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핏덩어리 때부터 지켜봤던 대자의 관면 혼배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온통 파밭인 땅이었지만, 지금은 신도시가 들어선 곳의 명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신부가 신자가 아니어서 관면 혼배를 하고 난 뒤에 따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신랑과 신부는 화려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은 관면 혼배로 결혼식을 대체하였습니다. 부모와 최소한의 친지만 초대했습니다. 저와 안해는 대부로서 또한 혼인 성사의 증인으로 초대됐습니다.
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소박한 웨딩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사진기를 따로 가져가지 못해 폰으로 몇 컷을 촬영했습니다. 젖은 성당 마당에서 촬영 중에 커다란 무지개가 피었습니다. 아주 오랜 어린 시절에 보았던 무지개를 명지 성당에서 보았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소박한 명지 성당 성전에서 검소하지만 아름답게 진행된 혼배 성사 중에도 신랑과 신부는 용감하고 다부지게 보였습니다. 그들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는 청년들로서 그들의 사랑을 일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용기가 넘쳐났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들의 축제에 초대받아 행복했습니다. 혼배 성사를 주례했던 신부님도 축복해 주었습니다.
비록 축가와 성가도 없이 진행됐지만, 신랑과 신부도 초대된 모든 이들도 행복했습니다. 스몰 웨딩이 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부디 “사랑과 사랑을 이어 주는 평화의 화음으로” 가득한 가정을 이루길 빕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