심의 교육 기회는 제공되지만, 사회교리를 가르치는 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수녀회의 호치민 공동체 양성장인 린지앙 수녀는 22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교회를 사회 문제와 연관시켜 다루는 이런 교육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와 더불어 지난해 4월에 열린 이동학교에 대한 호평과 (자신의) 페이스북 팔로워 4000여 명 중에서 신청자가 많은 것 같다”고 보았다. 간호사이기도 한 그는 “매우 바쁜 도시 청년들이 가볍지 않은 주제에 이렇게 많이 신청해 놀랐다”고 덧붙였다.

2025년 5월 베트남 이동학교 참가한 참가자들. (사진 출처 = YIFV)

우리신학연구소가 아시아 교회 엔지오들과 공동 창립한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ALL Forum)은 16-21일 베트남 호치민시의 ‘벤자민 피정의 집’(Benjamin Retreat House)에서 이동학교를 열었다.

‘베트남 청년신앙회’(YIFV)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청장년 45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대개 호치민시와 동나이 등 인근 남부 지역에서 왔지만, 다낭과 후에 등 중부와 하노이 대교구와 같은 북부에서 온 이들도 있다. 대부분은 학생과 직장인이다. ‘한국 예수성심 시녀회’ 호치민 공동체의 지원자 2명도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린지앙 수녀와 청년신앙회의 요청으로 올 포럼과 공동 주최로 열렸다.

올해 프로그램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통해 본 베트남의 사회·경제·정치 상황,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헌장’과 ‘사목헌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과 ‘찬미 받으소서’, 또 평신도 관점에서 본 2023-24 시노드와 향후 전망 등의 주제를 다뤘다. 베트남 이동학교는 2020년 호치민에서 처음 열린 뒤 올해로 세 번째다.

이동학교 참가자 후잉 반 응옥 씨와 레 꽝 빈 씨. ⓒ황경훈 기자

이동학교에 처음 참가한 대학생 후잉 반 응옥(Huỳnh Vân Ngọc, 22) 씨와 영어 교사 레 꽝 빈(Lê Quang Vinh, 38) 씨는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동학교가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예수회에서 여는 피정이나 기도 모임에 참가해 온 후잉 씨는 이동학교 프로그램 중에서 현장 체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가서 음식과 이들의 삶을 나누면서 가난한 내 고향 농촌 마을이 기억났다. 농촌이 피폐해지자 많은 이들이 호치민 같은 대도시로 이주해 왔다는 것을 문득 깨닫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난한 이들의 고통은 지구의 고통’이라는 말씀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교황님의 가르침도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에 대한 무수한 설명보다도 훨씬 통찰력을 주는 구절로, 머릿속에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도움이 클 것 같다.”

정신 장애자를 위한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 온 레 씨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상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전에 ‘시노드적(함께 걷는) 교회’(synodal church)를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이번 기회에 더 확실히 알게 되면서 더욱 깊은 관심이 생겼다. 교회가 신자들만이 아니라 비신자라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서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가르침이 참 인상적이었다. 도시에 사는 학생이나 청년 직장인들은 학업과 생활로 무척 바쁘지만, 이런 가르침을 배우고 성찰하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보인다.”

예수성심 시녀회 수녀들이 이끈 ‘떼제 기도의 밤’에 참여한 참석자들. ⓒ황경훈 기자

참가자들은 공동 연수(워크숍)에 앞서 세 무리로 나뉘어 현장 체험에 나섰다. 이들은 호치민 시 인근의 가난한 이주 노동자 지역과 ‘티엔안 치유의 집’(Thien An Shelter), ‘업그린 베트남 공장’(UPGREEN Vietnam Factory)과 ‘마이땀 치유의 집’(Mai Tam Shelter), 그리고 저소득 노동자 밀집 지역을 탐방했다.

가난한 이주 노동자 지역에서 나눔과 연대를 실천해 온 마리나 아쪼라(Marina Azzola, 스칼라브리니 재속 선교회Scalabrini Secular Missionaries) 씨는 국내외 이주민들, 난민 신청자들, 피난민들, 다양한 언어와 문화, 종교적 배경을 지닌 국제 유학생들과 일상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참가자의 현장 체험을 도운 뒤 이동학교에 참가한 아쪼라 씨는 “사회교리를 통해 통합적 또는 온전한 인간 발전을 지향하고, ‘공동의 집’에 대한 돌봄과 긴밀히 연결된 삶을 이루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평신도들이 교회의 삶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사명은 매우 중요하며 긴급한 일로서, 그러한 의미에서 이동학교 프로그램은 필요하다고 평했다.

현장 체험지인 가난한 이주 노동자 주거 밀집 지역을 방문한 참가자들. (사진 출처 = YIFV)<br>
현장 체험지인 가난한 이주 노동자 주거 밀집 지역을 방문한 참가자들. (사진 출처 = YIFV)

이동학교는 아시아평신도지도자포럼이 연례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AYA/ATF)에 참가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아시아의 각 나라나 지역을 방문해 일주일 동안 진행하는 공동 연수다. 올해 상반기에는 4월 인도 첸나이와 5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이동학교를 열었고, 하반기에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가톨릭 청년 40여 명을 대상으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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