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이주 동아리 회장과 임원진
1958년 창립 이래 67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성균관대학교 가톨릭학생회 '반촌'이 최근 준중앙 동아리로 강등돼 동아리 방을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김이주(안나, 24학번) 반촌 회장을 중심으로 한 임원진의 적극 대응과 노력으로 재학생과 동문을 아우르는 ‘반촌 공동체’가 더욱 단단해지고, 활기를 찾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지난 4월 30일 반촌 동아리 방에서 임원진과 나눈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반촌의 위기 극복 과정을 통해 침체된 오늘날 가톨릭 대학생 운동이 어떻게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교회와 70-80년대 세대가 청년 세대와 소통하고 연대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반촌이 위기를 맞은 것은 지난해 1학기였다. 동아리 정회원이 3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중앙 동아리 지위를 잃게 되면서 2학기 재심사에서도 떨어지자, 학교 동아리연합회는 올해 2월 말까지 동아리 방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지만, 김이주 회장과 임원진은 회원 모집과 홍보를 적극 하고, 선배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대응했다.
임원진은 먼저 신입 회원 확보에 힘썼다. 동기들을 만나고, 매일 학교 커뮤니티에 홍보 글을 올려 짧은 기간에 회원 30명을 채웠다. 동시에, 동아리 방 유지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57개 동아리 대표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모두에게 서명을 받아 냈다. 또한 동문 선배들의 탄원서도 받아 제출하며 동아리의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저력과 역량 있는 동아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이주 회장은 이 과정을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믿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학생들이 함께 기도하며 연대했고, 동문 선배들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도 큰 힘이 되었다. 동아리 방 유지 과정에서 박민재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담당)의 조언과 지원도 중요했다.
지난해 반촌이 준중앙 동아리로 강등된 뒤부터 지난 4월 15일 열린 전체 동아리 대표자 회의에서 가톨릭학생회 동아리 방 유지 결정에 이른 일련의 과정을 표로 정리했다.
반촌의 적극 대응과 신입 회원들의 합류는 동문 선배들에게도 큰 의미를 주었다. 1980년대에 활발하게 가톨릭 대학생 운동을 한 이창호(레미지오, 87학번) 동문은 이번 일을 보며 "우리와는 다른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확인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재학생들은 선배들의 지지와 관심이 동아리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3개월여 동안 가톨릭학생회를 지키려 노력한 경험에서 가톨릭대학생회의 존재 이유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임원진에게 물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가톨릭대학생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에게 삶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라는 공간 안에 가톨릭 공동체가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신앙은 혼자 지켜 가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함께 신앙을 나누는 공동체가 있다면, 신앙생활은 단순한 의무가 아닌 삶의 일부가 됩니다. 특히 공동체 안에서 기도의 힘을 경험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동아리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 노력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 속에서 ‘기도’가 중심이 되지 않았다면 저희 동아리는 지금의 결실을 이루어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도, 믿음, 삶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공동체가 우리 대학 안에 존재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이번 일을 통해 절감했습니다."
김이주 회장은 "MZ세대인 우리가 직접 활동을 기획하고, 동아리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임원진은 신앙 모임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문화 행사와 외부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적극 다가가고 있다.
"반촌의 매력 포인트는 주일마다 같이 혜화동 성당을 가는 모임 '혜화동 성당팟'입니다. 혜화 주변에 사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주일에 성당을 같이 다니자고 제안해서 지금도 꾸준히 나가고 있어요. 성당 가는 일이 혼자일 때는 외롭고, 귀찮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가면서 자연스럽게 성당에 나가려는 마음이 생겼고, 회원들끼리 서로의 신앙심을 더욱 키워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10명에서 15명 정도의 회원들이 주일마다 꾸준히 혜화동 성당에 함께 다니고 있어요. 혜화동 성당에서도 '성균관대학교 반촌'으로 단체 이름에 올려 주기도 하셨습니다."
반촌은 올 하반기 중앙 동아리 재승격 심사를 앞두고 있어, 학교 안에서 200명 이상의 추천서를 확보하는 숙제를 남기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가 처한 어려움이 오히려 새로운 활력과 결속의 계기가 되었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활동으로 가톨릭 학생회의 의미를 알리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끝으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청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이야기하는 교회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 서울에는 약 37개 대학에 가톨릭 동아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동아리는 인원 부족으로 동아리 방을 아예 갖지 못하게 된 사례도 있고, 방이 없어 동아리 활성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만약 다른 학교에서 동아리 방이 철회될 위기에 처한다면, 가톨릭교회에서 '동아리 방은 신앙 공동체 지속과 정체성 유지에 필수적인 공간'이란 것을 강조하며, 적극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교님들과 같은 영향력 있는 분들께서 동아리를 지지하는 성명서나, 서울가톨릭대학생연합회 소속 학교들의 동아리 회장단이 작성한 지지문을 학교 측에 전달해 주시는 방식으로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또한, 동아리 활성화를 위해 주변 성당, 청년회, 교구 청년국과의 연계를 강화해, 공동 활동이나 연합 미사를 정기적으로 열면, 외부 지원이 내부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학교 안에서의 어려움이 있을수록, 교회와의 연대가 더욱 절실하다는 점을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날 동아리 방 유지 결정을 축하하기 위해 동문과 재학생이 학교 인근 가르멜 영성문화센터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이번 성균관대 가톨릭학생회 반촌의 사례는 쇠퇴하고 있는 가톨릭 대학생 운동이 사제나 청년사목을 담당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다시 활성화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할지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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