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노동자 양회동 씨 2주기 추모 미사

2023년 5월 1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 건설 현장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른바 ‘건폭’으로 몰아간 윤석열 정권에 항의한 양회동 씨(미카엘)가 자신의 몸에 불을 놓았다.

당시 정부는 건설노조를 특정해 폭력 집단으로 몰아갔고, 압수 수색과 구속 영장을 남발하면서 노조원 2000여 명이 경찰에 소환됐다. 이 과정에서 40여 명이 구속됐다.

양회동 씨는 여러 지역을 전전하다가 노조에 가입하면서 건설 노동자로 약 4년을 살았다. “땀흘린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는 일을 하면서, 두 자녀, 아내와 단란한 삶을 꿈꾸던 그는 그 소박한 꿈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자신을 던졌다. 양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 5월 2일 오후 1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 뒤에도 정부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멈추지 않았다. 설상가상 언론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간부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허위 보도를 냈다. 분신 방조는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노조와 유가족은 여전히 길 위에서 싸우고 있다.

5월 2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양회동 씨의 2주기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지난 2일, 양회동 씨 2주기에 그가 묻혀 있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추모 미사와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양회동 씨의 가족과 동료들과 함께 봉헌했다.

“아버지로서 양회동, 남편으로서 미카엘 형제, 동생, 가족, 건설노조 동지들의 벗들로서 미카엘 형제. 그를 기억하는 이 자리와 양회동 미카엘 열사를 통해서 많은 사람은 서로 관계가 없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김비오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는 강론에서 2주기 추모 글을 통해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삶이라는 우리의 여정에 시작과 끝이 있고, 내일의 발걸음이 멈춰지는 순간을 우리는 죽음으로 부르고 있다. 모든 이에게 똑같이 한 번씩 주어지는 시작과 끝이지만 그 시작과 끝을 잇는 발걸음은 모두가 마냥 같지만은 않다”면서, “돈만을 쫓는 이의 발걸음은 벗들의 발걸음을 어지러이 지우려 들고, 사람의 온기를 담는 이의 발걸음은 시린 벗들의 발걸음을 보살핀다”고 양회동 씨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말했다.

“일곱 남매의 막내, 한 여인의 남편, 쌍둥이의 아빠, 동지들을 소중히 정성 들여 보듬으며 자랑스레 내딛어 온 그의 여정을 기도로 떠올린다”는 김 신부는 “무기력하게 절망하지 말고, 서글프게 갈라서지 말며, 그의 발자국에 담긴 따스함을 기억하며 서로를 보듬어 돌보자”고 당부했다.

그는 너무 아프고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그 아픔은 “나의 상처에 맞닿은 동지의 상처 때문이 아닐 것”이라며, “생각해 보면 거짓으로 회칠한 죽음의 세력은, 늘 정직한 노동의 진솔한 삶을 시샘하며 괴롭히고, 훼방하며 반목하게 하려 든다”고도 말했다.

김비오 신부는 “미카일 형제님은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을 것이며, 항상 동지분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면서, “서로를 보듬어 살피며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기도가 어떤 숙명과도 같은 괴로움이 있다 하더라도 굳건히 그리고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항상 동지분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미사 뒤 추모식에서는 가족과 각 단체, 정당의 추모사,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양회동 씨의 유서 일부)

양회동 씨의 아내 김선희 씨는 윤석열이 파면되고서야 남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아주 약간 줄어들었다면서,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미안함 때문에 더욱 노력하고, 앞으로 커 갈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세상을 위해서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양회동 씨의 형 양회선 씨는 2년간 함께 싸워 온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속초에서 서울 장례식장까지 올라오는 길, 너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한 맺힌 죽음을 꼭 밝혀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동생은 자신의 죽음으로 꽉 막혀 있던 터널 속에서 돌 하나를 빼내 줬다. 그 돌이 우리에게 희망이 되었다. 이제 그 희망으로 오늘 시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동생의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호 위원장(전국건설노동조합)은 “윤석열을 건설노조가 시민들과 함께 끌어내렸다는 보고를 (양회동) 열사 앞에 드리며, 술 한 잔 올릴 수 있게 됐다”면서,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고용 불안, 불법 고용, 안전이 후퇴하는 현장에서 당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도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수 회장(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열사정신계승사업회)도 “전 국민이 함께 싸워 윤석열을 파면시켰고, 이는 양회동 열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2주기 추모제는 열사가 옳았음을 만방에 알리고, 건설 노동자가 주인 되는 건설 현장,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결의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추모 미사 뒤에 이어진 양회동 씨의 추모제. ⓒ정현진 기자<br>
추모 미사 뒤에 이어진 양회동 씨의 추모제.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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